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258화 (258/412)

【258회. 윈랜드】

다음날이었다. 로제스와 나달이 가득 재료들을 여러 대의 마차에 싣고 윈랜드에 도착했다. 꽤 먼 거리를 바삐 달려왔는지 말 들은 지쳐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마차는 진창이 된 거리를 달려 온통 진흙과 얼룩으로 가득해 있었다.

"화약은 조심하셔야 해요!"

아침부터 바빠진 루크는 이리저리 재료들을 병영 내에 쓰지 않은 방을 개조 해 넓게 만든 뒤, 깔끔히 치워 연구실겸 제작실로 바꾸기 시작했다.

루크는 로제스를 따라온 몇몇 장인들과 병사들의 도움으로 방을 개조할 수 있지 이번엔 루크를 도와줄 마법사 몇 명과 로제스를 비롯해 레이니를 제외한 루크의 여인들이 도와준다고 나서 금세 폭탄 제작에 돌입할 수가 있었다.

레이니는 도와주고 싶어 했으나 레오니르에 닦달에 결국 울상이 되어 혼자 개인 훈련을 하러 가야만 했다.

그렇게 루크가 진두지휘를 맡아 로제스와 안느란테는 재료들의 보급을 담당했으며 엘레니아는 윈랜드 소속에 마법사 둘과 만들어진 폭탄에 경량화 마법을 그려 넣어주었다. 뒤이어 에이리스와 루미에르가 루크와 같이 폭탄 제작을 맡았다.

"이게 뭐야?"

어제 이후로 한껏 가까워진 루미에르가 루크에 옆에 달라붙어 묻자 에이리스가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둘의 행동에 루크가 머쓱해하며 대답했다.

"목곡이라고 해요 이것으로 폭탄이 터지는 시간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어요 그리고 이 대나무 통은 목곡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해요 그리고 이 쇠 구 안에 철과 화약을 배분해서 넣으면 그리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조심해야 해요 혹시라도 잘못하다가 심지에 불이라도 붙는다면 화약이 뻥하고 터져버릴 거에요 그렇게 된다면 정말 큰일이 날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 이곳은 화약이 가득 찬 방이란걸 잊으시면 안돼요! 잘못하면 연쇄 폭발이 일어날 거에요."

루크의 말에 루미에르와 에이리스가 잔뜩 긴장했는지 고개를 끄덕이자 루크가 키득거리며 다시 대답했다.

"그렇다고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고요! 자 시작해요!"

뒤이어 루크가 먼저 시범을 보인다. 잘 만들어진 쇠구 안에 화약과 철을 넣고 그 안에 대나무 통으로 보호되어 있는 목곡을 넣고 밖으로 심지를 빼내었다. 그리 어렵지 않은 제작 과정에 루미에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 그리 어렵진 않지만 비율이 중요한 거구나?"

"맞아요. 말씀대로 만들기는 어렵지는 않지만, 비율이 중요하죠. 자 제가 따르는 양만큼 넣어주시면 돼요!"

루크의 대답에 루미에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루크를 곧장 따라 했다. 뒤이어 에이리스도 루크 옆에 붙어 따라하기 시작하자 금새 만들어내기 시작하는 루미에르와 에이리스였다.

"이제부터 바빠질 거에요 만드는 양이 최소 몇백 개는 만들었으면 하거든요. 그래야 병영에 병사들에게 제때 보급할 수 있어요!"

"알았어!"

그렇게 오늘부로 루크의 일은 연구실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제작으로 시작해서 제작으로 끝나는 일과가 시작되었다. 로제스 덕분에 가득 쌓여가는 재료들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루크가 만드는 것에 호기심을 느끼던 몇몇 병사들도 점차 추가되어 그 작업속도가 더욱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름 무탈하게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늦은 밤, 지친 모두가 자신의 숙소로 향하고 홀로 연구실에 남은 루크가 나머지 정리를 하고 있을 때였다.

윈랜드의 방벽 아래 인기척이 느껴졌다. 몇몇 흑의를 입은 사내들이 방벽 아래 높게 솟아오른 방벽을 바라보다 이내 한둘씩 등의 메어진 갈고리로 천천히 방벽을 타기 시작했다.

