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245화 (245/412)

【245회. 윈랜드】

"흠! 감사합니다. 계속 이야기를 하지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태초의 존제는 이내 중간계에 혼란을 야기하던 모든 신들에게 벌을 내렸답니다. 책에서는 그때에 관해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모든 세상이 숨을 죽였으며 하늘에서는 천둥 번개가 끊임없이 내렸고 비는 멈추지 않아 대지를 적셨으며 바다에는 성난 파도가 땅이 있어야 할 대지는 푸른 불기둥이 넘실거렸다고 전해졌습니다. 그렇습니다.. 마치 악마가 살고 있는 지옥처럼 표현 했습니다."

"또 악마가 나오는군?"

데미아스의 말에 콥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만의 생각이지만 그 태초의 존재가 악마가 살고 있는 그 지옥을 잠시 보여준 것이 아닌가 전 그렇게 생각한답니다.."

"흠.. 그럴 수도 있겠네.."

데미아스가 나름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대답하자 콥스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 그렇게 태초의 신의 분노에 모든 신들은 자신의 이름을 빼앗겼고 결국 중간 계에서 추방을 당했음은 물론 그들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답니다."

"그 소중한 게 무엇인가?"

"바로 감정입니다. 그들은 더이상 즐겁거나 분노하거나 슬퍼하거나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저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공간에서 어떠한 감정도 없이 마치 인형처럼 평생 여러 차원을 관리하는 벌을 받았다고 전해지지요."

"그것이 신들이 받은 벌이었군 다 따로따로 떨어진 겐가?"

데미아스가 궁금증의 찬 얼굴로 묻자 콥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이 세상에는 지금 저희가 사는 세상 말고도 여라 세상이 존재한다고 전해집니다. 물론 확실한 건 아니지만. 태초의 존재가 그 신들을 각 차원의 영역으로 보내 한 명에서 많게는 두 명만이 차원을 관리하는 벌을 내렸다고 전해집니다."

"그랬군.. 그렇다면 인간들은 어떻게 되었나?"

데미아스의 말에 콥스가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 이제부터 시작이지요 신들이 차원에서 추방당하고 자유를 되찾은 인간들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답니다. 그들은 계속해서 분노했고 분노를 풀 곳이 필요했지요! 그 분노는 곧 다른 신들과는 다르게 인간에게 잘 해주었던 신들을 믿고 따르던 이들을 배신자라 칭하며 목을 베어 성문에 매달았고 모든 신전을 부쉈지요 그렇게 그러한 짓을 막으려는 인간들 과 곧 신전을 부수고 사제들을 몰아내려는 인간들이 서로 대립을 하다 이내 전쟁으로까지 번진 것입니다."

"반종교 전쟁이군"

"그렇습니다. 결국 그 전쟁으로인해 신들에 의해 멈추었던 피의 강은 다시 인간들의 손에서 다시 흐르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그때 다시 태초의 존재가 나타나 인간들에게도 신과 같은 벌을 내렸던 것이지요."

"그 벌이란 것은 무엇인가?..."

콥스가 긴장을 했는지 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했다.

"신들에게서 빼앗은 감정으로 악마를 만든 것이지요! 조금 전 제가 말했던 칠 최종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인간들에게 시간을 주었고 수명이란 것을 만들어 주어 평생 살아갈 수 없게 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랬군.."

"그나마 라우엘님은 어떻게 된 것인지 그 힘을 잃지 않고 이 세계를 여전히 돌봐주고 있긴 하지만. 인간과 신으로 인해 만들어진 악마들은 역시 매번 세상을 넘보고 있답니다. 그렇기에 이런 일도 벌어진 것이지요. 물론 이 이야기가 정확하고 사실이 증명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허투루 볼 수 없는 내용이기도 하지요."

"흠.."

콥스의 이야기가 끝내며 자신의 앞에 놓인 물을 털어 넘겼다. 꽤 긴 이야기에 목이 턱턱 마른 듯 단숨에 마시고도 더 원하는 듯해 물주전자에 든 물을 자신의 컵에 따르고 있었다.

한편 데미아스는 심각한 표정으로 잠시 상념에 빠져 있었다. 이 흥미진진하고도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정말 사실인지 궁금증이 일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마흐무드의 성기사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음은 물론 적어도 현재 악마라는 존재가 현세에 태어난 것은 거짓이 아닌 사실이었기에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선뜻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회의실에 무의미한 정적이 맴돌았고 이내 콥스로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또는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데미아스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콥스로서는 몇 시간 같은 몇 분여가 지나고 콥스의 눈치가 꽤 커져 올랐을 때였다. 다행히도 콥스를 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열린 회의실 문 사이로 지크문드와 사무엘 나서스가 들어서자. 콥스의 표정이 금세 밝아지며 급히 몸을 일으켰다.

"오! 자네가 마흐무드의 성기사군! 반갑네 나는 지크문드라하네."

"반갑습니다. 마흐무드의 성기사 콥스라고 합니다."

지크문드와 콥스가 인사를 나누고 뒤이어 사무엘과 나서스도 같이 인사를 나눴을 때 그제야 상념에서 빠져나온 데미아스가 심각한 표정으로 콥스를 향해 물었다.

"그렇다면 그 악마를 맞서기 위해 우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것인가?"

데미아스의 물음은 한없이 진지했다. 아마 콥스의 말을 어느 정도는 믿는 듯해 보였다. 콥스도 그 점을 느끼고 다시 진지해진 표정으로 대답하려 했으나 적당하고도 명쾌한 해답은 떠오르지도 않고 애초에 알지 못했기에 조금은 씁쓸해진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 그건 제가 대답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적어도 성녀님이나 추기경님들이나 돼야 대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분들도 지금 바삐 움직이고 있으니 저희는 저희가 지금 맡은 일을 다하는 것이 최선이겠지요."

"그런가?..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할 일은.. 이 윈랜드를 지키는 것이지."

데미아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고맙네 콥스, 내가 너무 오래 붙잡았군 돌아가 쉬어도 된다네."

"아닙니다. 저야말로 데미아스님을 만나뵙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데미아스님 그리고 지크문드님 그럼 저는 이만 숙소로 돌아가겠습니다."

"고마웠네."

콥스는 그 말을 뒤로 고개를 숙여 보이며 밖으로 나서려다 다시 데미아스에게 일렀다.

"아! 그러고 마흐무드에서 내려진 공문입니다. 지금 저희가 윈랜드에 지원군의 입장으로 왔지만, 여전히 모든 통솔권은 데미아스님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고로 저희 성기사들도 거리낌 없이 명령을 내려주시면 라우엘님과 마흐무드의 부끄럽지 않게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초병을 서라 하면서겠으니 마음대로 저희를 이용해주셔도 상관없습니다.!"

"호.. 역시 마흐무드군! 만족스러워!"

콥스의 말에 지크문드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그만 가보게."

데미아스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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