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250화 (250/412)

【250회. 윈랜드】

얘기를 끝낸 루크에게 잠시 정적이 흐르던 회의실에 데미아스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자 루크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흠.. 괜히 몸도 성치 않은 너에게 괜한 부탁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구나? 여긴 춥고 위험한 곳인데.."

"전 정말 괜찮아요!"

루크가 미소를 그리며 대답했으나 여전히 데미아스의 얼굴엔 걱정이 가득했다.

"그나저나 그 마리에테의 신물이 다 모인다면 그들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냐?"

지크문드가 궁금증에 못 이겨 묻자 루크가 대답했다.

"저도 자세히 또는 라우엘님의 생각을 자세히 알지 못해요. 하지만. 라우엘님의 신탁으로 만들어진 물건이니 분명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몰라요."

"그랬구나.. 그랬어.. 그럼 마흐무드에 있는 것까지 해서 총 여섯 개가 모인 것이냐?"

지크문드의 물음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여섯 개가 더 남았지만 루크의 얘기를 들었다면 언젠간 때가 되면 모이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였지만 불같은 성격의 지크문드는 꽤 조급해 보였다.

"어서 모여야 어떻게 될지 알 수 있겠구나.. 그렇지! 잊을 뻔했구나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루크 네가 만든 무기를 당장에 만들 수 있는 것이야? 정말 가능하겠느냐?"

지크문드가 화제를 바꿔 묻자 루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곧 로제스 누님이 상단을 이끌고 올 거에요, 저희 나달 상단과 같이 올 테니 오자마자 바로 만들어 보급하도록 할게요!"

"호 로제스라면 그 다닐루가의 아이 말이더냐?"

지크문드가 눈을 빛내며 묻자 루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참한 아이던데 다행히 구나! 저번에 인연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말이야! 좋아! 다행히 마흐무드에서도 지원군이 왔고 이젠 충분히 해볼 만 할게야!"

"그나저나 루미에르님은.."

데미아스가 여전히 걱정스런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루미에르에게 묻자 루미에르가 단호하게 일렀다.

"저도 며칠간같이 있을거에요!"

"위험합니다. 게다가 재상도 모르는 것 같은데. 적어도 재상에게 연락은 하겠습니다."

데미아스 역시 단호했다. 그만큼 루미에르에가 이 곳에 있기엔 너무나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하하.. 꽤 한 소리 듣겠네요.. 재상은 여전히 제가 마흐무드에 있을 거라 생각할 텐데.."

루미에르가 멋쩍게 대답하며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지크라엘이 성격상 짧게는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아실 겁니다."

"그렇죠.. 헤헤... 그래도 제가 이곳에 있다면 지크라엘이 더욱 빨리 병력을 이곳에 보낼 거에요. 그리고 제가 직접 옴으로 윈랜드에 병사들에게도 사기를 이끌어낼 수 있을 거고요!"

"그렇게 되면 좋으련만. 황후님에게 아무 일도 없어야 할텐데 말이지요."

"너무 걱정 말아요 모두!"

루미에르의 말에 데미아스가 지크문드를 바라보자 지크문드가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어차피 이왕 루미에르가 오게 된 이상 어쩔 수가 없었다. 게다가 루미에르의 성격상 강제로 보내려 해도 의외로 고집이 세 가지 않음이 분명했기에 이내 데미아스도 걱정스런 표정을 지우며 상황을 받아들였다.

"알겠습니다. 황후님 그리고 감사합니다. 분명 아즈문의 황후가 이곳에서 병사들을 독려해주면 충분히 사기가 오를 겁니다!"

"그래요! 데미아스!"

그제야 루미에르가 환하게 웃어 보였다. 혹여나 강제로 아즈문으로 보내지 않을까 속앓이를 했기 때문이었다.

☆ ☆ ☆

한편 메세츠데 진영이었다. 횃불의 불빛조차 없이 짙게 내려앉은 어둠 속에서 야낙이 불안한 모습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엔 조급함이 느껴졌다. 그런 야낙의 발걸음이 이내 어느 한 병사 앞에 멈춰 섰다.

"이봐 나와 같이 다니던 조그마한 여자애 한 명 보지 못했나? 이름은 카시오다!"

야낙의 말에도 병사는 그저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생기라고 전혀 느껴지지 않은 병사 야낙이 잔뜩 인상을 구기며 소리쳤다.

