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257화 (257/412)

【257회. 윈랜드】

"그, 그게 무슨? 에이리스님이요?"

"응."

"...자, 장난인가요?"

"지금 내가 장난으로 보이니?"

루미에르의 진지한 표정이 루크의 얼굴 앞에 멈춰 섰다. 커다랗고 살짝 눈매가 올라간 눈과 소복하게 쌓인 눈처럼 새하얀 피부와 대조되는 붉은 입술이 루크의 앞에 가까워져 있었다.

그녀가 뿜어내는 따뜻한 입김이 루크의 얼굴에 닿았다. 루크는 더이상 추위로는 숨길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하자 루미에르의 입가에 매혹적이고도 농익은 미소가 그려졌다. 루크는 그러한 루미에르의 표정에 심장이 덜컹 내려 앉으면 녹아버릴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마치 서큐버스의 유혹처럼 루크의 마음을 간지럽히는 루미에르의 미소에 지금 당장에라도 루미에르의 저 붉은 입술을 빼앗고 탐하고 싶은 마음으로 요동치고 있었다.

"내가 뭐라고 대답했을지 생각해 봤니?"

"아.. 아뇨.."

당황함에 루크가 말을 더듬으며 대답하자 루미에르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눈을 가늘게 떴다.

"확실한 대답을 하지 못했어."

"...."

"그래서 내 마음을 누구보다 입이 무겁고 나와 가장 가까운 크리스티나에게 물었지."

"...."

"그래서 크리스티나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아니?"

"아.. 아뇨.."

루미에르의 얼굴이 차츰 더 가까워졌다. 루크는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려 했으나 어느새 루크의 등엔 벽이 자리해 더이상 뒤로 갈 수가 없었다.

"일단 키스부터 해보고 그때 아니면 장난이라고 넘기라던데? 호호홋! 남자도 모르는 애가 장난으로 대답한 것이 아닐까? 아니면 진심일까?"

"저.. 저기.. 화.. 황후님."

어느세 루미에르님에서 황후로 호칭이 변경된 루크가 잔뜩 얼어붙은 얼굴로 루미에르를 불렀으나 루미에르는 대답이 없었다. 차츰 가까워지는 입 그녀의 붉은 입술이 바로 루크의 입술 앞에 멈춰 섰다.

"그래서.. 나도 내 마음을 몰라서 지금 해볼려구.."

"그, 그게 저희는 지금 읍..."

루크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대담하게도 루미에르의 입술이 루크의 입술에 덮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일반적인 입맞춤으로 시작했다면 그 입맞춤은 점차 시간이 갈수록 진해지기 시작했다. 서서히 루미에르의 입술이 적극적으로 루크의 입술을 빨았고 혀를 내밀어 루크의 입술을 강제적으로 열어냈다. 뒤이어 루미에르의 혀가 루크의 입안으로 들어와 루크의 혀를 간지럽히자. 루크는 여전히 놀란 얼굴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혹여나 지금 이 일이 꿈이 아닌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입술과 혀에 느껴지는 이 감각은 현실이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었다.

"흠.."

그렇게 한동안 이어진 키스를 뒤로 서서히 둘의 얼굴이 떨어졌다. 루미에르의 얼굴에도 어느새 홍조가 띠어 있었고 루크는 벌겋게 익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에이리스도 그렇고 레이니, 엘레니아, 안느란테 그리고 로제스까지 너를 두고 사랑싸움하는 모습이 꽤 신경이 쓰였는데. .그이유를 이제 알 것 같아.."

"어.. 그...어.."

루미에르의 미소가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뒤이어 흘러나온 말에 얼어붙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루크는 도통 그게 무슨 뜻인지 단번에 이해가 되지 않아 잠시 고민을 해야 했다.

"이것도 라우엘님이 내게 내려주신.. 새로운 인연일까? 할아버지가 말해주던? 솔직히 제이서스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그에게는 부족한 게 있었어 그게 뭔지 아니?"

"아.. 아뇨."

"바로 감정표현이야.. 말했잖아 그는 너무 무뚝뚝했거든.. 그러다보니 내가 오히려 적극적으로 변했지.. 하지만 궁금했어? 그는 날 진심으로 사랑하긴 하는가 하고 말이야?"

"폐.. 폐하께서는.."

"후훗 알아. 분명 날 사랑했을 거야 그 목각 인형과도 같은 아저씨는.. 그런데 난 언제나 아쉬웠거든.. 언제나 내 본 모습을 숨기고 나에게 걸맞지 않은 자리에서 허례허식으로 지내야 했지, 그런데 넌 그와 다른 것 같아 질투가 날 정도로 말이야. 그리고 그가 가지지 못한 능숙함도 있고 말이지.."

"그 능숙함이란게.."

루크가 당황하며 묻자 루미에르의 표정이 더욱 농익어가며 매혹적인 눈 웃음을 연실 뿜어냈다.

"정말 몰라서 묻는거니?"

"그, 그게."

루크가 얼버무렸다. 아마 키스일거라, 루크는 괜스레 볼을 긁적이자 다시 루미에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아! 마음먹었어!"

"예?"

"나도 끼워줄래?"

"어.. 어디를요?"

"네 마음속에.."

그 말을 뒤로 루크가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끝내 이을 수 없었다. 다시 루미에르의 입술이 루크를 덮쳐 왔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다시 이어진 진한 키스를 뒤로 루미에르가 다시 한번 루크의 입술에서 떨어지자 루크의 표정에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하아~ 키스만으로도 이렇게 흥분되네.. 후훗 자! 넌 어떻게 생각하니?"

"그.. 그게.. 전.. 그저 한낱 공작가의 아들이고 황후님은.. 아즈문에..."

"계급은 필요 없어. 네 진짜 속마음을 알고 싶어! 만약 네가 싫다고 하면 여기서 끝낼게. 어서 말해줘"

"..."

루미에르의 표정이 한없이 진지했으며 살짝 눈동자에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녀 역시 부끄러움을 참아가며 그러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루크는 이 난감한 상황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으나 이내 결심한 듯 루미에르를 바라봤다.

"아마 그리 축복받지 못할 거에요.."

"알아."

"황후님의 자리가 위태로워질지도 몰라요."

"허울뿐인 자리야. 어차피 루이서스의 옆엔 지크문드가 있고 황가의 피는 오직 루이서스 뿐이야 그리고 난 지크라엘을 믿어 그라면 루이서스를 잘 가르쳐 줄테니 난 걱정하지 않아. 그리고 아즈문의 후대 황후님들도 새로운 남자를 두었는걸! 그러니 상관하지 않아."

"그리고 알죠? 저에겐 꽤 질투가 많은 사람도 있어요"

"훗 알아. 하지만 나라고 밀리지 않는걸? 안 그러니?"

루미에르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콧대 높은 얼굴을 들어 보인다.

루크는 겸연쩍어하며 잠시 한숨을 내쉬고는 루미에르를 향해 대답했다.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분이.. 이렇게까지 해주는데.. 하찮은 제가 어떻게 거절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후훗! 솔직히 나 정도 되는 미인은 내가 생각하기에도 별로 없어. "

"하하.."

장난기 가득한 루미에르의 농에 루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오늘 이후로 시작이야."

다시 루미에르의 입술이 루크의 입술을 덮쳤다. 이번엔 딱딱하게 얼어붙거나 강제적인 느낌이 드는 키스가 아니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키스가 이어졌으며 이내 잠시 멈췄던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했으나 추위보다는 따스함이 느껴진 윈랜드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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