흑의 인들에겐 다행히도 하늘이 도와주는지 달빛마저 구름에 가려 빛 한점 보이지 않았기에 방벽 위를 지키는 초병들에게 쉽사리 걸리지 않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오르던 흑의 인들이 방벽을 타 넘으려 할 때였다. 병벽을 감시하던 두 명의 초병과 눈이 마주쳤다. 초병은 놀란 눈으로 소리치려 할 때 한 사내가 품에 작은 소도를 날려 초병의 머리를 명중시켰고 이내 옆에 있던 초병도 조금 전의 초병과 같은 모습으로 힘없이 쓰러지며 방벽 아래로 떨어지자 간신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사내는 이내 조심스럽게 방벽 위로 올라섰고 이내 빠르게 아래로 내려가자 그 뒤를 따라 수십의 흑의 인들도 사내를 따라 걸음을 옮겨가며 윈랜드 안에 입성했다.

잠시 사내가 건물 외각 그림자에 숨어 흑의 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는 루크 아스란을 찾아 생포해 와라 정 생포할 수 없다면 죽여도 좋다. 난 이곳 있을 군사지도를 찾겠다.

사내가 흑의 인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흑의 인들이 두말할 것도 없이 명령에 복종하며 그림자 속에 몸을 숨겼다. 사내도 그들을 따라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며 그림자에 몸을 담그자 차츰 형태가 사라지더니 완전히 그림자와 한몸이 되어 자신의 모습을 감추었다.

☆ ☆ ☆

한편 연구실이었다. 한창 연구실을 마저 정리를 하던 루크의 머릿속에 오랜만에 아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크!-

"아리스 오랜만이네요? 무슨 일이죠?"

필요한 말을 빼고는 말이 없던 아리스이기에 오랜만에 듣는 아리스의 목소리가 반가웠는지 루크가 상기 된 목소리로 대답하자 아리스가 다급하게 루크를 제지했다.

-목소리를 높이지 말아라. 누군가 이곳에 침입했다. 이질적인 기운이야. 네가 살던 곳을 습격했던 자들과 비슷한 기운이다.-

'정말인가요?'

아리스의 말에 루크가 잔뜩 굳어진 표정으로 심상으로 대답하자 아리스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총 서른명 정도로 꽤 강한 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아리스의 말에 루크가 급히 인상을 구겼다. 루크는 급히 만들어 놓고 아직 정리를 하지 못한 몇몇 개의 폭탄을 손에 들어 보이려 했으나 하필 지금 이곳엔 갖은 화약들이 가득해 아쉬워하면서도 다시 폭탄을 내려놓아야만 했다.

루크는 굳어진 인상으로 하필이면 지금 자신을 지킬 무기가 없었다는 것이 아쉬웠다.

"일단 아리스 현신을 해요! 사람들을 깨워야겠어요."

-알겠다.-

루크의 말에 손목에 찬 팔찌가 영롱한 빛을 내뿜더니 이내 뿜어내던 빛 사이로 아리스의 모습이 드러났다. 푸른 색의 몸을 가지고 루크보다 두 배 정도는 커다란 몸체를 가진 아리스의 모습에 루크는 왠지 모를 든든함이 느껴졌다.

"모두를 깨워야 해요!"

"알았다."

그말을 뒤로 다급히 연구실을 빠져나오자 마침 레이니도 레오니르를 뽑아들고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레이니 누나?!"

"루크! 조심해!"

레이니가 소리쳤다. 동시에 옆에 있던 아리스가 루크를 가로막으며 뭉툭한 자신의 팔을 들어 보이자 흑의를 입은 사내의 검이 아리스의 팔에 막히며 불똥을 튀었다.

뒤이어 또 다른 흑의 인이 아리스를 무시하고 루크를 향해 기다란 검을 찔러 들었으나 이번에도 아리스가 남은 손으로 흑의 인의 검을 붙잡아 손아귀의 힘만으로 검을 부셔내었다.

"저희 가문에서 봤던 사람들과 똑같아요!"

흑의 인들을 보며 루크가 소리쳤다. 뒤이어 다른 흑의 인들이 루크를 향해 쇄도해 오자 아리스가 루크 앞을 막아서며 소리쳤다.

"날 지나치지 않고 루크에게 손끝 하나 댈 수 없을 것이다.!"

"루크!"

뒤이어 레이니가 싸움에 끼어들었다 몇 명의 흑의 인들이 레이니에게 붙자 그녀는 레오니르를 들어 보이며 흑의 인들을 검을 맞서기 시작하자 금세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덕분에 한둘씩 병영 내부에 불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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