"망할 허수아비 자식들! 내가 너희 같은 놈들에게 물어본 내 잘못이다!"

신경질적으로 돌아서며 이내 다른 막사로 향할 때였다. 누군가 야낙을 가로막았다.

"메드니스?"

"호호 야낙? 무슨 일로 그렇게 안절부절못하시나?"

여전히 간드러진 콧소리로 비꼬는 듯 내는 메드니스의 목소리에 야낙이 지금은 그러한 비꼼에도 괘념치 않고 다급히 물었다.

"카시오를 보지 못했는가?"

"호호 우리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마계에 싸움꾼도 동생이 걱정되긴 하나 보지?"

메드니스가 몸을 비비 꼬며 말하자 야낙의 표정이 굳어지며 목소리를 한껏 내리깔았다.

"어디에 있는지 아냐고 물었다.. 자이로스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저번에 무언가 알고 있다고 느꼈다. 알고 있는 게 있지?"

"호호 인상 쓰지마~ 주름 생겨~ 뭐 조금 알긴 알지."

"안다고? 왜 말하지 않았지?"

"글쎄~? 왜일까?"

메드니스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야낙을 비꼬자 어느새 야낙의 손에 기다란 대검이 들려 메드니스를 겨누고 있었다. 동시에 스멀스멀 풍기는 살기는 마치 한 마리의 짐승이 되어 메드니스를 향해 거대한 송곳니를 들이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메드니스의 표정은 여전히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

"호홋, 살짝 귓뜸 해준 게 있거든."

"무슨 소리지?"

"그래! 음~ 그게 말이지, 카시오가 많이 어리잖아? 그래서 벨리알님에게 병력을 받지 못해서 꽤 실망한 눈치더라고 그래서 내가 살짝 귓뜸 해줬지 야낙 네가 싸우러 갈 때 몰래 뒤따라 가서 전공을 세우라고 그렇다면 너도 야낙과 함께 전장에 설 수 있을 거라고 말이야! 호호홋 그 이후로 카시오가 보이지 않던걸?"

"... 너.."

"잘 알지 야낙? 벨리알이 너에게 내린 약속! 너희 남매 중 한명이 무단으로 도망치면 평생 벨리알의 종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야. 호호호"

"..."

야낙의 눈이 무섭게 변해갔다. 이글거리는 황금빛 눈과 살기는 더욱 짙어져 형상으로 보일 정도였다. 메드니스는 그런 야낙의 모습에 간드러지게 웃으며 소리쳤다.

"어머~ 무서워라~ 무서워서 이거 원~ 도망쳐야겠네~"

말은 그러해도 표정은 여유로워 보였다. 동시에 몸이 연기로 둘러싸이며 형상을 지워 갔다. 그 모습을 무심히 바라보던 야낙은 이내 검을 거두며 불안한 표정으로 변해 있었다. 만약 메드니스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는 여전히 윈랜드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 혹여나 잘못되어 그녀가 죽기라도 한다면 야낙은 괴로움을 못 이길 것이라 생각했다.

"카시오.. 하.. 왜 알지 못했을까."

야낙이 잔뜩 걱정스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출전하기 전 자신도 같이 가겠다던 카시오와 한바탕 다툼이 떠올랐다. 그러면서도 출전 날 보이지 않던 카시오의 모습에는 여전히 삐쳐 보이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분명 벨리알과의 약속 중 하나로 윈랜드를 정복하게 된다면 자유를 보장해준다던 약속을 카시오도 알았나보다. 하지만 카시오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일부로 병력을 주지도 않고 따라오지도 않게 했는데 이러한 사단이 일었다.

야낙은 이 모든 일이 자신 때문이라며 자신이 멍청했다라고 자책했다. 그러면서도 메드니스와 자이로스를 향한 분노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며 야낙이 이를 갈았다.

분명 메드니스와 자이로스가 만든 꾀일 것이다.

"메드니스.. 자이로스.. 이 빚은 꼭 갚아 주마.."

야낙이 살기등등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때였다. 때마침 몇몇 흑의를 입은 그림자가 메세츠데 진영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야낙의 시선이 저절로 그들에게 향했다.

"스완이란 엘프였던가? 그래.."

그들을 보던 야낙도 이내 그들이 날린 곳으로 몸을 날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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