【240회. 윈랜드】
한편, 와이번을 타고 메세츠데 진형으로 돌아온 야낙의 표정이 한껏 굳어진 상태로 막사 안으로 들어섰다. 막사 안에는 황금색으로 된 갑옷을 입은 사내가 도망쳐 온 야낙을 맞이하고 있었다.
"도망쳐 왔다더군?"
황금색 갑옷을 입고 뒤로 돌아선 사내가 나지막하게 말하자 야낙이 잔뜩 인상을 구기며 씁쓸하게 대답했다.
"마흐무드란 곳에서 지원군이 왔다."
"마흐무드... 성기사들인가 보군? 마계인들은 성기사들에게 쥐약이라고 들었는데 정말이었던가?"
야낙을 한껏 비웃는 사내의 말에 야낙의 표정이 점차 험상궂게 일그러졌다. 동시에 야낙의 손에 들린 대검이 부르르 떨자 다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뭐. 좋다! 어쩔 수 없었으니. 어차피 그분께서도 이대로 쉽게 윈랜드가 뚫리는 건 원치 않았으니 말이야. 작은 희망을 남겨주어도 좋겠지 그래야 뒤에 있을 절망이 더욱 클 테니 말이야!"
"..."
사내의 중얼거림에 야낙은 대답 없이 신경질적으로 막사의 문을 걷어차고 나가려 했다. 그러자 사내의 목소리가 막사를 막 나가려던 야낙을 제지했다.
"카시오는 어디 있는가?"
"뭐? 그걸 왜 나에게 묻는것이지?"
야낙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왜 카시오의 행방을 자신에게 묻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카시오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가? "
"나도 알지 못한다."
"그래? 큭큭..수고 했다 그만 막사로 돌아가 다음 명령을 기다려라. 내 곧 찾아가지."
의미심장한 웃음소리 야낙은 의아함을 가진 얼굴로 잔뜩 표정을 굳힌 채 급히 막사 밖으로 나서자. 뒤로 돌아선 사내가 멀어지는 야낙의 모습을 쫓았다. 동시에 품속에 자그마한 구슬을 꺼내 보이더니 그 구슬이 붉게 빛나기 시작하자 사내가 구슬에 대고 중얼거렸다.
"카시오는 행방불명, 야낙은 패한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사내의 목소리에 구슬이 붉은빛을 발하더니 이내 클루드의 형상을 띄우기 시작하자 사내가 급히 고개를 숙여 보인다.
"그렇군.. 그 녀석들만으로 윈랜드를 뚫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의외군 그만큼 데미아스나 지크문드의 힘이 마계인들도 이겨내지 못할 정도로 강하다는 말인가?"
"마흐무드의 지원군이 왔다고 합니다."
"하! 운이 좋은 녀석들이군. 좋다! 나 역시 이리 쉽게 끝나면 재미가 없지! 더 발악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다음엔 네가 같이 가거라. 그리고 근시일 내로 스완을 보내 윈랜드에 잠입하게 하라."
"잠입 말입니까? 죄송하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자이로스는 무례함을 무릅쓰고 의문을 표하며 묻자 클루드의 입가에 웃음이 피어올랐다.
"윈랜드에 루크 아스란이 가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 왔다."
"...루...크.."
자이로스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그려졌고 동시에 분노가 흘러나온다. 클루드는 그런 자이로스의 모습을 보며 이를 갈았다.
"그래.. 너와도 꽤 인연이 있었지? 그를 산 채로 잡아 오거라. 물론 죽여도 좋지만 난 산 채로 그와 대면하고 싶구나."
"알겠습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큭큭, 그래 기대하고 있겠다."
그 말을 뒤로 클루드의 형상이 사라졌다. 자이로스는 눈을 빛내며 윈랜드로 잠입할 자를 생각했다. 그라면 충분히 잠입할 수 있기에 자이로스는 천천히 자신의 막사로 나와 자신의 옆에 있는 막사로 향했다.
자이로스의 막사는 나름 촛불을 켜 놓은 상태라 그런대로 안이 환했으나 이 막사는 어찌 된 것인지 온통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 동시에 어떠한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자이로스는 익숙한 듯 막사 안에 들어서며 낮은 목소리로 스완을 불렀다.
"스완"
자이로스의 무심한 목소리가 막사에 퍼져 나갔다. 그러자 막사 내부에 그림자가 꿈틀거리더니 이내 한 엘프 사내가 모습을 드러내며 자이로스 앞에 섰다.
