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249화 (249/412)

【249회. 윈랜드】

엘레니아가 나서스를 보며 단호하게 일렀다. 그러자 나서스는 이내 한숨을 푹 내쉬더니 엘레니아를 폭 끌어안음으로 상황을 넘겼다. 뒤이어 데미아스가 다가와 루크 앞에 섰다. 꽤 자랑스럽게 쳐다보는 데미아스의 모습에 루크가 멋쩍게 웃어 보였다.

"다친 곳은 없느냐?"

"네 괜찮아요."

데미아스의 물음에 루크가 대답했다. 어느새 사무엘은 레이니에 다가가 왜 왔냐며 타박을 받고 있었고 레이니는 루크가 가는데 자기가 못 갈 이유가 없다며 반박을 하며 한껏 열을 올리고 있었다. 데미아스는 그런 레이니와 사무엘의 시끌벅적 함을 느끼며 오랜만에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얘기는 들었다. 신경 써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게다가 또다시 널 위험한 곳으로 불러서 미안하고 말이야."

"괜찮아요! 저도 아스란가의 사람인데 이런 시기에 집에만 있을 순 없잖아요!"

"껄껄! 그래 맞다. 너 역시 아스란가의 사람이지 차기 가주이기도 하고 말이야. 그리고 황후님을 구해주었다고 들었다. 장하다! 역시 넌 아스란가의 어울리는 가주다. 자신이 위험해도 아스란가의 사람은 아즈문을 지켜야 하지. 넌 잘 해주었다. 그리고 미안하고 후회 되는구나 사실 예전에는 네가 아스란가에 걸맞지 않은 아이인 줄 알아 레이니에게 가주직을 넘기려 했는데 이젠 확실히 사무엘을 이어 차기 가주가 될 남자로 성장했구나!."

"하하. 그런가요?"

데미아스의 말에 루크가 겸연쩍게 대답했다. 이러한 칭찬은 처음이라 그런지 꽤나 쑥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래, 잘했다. 녀석아! 그리고 잘 왔고. 그나저나 꽤 단체로 왔구나?"

데미아스가 엘레니아를 비롯해 에이리스, 안느란테를 보며 묻자 안느란테가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이고 에이리스도 안느란테와 같이 고개를 숙여 보이자 데미아스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루크가 위험할까 봐 같이 따라온 것이리라 생각한 데미아스가 그런 루크의 여인들에게 고마움이 느껴졌다. 그때였다. 모두가 오랜만에 만나 해후를 즐기고 있을 때였다. 모든 인원이 다 내렸을 것으로 생각한 마차 안에서 한 명이 더 내리려 하자 모두의 시선이 마차로 향했다.

"또 누가 같이 왔느냐?"

"그게.."

데미아스의 물음에 루크가 멋쩍게 대답하며 마차를 바라보자 눈에 미끄러지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마차에 내리는 금발의 여인을 보았다. 소소하게 입은 드레스로도 그 고귀함을 다 가리지 못한 여인이 천천히 마차에서 내리자 그제야 지크문드와 데미아스의 눈이 커져 올랐다. 사무엘과 나서스 역시 몸이 얼어붙은 채 한껏 당황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반가워요 데미아스님 그리고 지크문드님! 오 사무엘님과 나서스님도 있군요! 호홋!"

"어..저분은? 황후님! 뭣들 하느냐 예를 보여라."

그제야 데미아스가 놀람이 풀렸나 보다 급히 추운 눈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어 보이자 지크문드를 비롯해 사무엘과 나서스도 루미에르를 향해 무릎을 꿇어 보였다. 그러자 연무장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병사들도 얼떨결에 데미아스처럼 예를 표하기 시작하자 루미에르가 난감해하며 볼을 긁적였다.

"어, 어! 모두 그만해요! 부끄럽군요 일어나세요 데미아스! 어서요!"

루미에르가 당황한 얼굴로 데미아스를 다그쳤다. 그러나 데미아스는 여전히 요지부동에 루미에르가 인상을 구기며 조금은 언성을 높여 다그치자 그제야 몸을 일으켜으나 여전히 고개를 숙여 황후의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이, 이럴 게 아니지 윈랜드는 꽤나 쌀쌀합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아! 그나저나 이쪽 분은?"

그제야 데미아스의 눈에 멀뚱히 서 있는 성기사의 복장을 한 사내를 바라보자 사내가 멋쩍게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반갑습니다. 데미아스님 저는 성기사 마레즈라 합니다. 쥬디스 대장을 대신해 마흐무드의 지원군의 단장역을 맡고 있습니다. 혹 제 부하들이 실례를 하진 않았는지.. 걱정이 드는군요!"

"아!.. 그대가 성기사단을 이끌고 온 마레즈였구려! 콥스라는 분에게 많이 들었네. 실례라니! 일단 어서 들어오시게 황후님도 어서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데미아스가 반갑게 마레즈를 맞이하며 병영 내부로 들어섰다. 그들은 데미아스를 따라 회의실로 보이는 곳에 이르렀다. 둥근 테이블 위엔 윈랜드와 메세츠데가 표기된 지도가 놓여 있었고 여기저기 여러 서류들이 있는 곳 한 켠에는 쉴 수 있게 소파가 놓여 있는 꽤나 소소하게 꾸며진 방안에 모두가 들어서자 오랜만에 회의실이 꽉 찬 느낌이 들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오신 겁니까 황후님? 아즈문에서 연락을 받지 못했는데.."

한 병사가 모두에게 차를 다 건네자 지크문드가 물었다. 뒤이어 데미아스도 궁금한지 루미에르를 바라보자 루미에르가 겸연쩍어하며 대답했다.

"사실, 루크를 따라왔어요!"

루미에르의 말에 데미아스를 비롯해 지크문드의 표정이 루크에게 향했고 사무엘과 나서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루크는 그들의 시선에 그저 어깨를 으쓱해 보일 뿐이었다.

"얘기하려면 길지만 모두의 표정을 보니 다 해야겠군요?"

데미아스를 지크문드 역시 의아함을 품고 있어 루미에르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녀는 한차례 흠흠 거리며 차로 목을 축이고는 이어 지난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자신이 납치를 당하고 나서부터 루크에 도움을 받은 일, 그곳에서 도망쳤던 일까지 꽤 긴 이야기가 이어졌고 이내 루미에르가 목이 타는지 뒷 내용을 루크가 바통을 이어받아 마흐무드에서의 이야기로 끝 맞치자 데미아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회의실에 정적이 흘렀다.

"흠.."

시시각각변하던 데미아스와 지크문드의 얼굴 사이로 안도의 숨이 흘러나왔다. 사무엘과 나서스 역시 별반 다르지 않게 잔뜩 걱정을 하다가도 이내 루크가 다행히 살아 돌아오게 되었고 마흐무드에 있었던 일에 또다시 걱정을 했다. 마지막에는 레이니가 신물을 얻게 되었다는 것까지 들었을 때는 잔잔한 미소까지 흘러나왔었다.

그렇게 모든 이야기가 끝나자 해는 어느새 중천에 이르렀고 잠시 멈췄던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몸은 정말 괜찮은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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