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회. 윈랜드】
"마계인들과는 엄연히 다른 존재들이란다. 나도 책으로만 들어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이 세상이 아닌 또 다른 세상, 그래 필자들은 이면세계라고 부르는 곳이 존재한다네! 그 세상에는 어떠한 인간이나 마계인 또는 신조차 없는 완전한 무질서의 세상이라 표현 했네.
그 곳은 온 세상이 온통 불바다로 이글거리고 바람은 칼날과도 같으며 오직 원한의 찬 비명만이 가득한 곳, 또는 죄를 지은 이들이 죽어 그곳으로 간다는 이야기까지 있지. 그만큼 이면세계 곧 악마들이 사는 세계를 지옥이라고 부르네.. 그리고 그러한 곳에 여러 죄악들을 먹으며 힘을 키우는 자들을 악마라고 부른다고 했네. 이게 사실인지는 모르나.. 지금으로선.."
지크문드가 확실한 정보가 아니라 뒷말을 흐렸으나 이내 카시오가 지크문드의 말을 이어받아 대답했다.
"맞아..모두 맞는 얘기야.. 그리고 실존하는 세상이야 그 세상을 어떻게 부르는지는 나도 잘은 모르지만 하나 확실한 건 마계인들도 그들을 악마라고 칭한다는 것이지..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그는 보통 평범한 악마가 아니란 거야!"
카시오가 모두를 바라보며 말했다. 왠지 모르게 카시오도 악마에대해 입에 담자 섬뜩함을 느끼는지 온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떨더니 재차 말을 이었다.
"그는 악마 중에서도 모든 악마를 다스리는 왕이야... 곧 이 세상도 온통 불바다가 되어 지옥이 되어 버릴 거야. 그러니 날 풀어주면 죽지 않게 내가 잘 말해 줄 테니 어서 좀 풀어 줘."
카시오가 조심스럽게 데미아스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그럼에도 데미아스는 카시오를 풀어 줄 마음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카시오의 상황은 안중에도 없는 듯 그녀의 얘기를 듣고 심각해진 표정이 되어 상념에 빠져 있을 뿐이었다.
"그의 힘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 건가?"
잠시 상념에 빠져 있던 데미아스가 다시 카시오를 보며 물었다. 데미아스의 질문에 카시오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이내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대답했다.
"나도 잘 몰라, 하지만 그는 아직 완전하지 않아, 만약 완전하게 이 세상에 깨어난다면.. 손짓 한 번이면 우리 같은 마계인들도 다 불타 죽게 된다는 것만 알아.."
"호.. 그 자존심 쌘 마계인들도 그 정도란 말이냐?"
지크문드가 꽤 놀란 표정으로 묻자 카시오가 다시 몸을 부르르 떨며 대답했다.
"그는... 너희가 말하는 신과 다를 바가 없는 존재야.. 그가 우릴 강제로 소환했을 때.. 너희들은 모를 거야. 그의 눈과 손짓 하나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의 마음을 그 굴욕을! 그에게 소환된 순간부터 그의 꼭두각시가 돼야 했단 말이야.."
"그렇군.."
데미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대충 알겠다. 그럼 벨리알 대신 다른 이야기를 하지 메세츠데의 적들의 수는 어느정도 인가? 이번에 쳐들어온 적들로 비교해보면 말이지"
"당연히 오늘 온 건 맛보기에 불과해 몇 배나 더 있다고! 게다가 더러운 몬스터들까지 말이야!"
"몇 배나? 확실한가?"
카시오의 대답에 데미아스를 비롯해 사무엘과 나서스의 표정이 다시 굳어졌다. 이번 습격도 간신히 막았 건만 여전히 몇 배나 되는 물량의 병사들이 남아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으나 카시오의 말은 거짓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 그렇지! 몬스터들은 어떻게 길들인 것이냐?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자연적으로 항마력을 가지고 있어 지배 마법이 통하지 않을 텐데 말이지?"
지크문드의 손가락을 튕기며 카시오에게 묻자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나도 몰라, 벨리알의 힘일지도 모르지? 그는 나에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아.. 말했잖아 난 잘못된 소환자라고.. 자! 내가 알고 있는 건 다 말했어! 그러니 어서 날 풀어 줘!"
다시 카시오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자 데미아스가 인상을 찌푸렸고 카시오는 이내 다시 기가 죽은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아직 묻고 싶은 게 더 있다. 오늘 야낙이란 자를 만났다. 너도 아는가?"
"아! 야낙 오빠 알아!! 날 얼마나 챙겨준다고!! "
"그럼 그런 자가 몇몇 더 있나?"
"그리 많지는 않아! 아직 벨리알이 다 힘을 찾지 못해서, 일단 메드니스도 좀 변태 같지만 야낙 오빠만큼 강한 마계인이야 그리고 나도.. 있지만.. 아무튼, 이렇게 셋이 소환되었어."
"야낙과 그 메드니스란 자가 그곳에 총사령관인가?"
"아니 그건 아니야."
카시오가 금세 시무룩해지며 대답했다. 꽤 표정이 풍부한 아이였다.
"야낙 오빠가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 한명 오빠 위에 있어 실질적으로 그가 벨리알의 명령을 받고 우리에게 전해 주는 역할을 해"
"혹 클루드인가?"
사무엘이 물었으나 카시오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자이로스라고 데스나이트가 한 명 있어."
"자이로스!"
사무엘과 나서스가 흠칫 놀라며 소리쳤다.
"그가 아직 살아 있나 보군?"
지크문드가 인상을 굳히며 묻자 카시오가 어이없다는 듯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살아있긴 그는 데스나이트야, 이미 죽었던 몸이 다시 살아난 거라고. 흥! 명예도 모르는 그런 하찮은 망자일 뿐이야! 그야 말로 진정한 벨리알의 꼭두각시란 말이야."
"...데스나이트... 하.."
나서스가 인상을 구기며 허탈하게 웃어 보였다. 한때는 아즈문의 마지막 방패라는 칭호를 얻었으나 이젠 기사로서 치욕적인 데스나이트가 되었다는 것에 자꾸만 허탈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사무엘도 그런 나서스와 같은 마음이었다. 지크문드는 그런 자이로스의 소식에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재능이 많던 녀석이.. 어찌 데스나이트가 되었는지.. 쯧쯧."
"저기 다 말해줬으니 이제 풀어주면 안 돼? 나 여기 싫어 축축하고 더럽고 춥단 말이야."
뒤이어 카시오가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데미아스가 잠시 고민을 하다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
"그럴 순 없다."
"왜.. 왜! 다 말해줬잖아! 야낙 오빠가 보고 싶어! 나 여기 싫어! 풀어줘 어서 풀어 달란 말이야!"
다시 카시오가 떼를 쓰듯 소리치자. 데미아스의 손에 소도가 다시 한번 번뜩이며 카시오의 머리 언저리에 멈춰 섰다. 결국 카시오는 눈물을 터트렸고 이내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을 멈춰야 했다. 그러면서도 부릅떠진 두 눈은 데미아스를 원망스럽게 쳐다보았지만 데미아스는 너무나 무심하게 카시오를 상관하지 않았다.
"마계인이니깐... 일단 성기사들에겐 말하지 말거라 사무엘 나서스. 그들이 보면 당장에 죽일 게 분명해 정보를 더 알아낼 때까지는 이곳에 나두는 게 좋겠다."
데미아스는 그 말을 뒤로 감옥을 지키는 간수에게도 비밀을 함구하라 일렀다.
"그럼 난 마흐무드 성기사들에게 가보겠네 날 기다리고 있을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