"너에게 줄 명령이 있다."
살기로 번뜩이는 자이로스의 목소리에도 여전히 스완은 무심한 눈으로 자이로스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 ☆ ☆
"이 내가 그딴 데스나이트에게 명령을 들어야 한다니...정말이지 치욕스럽군.. 젠장.. 망할 자이로스!! 망할 벨리알!"
야낙이 중얼거리며 자신의 막사로 돌아가고 있었다. 단단히 화가 났는지 그는 연실 벨리알에 대한 욕지거리를 토해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화가 풀리지 않은 것인지 괜스레 길가에 나있는 돌 들을 걷어찼다.
"하필 벨리알에게 소환을 당하다니.. 재수가 없군!"
한참을 궁시렁거리던 야낙이 자신의 막사로 들어서려 할 때였다. 그의 주변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이내 메드니스가 모습을 드러내자 야낙이 잔뜩 인상을 구기며 대답했다.
"메드니스 여긴 무슨 일이지?"
"호호 우리 마계에 제일의 싸움꾼이 꽁지 빠져라. 도망쳐 왔다고 해서 구경 왔지~"
콧소리가 잔뜩 섞인 목소리가 야낙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연이어 메드니스의 손가락이 야낙의 잔뜩 성이 난 가슴 근육을 훑어 지나가자 인상을 구긴 야낙이 메드니스의 손을 힘껏 쳐내며 말했다.
"날 비웃으러 왔나?"
분노로 찬 야낙의 눈이 메드니스에게 닿았다. 그럼에도 메드니스는 괘념치 않은지 간드러진 웃음을 유지하며 대답했다.
"호호호! 야낙! 너무 상심하지 마~ 그리고 벨리알님이 알면 어쩌려고 그래? 너나 나나 벨리알님에게 불려진 이상 벗어날 수 없다는 거 알잖아? 운명을 받아들이란 말이야 호홋"
"난 자유를 원해 힘을 키우고 계속해서 싸워 왔다. 강제적으로 소환당해 누군가의 명을 들으며 끌려다니기 싫단 말이야 특히 저 꼭두각시 놈에게 말이야! 저급한 데스나이트 주제에! 그는 벨리알이 없다면 벌써 나에게 죽었을 몸이야! 너 역시 그러할 텐데?"
"호호 나도 어느 정도 네말에 동의해 자유의 달콤함을 잊지 않았지 하지만! 나에겐 목표가 있거든 벨리알의 도움이 필요하단 말이야."
"목표? 도움?"
야낙의 의아함을 표하며 묻자 메드니스가 비릿하게 웃어 보였다.
"마리에테 그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년이 있거든 호홋"
"그런가? 마리에테는 누구지?"
야낙의 물음에 마리에테가 살기등등한 눈빛을 빛내다 다시 간드러진 웃음을 보이며 대답했다.
"아냐 아냐 넌 몰라도 돼~ 뭐 조심하라고~ 벨리알의 명을 거역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잖아?"
"그러지.. 알겠다. 그나저나 카시오는 어디 있는지 아는가? 그 꼭두각시 놈이 물어보더군 내가 전장에 나갈 때 쯤 싸워서 말이야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군 그나저나 한번을 관심을 안 갖다가 왜 카시오를 찾는거지? 무언가 심상치 않아."
야낙의 말에 메드니스의 눈을 빛내며 입가에 미소가 다시 한번 피어올랐다. 야낙은 그러한 메드니스의 의미심장한 웃음에 왠지 모르게 가슴에 불안한 감정이 새겨졌다.
"나도 모르지~ 혹시 널 따라간 거 아닐까?"
"그럴 리가 없어! 분명 내가 따라오지 말라 했으니.. 게다가 난 와이번을 타고 갔으니 따라오지 못했을 게 분명해!"
"그래? 호호 그럼 어디 갔을까나~ 뭐 그녀 역시 나름 강하니깐. 잘 다니고 있겠지. 카시오는 나름 마법에 있어서 천재잖아?"
"흠... 그렇긴 하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메드니스의 눈빛을 보며 야낙은 영 미심쩍은 눈초리를 했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막사로 들어갔다. 아무리 카시오가 어려도 그의 능력으론 충분히 이곳에서 문제가 될 일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 야낙의 모습을 보며 메드니스의 얼굴에 가득 장난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녀의 붉은 혀를 내밀어 날름거렸다.
"곧 야낙의 표정이 재밌어 지겠네 호호"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메드니스는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며 야낙의 막사에서 멀어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