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회. 윈랜드】
데미아스는 그 말을 뒤로 감옥을 나섰다. 그 뒤로 나서스와 사무엘이 따라 감옥을 나서자 지크문드가 여전히 찝찝한 얼굴로 카시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전히 소리 없이 눈물을 뚝뚝 흘리는 어린 소녀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그 무시무시하고 오만하던 마계인으로 보이진 않았다. 그저 조그맣게 난 머리에 뿔과 뱀의 눈을 갖은 모습으로 간신히 구별이 가능했고 그 외에는 그저 평범한 어린 아이로 보였다.
그래서일가? 그런 카시오가 왜 이리도 불쌍하게 여겨지는지 지크문드가 잔뜩 인상을 구기며 마계인이며 자신의 적이라 되뇌었지만 자꾸 카시오에게 눈길이 간다.
자신이 언제부터 이렇게 정에 끌려다녔는지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했으나 이상하게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길게 한숨을 토해낸 지크문드가 카시오에 앞에 다시 서며 입을 열었다.
"후.. 너무 울지 말거라."
"날 보내 줄 거야?"
카시오가 훌쩍이며 물었다. 그러나 지크문드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어야만 했다.
"미안하구나.. 어쩔 수 없어 엄연히 너는 우리에 적이지 않으냐.. 후.. 어째서 이런 어린아이가 벨리알에게 소환이 된 것인지 쯧쯧.. 소환을 애초에 거부했으면 되었지 않았느냐?"
지크문드의 말에 카시오가 울먹이며 대답했다.
"벨리알을 몰라서 그래.. 그의 힘은 강제적이야 벗어날 수 없어!. 나도 당장 돌아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단 말이야."
"그가 그리도 강하더냐?"
지크문드의 말에 카시오가 몸을 한차례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벨리알을 생각할 때마다 소름이 돋는 듯 연실 몸을 떨었다.
"그렇군.. 대장급 마계인들을 강제로 소환하는 괴물이라.. 정말이지 조심해야겠구나."
"조심? 아냐 너희는 잘못 생각하고 있어. 차라리 그에 수하가 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거야.. 그가 정말 온전한 힘을 찾는다면.. 그가 진정으로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이 세상에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은 아무도 없어.. 제2의 지옥이 될 뿐이야!"
".."
몸을 흠칫 떨며 말하는 카시오의 경고에 지크문드가 어떠한 대답도 하지를 못했다. 그저 깊어진 고민으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런가?. 나중에 다시 오겠다. 잠시 힘들더라도 참고 있거라. 쯧쯧.."
지크문드 잠시 카시오를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돌렸다. 지금으로선 자신이 어떠한 말을 해도 그는 듣지 않을 것이 뻔했기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힘겹게 돌려 감옥을 나서자 이내 카시오의 울음소리가 감옥에서부터 들려오자 지크문드가 잔뜩 인상을 구겼다.
"그나저나 벨리알이라.."
감옥에 나온 지크문드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렇게 콧대 높은 마계인들 조차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벨리알이란 악마 때문에 걱정이 가시지 않았다. 지크문드는 한번 벨리알이란 존재를 자세히 조사해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데미아스가 간다던 회의실로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회의실로 돌아온 데미아스는 이미 회의실에 들어선 성기사단 중 한 사내와 마주하고 있었다.
그 성기사는 이제 막 3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자로 꽤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있었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게 시원시원해 보이는 상을 가진 사내였다. 그가 입고 있는 하얀색과 붉은색의 조화를 이룬 갑옷역시 그에게 굉장히 잘 어울리는 사내였다.
데미아스는 그 사내에게 악수를 건네며 입을 열었다.
"반갑네. 아즈문 제국 총사령관인 데미아스 아스란이라 한다네. 이렇게 좋지 않은 시기에 성기사들과 사제들을 봐서 더할 나위 없이 고맙네!"
"검성 데미아스님을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성기사단의 콥스라 합니다."
"그렇구려! 그나저나 마흐무드에서 이렇게 빨리 원군을 보내주실 줄은 몰랐는데 진심으로 감사를 청하고 싶은 바이네!"
데미아스의 말에 콥스라 소개한 성기사단이 멋쩍게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더 일찍 오지 못해서 오히려 마흐무드에서 죄송스런 마음을 가지고 있답니다. 게다가 직급이 낮은 저보다는 쥬디스 단장이 왔어야 하는데 하필 크게 다치셔서 오지 못했습니다. 그 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허허 이렇게 와주신 것만 해도 감사할 따름이네!"
데미아스가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하자 콥스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아! 그리고 곧 마레즈 부단장님이 루크님과 함께 오실 겁니다. 오는 도중에 윈랜드가 급박하다는 전갈을 받아 인원을 나눠 저희가 먼저 도착했답니다. 마레즈 부단장은 루크님 일행과 함께 도착할 겁니다."
"오! 루크가 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원군들과 같이 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다행이군 혹여라도 루크를 마중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거든! 지금 상황에 언제고 다시 적이 쳐 들어올지 몰라 병사를 빼기가 애매해서 말이야 어찌 됐든 마흐무드에게 또 고마워해야 할 점이 생겼구만 내 윈랜드의 총사령관으로서 정말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네!"
데미아스의 말에 콥스가 고개를 숙여 보이며 물었다.
"그나저나 전장의 상황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겁니까? 조금 전 보니 꽤 심각한 상황으로 보였습니다."
콥스가 묻자 호탕하게 웃던 데미아스가 이내 씁쓸하게 대답했다.
"그리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네 적들의 수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네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많다는 정보도 들어왔어.. 게다가 이젠 몬스터까지 길들여 와이번을 타고 오기도 하고 공성 탑이나 차를 이용해 방벽을 뚫고 들어올 지경이 되었네. 그러나 그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마계인들이 함께 했다는 것이네."
"마계인 말입니까?"
콥스의 표정이 한껏 구겨졌다. 성기사답게 마계인이 껴있다는 것에 강한 불쾌감을 느끼며 잠시 라우엘을 찾았던 콥스다 다시 데미아스를 바라봤다.
"그렇다네. 전투에서 야낙이란 자가 나와 대등하게 싸웠어.. 게다가 그 뿐 아니라 그와 비슷한 실력에 몇몇 마계인이 더 있는 것 같더군."
"데미아스님과 대등하게 싸웠단 말입니까?"
대륙 최고의 기사인 데미아스와 대등하게 싸웠다는 말에 콥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놀란 얼굴로 소리치자 데미아스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알아본 결과 메세츠데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이가 벨리알이란 악마라고 하는데. 혹시 그에 대해 좀 아는 게 있는가?"
"아... 악마 말입니까? 허.."
콥스가 놀라 하던 얼굴이 이내 경악으로 변해 잠시 고민에 빠지다 말을 이었다.
"악마 벨리알.. 저도 성기사인지라 그렇게 잘 알진 못합니다. 적어도 부단장인 마레즈님이나 쥬디스 대장이 더 자세히 알 테지만.. 그나마 제가 알고 있는 것은 악마가 직접 이름을 밝히고 현세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은 꽤 큰일이란 것입니다."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