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회. 윈랜드】
루크는 빨리 이 상황을 넘기려 급히 주제를 바꿔 루미에르를 향해 묻자 그녀가 잠시 루크를 향해 능글맞은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이내 다시금 미소를 그리며 대답했다.
"근래 고민이 생겨 잠을 이룰 수가 없어서..."
"고민이요?"
루크의 말에 루미에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에이리스님과 내 동생이랑 꽤 진지한 얘기를 나눴거든 마흐무드에서 그 생각에 신경 쓰여서 잠이 잘 안 오네. "
"그랬나요? 무슨 심각한 얘기였나요? 평소 루미에르님 답지 않게 꽤나 심각한 표정인데요?"
"호호 평소 내가 어떻길래?"
루미에르가 나름 진지해진 표정을 지우고 다시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물었다. 루크는 그런 루미에르를 미소를 보며 또다시 넋을 잃을 뻔했다.
확실히 미모로 보면 그 어떤 이들과 전혀 밀림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게 보이는 그녀는 겨울밤 쌀쌀한 바람에 의해 얼굴에 살짝 홍조를 띠고 있음에도 그 아름다움을 채 가리지 못하고 있었다.
"루크?"
결국 넋을 잃은 루크의 모습에 루미에르가 다시 루크를 부르자 그제야 상념에서 빠져나온 루크는 이내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아,! 하하 죄송해요?"
"정신을 어디다 두는 거니? 그나저나 궁금한걸? 평소 날 어떻게 생각했어? 말해주지 않을 거야?"
"그게.."
루크가 잠시 겸연쩍어하며 루미에르를 바라보자 호기심에 찬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루크를 향해 여러번 눈을 껌뻑였다. 그런 루미에르의 행동에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귀여움이 느껴졌다. 루크는 다행히도 이 추운 날씨에 자신 역시 다른 의미로 붉어진 얼굴을 숨길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냥.. 언제나 활발하시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이끌어주시기도 하고.. 뭐.. 활기 차다고 해야 하나.. 하하.."
"하하 그게 뭐니? 재미없네~ "
루크의 말에 루미에르가 말은 그렇게 해도 활짝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그렇게 한참을 웃던 루미에르가 다시 루크를 보며 말을 이었다.
"참 다행인 것 같아.."
루미에르가 이내 시선을 돌려 소복이 쌓인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루크는 그런 루미에르를 보며 고개를 갸웃하자 루미에르가 키득거리며 말을 이었다.
"남편을 잃고.. 할아버지도 잃고... 나에게 이렇게 악재가 이어진 해는 없었던 것 같아.. 그 드높던 아즈문이 무아란과 흑마법사들에게 점령을 당하기도 했고, 감금을 당하기도 했고 또! 납치를 당하기도 했지? 에휴! 참으로 다사다난하네 이번 해는.. 너무 힘들었어..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아직 내 아이들 세이실과 루이서스는 이리도 어린데.. 그렇다고 난 할 줄 아는 것도 그닥 많지 않거든.. 확 도망이라도 가버리고 싶다니깐~"
"그랬나요..?"
"응.. 하지만 정말 다행히야... 널 만나게 된 것을"
"저를요?"
루미에르의 말에 루크가 화들짝 놀라 하며 고개를 갸웃해하자 그 모습이 웃겼는지 루미에르가 짧게 웃어 보였다.
"설마.. 그 구해주신 것 때문이면... 이미."
"아니 그런 거 말고. 그냥 음.. 너와 함께 다니면서 진심으로 웃을 수도 있었던 것 같아! 매번 황후라는 자리 때문에 이렇게 마음 놓고 얘기를 해본 적도 없었거든 매일 격식을 차려야 했거든. 내가 웃는 것이 진짜 즐거워서 웃는 것인지.. 아니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웃음인지 지금에 와서는 정말 모든게 거짓이었다고 느껴지는걸.."
"그랬군요.."
루크가 씁쓸하게 중얼거리자 루미에르 역시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황후라는 자리가 다른 이들은 어떻게 바라볼지는 모르지만... 그리 편안하고 행복하기만 한 자리는 아닌 것 같아. 게다가 그런 대단하고도 고귀한 자리는 내가 원하는 자리도 아니고 나와 어울리지도 않아.. 내 진짜 모습은 너희와 같이 있던 그 모습이 진정 내 모습인걸.. 언제고 다시 이렇게 떠들썩하게 웃으며 떠들 수 있으려는지. 물론 지금 시국이 위급한 시국이긴 하지만 왠지 한편으론 기쁘기도 한걸.. "
"그래서 윈랜드로 같이 따라온 것인가요?"
"흠 글쎄~"
루크의 물음에 루미에르가 눈을 가늘게 뜨며 루크를 바라봤다. 루크는 그런 루미에르를 보며 왠지 모르게 심장이 뛰어오르는 것 같았다. 혹여나 고동치는 심장 소리가 루미에르에게 들리지 않을까 걱정까지 들 정도였다.
"너에게 참으로 고마워, 네가 날 도와주고 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젠 다시 느끼지 못할 따스함을 느꼈어 마치 나의 할아버지처럼.. 하핫 무뚝뚝했던 제이서스도 나에게 그러지 못했거든. 특히 내가 정식으로 황후가 된 이후부터 그놈에 격식이 무엇인지 다 허례허식이라니깐? 에휴! 무뚝뚝하던 사람이 황제가 되더니 더 무뚝뚝하다 못해 이 윈랜드에 한파와도 같았다니깐? 재미가 없어! 쯧"
루미에르가 괜스레 잔뜩 양볼을 부풀리며 제이서스를 향해 투덜거리자 그런 모습에 귀여움을 느낀 루크가 키득거리며 대답했다.
"하하! 저야말로 루미에르님과 같이 있을 수 있어서 재밌었던 걸요!"
"그렇니?"
루미에르가 다시 묻자 루크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또다시 루크에게 가까워졌다.
"혹시 궁금하지 않니? 에이리스와 크리스티나가 나에게 해주었던 이야기를 말이야."
"흠.. 궁금하긴 하지만.. 하기 힘든 말이면 굳이 하지 않아도 돼요."
"그래? 그래도 궁금하지?"
루미에르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다시 묻자 루크가 쑥스럽게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사실 꽤 궁금하긴 하네요. 하핫.."
"그래? 흠~ 말해 줄까?"
"해줘도 된다면 들어보고 싶어요."
"흠... 좋아! 해줄게. 너무 놀라지 마 호홋"
루미에르가 나름 진지하게 변했다. 루크는 마치 무슨 크고 중대한 사실이라도 말하는 것 같은 루미에르의 표정에 내심 긴장을하며 그녀를 바라보자 루미에르의 붉은 입술이 천천히 떨어졌다.
"에이리스가.. 나보고.."
"네.."
"널 좋아하느냐고 묻던데."
"...예?"
잠시 정적이 흘렀다. 루미에르의 표정엔 여전히 진지해 보여 이번엔 장난이 아닌 것 같기도 하자. 그제야 루크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