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회. 윈랜드】
안느란테가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 동시에 하나의 기술이 안느란테의 기억에 스쳐 지나가자 안느란테는 다급히 몸을 굴렀다. 그러자 조금 전 정령들이 날려 보낸 마법이 안느란테의 그림자로부터 쏟아져 나와 애꿎은 허공을 강타하고 사라졌다.
"당신은 설마.."
안느란테의 눈가에 파문이 일며 소리쳤다. 그러나 스완에겐 어떠한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다시 한번 품속에 작은 소도를 꺼내 안느란테에게 날렸고 안느란테의 주위로 정령들이 가로막았다.
"똑같은 기술!"
안느란테가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려 했으나 이내 스완이 날린 소도가 불쑥 튀어나온 그림자에 먹혀 모습을 감추자 안느란테의 표정이 어리둥절하게 변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뒤쪽에서부터 무언가 위험하다는 신호가 마구 귓가를 울리며 살갗을 찌릿 울리자 안느란테가 본능적으로 몸을 틀었다. 그러나 체하나를 다 피하지 못해 그녀의 어깨를 하나의 소도가 스쳐 지나가자 그녀의 어깨로부터 붉은 핏방울이 허공에 튀었다.
"꺄악."
아리는 어깨,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지만, 꽤 심상치 않은 기운이 어깨에 스친 상처로부터 밀려오기 시작하자. 안느란테가 잔뜩 인상을 썼다.
"어째서.. 엘프가 마계의 기운을 사용하는 것이지요?"
".."
"대답해요!"
여전히 대답이 없는 스완 그가 다시 한번 검을 들어 보이려 할 때였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스완이 짧게 혀를 차며 다시 형태가 그림자로 변하려 하자 안느란테가 소리쳤다.
"놓치지 않아요!! 모두 부탁해요!"
급히 활의 시위를 메겼다. 동시에 세 명의 정령에게 부탁하자 활과 화살에 정령에 기운이 깃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른 어깨가 아려와 제대로 조준이 힘이 드는지 화살을 붙잡은 오른손이 자꾸 떨려왔다.
"젠장."
결국 제대로 조준하지 못한 화살이 그림자로 변한 스완에게 나아갔고 이내 무언가 찢기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나 어디에도 스완의 모습은 보이지 않자 안느란테가 잔뜩 인상을 구기며 그림자가 나아간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 ☆ ☆
난장판이 되어 버린 상황이었다. 잔뜩 무장한 병사들이 한둘씩 모습을 드러내며 흑의 인들을 둘러 쌓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아리스가 심각한 얼굴로 루크에게 소리쳤다.
"실험실에도 누군가 있다. 루크!"
"뭐? 이크! 아버지! 전 실험실로 갈게요!"
아리스의 말에 루크가 급히 사무엘에게 소리치자 사무엘이 무어라 말할 새도 없이 루크는 급히 달려 실험실로 향했다. 그 뒤를 아리스가 뒤따랐고 이내 실험실에 도착하자 한 사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내는 루크가 만들어낸 작품을 이리저리 보고 있었는데 루크가 들어옴에 천천히 몸을 일으켜 루크를 바라봤다.
"당신은 누구죠? 클루드가 보낸 자인가요?"
추운 날씨임에도 흙빛으로 빛나는 상의를 풀어 헤치며 머리에는 하나의 뿔이 자라난 사내였다. 척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풀풀 풍기는 사내의 모습에 루크가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사내의 시선이 루크에게 향했다.
"넌 누구냐?"
"무슨 소리죠?"
중 저음에 목소리가 루크의 귓가에 들려왔다.
"흠.. 아니다. 네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지.. 어차피 난 카시오를 찾으러 왔으니깐... 카시오를 어서 내놓아라."
"무슨 소리죠?"
의미를 알 수 없는 사내의 말에 루크가 잔뜩 인상을 구기며 소리치자 사내의 입가에 비릿한 웃음이 피어오르더니 이내 손에 거대한 대검이 튀어나와 루크를 겨누었다.
"다시 한번 말한다. 카시오는 어디에 있느냐?"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요."
루크의 말에 사내가 잔뜩 인상을 구기며 차츰 거대한 살기를 뿜어내기 시작하자 루크는 순간 숨이 턱턱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며 등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짐승을 대면한 듯 그 살기는 너무나 거칠었고 분노로 가득했다. 그러자 아리스가 루크의 앞을 나서며 손을 휘젓자 이내 그 살기들은 말끔히 모습을 감추었다.
"호오.. 골렘인가?... 인간들이 다시 골렘을 만들어낸 것인가? 재미있군.."
사내는 내심 놀란 표정을 지우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동시에 마치 재미난 장난감을 발견한 듯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띠고는 대검을 들어 올리며 몸을 날렸다.
아리스가 양손을 들어 보이며 방어 자세를 취하자 어느새 간격을 좁힌 사내가 대검을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 사내의 대검으로부터 강대한 풍압이 느껴졌다. 연이어 거대한 대검이 아리스의 팔뚝을 강타하자 커다란 불똥이 한 차례 일렁이더니 이내 귀를 찢을 것 같은 폭음이 울리며 파공음이 느껴졌다.
"호 꽤 좋은 재료로 만들어진 골렘인가?"
사내가 나지막하게 일렀다. 자신의 검을 받아내고도 흠집 하나 나지 않은 아리스의 팔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큰 소란에 실험실로 다급히 들어오는 몇몇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야낙?"
실험실로 들어선 데미아스가 소리쳤다. 그 뒤를 따라 지크문드가 들어섰다.
"흠 그 하찮은 꼭두각시들은 다 정리가 된 것인가? 쓸모가 없군.."
이를 갈며 야낙이 중얼거렸다. 뒤이어 연구실로 들어온 데미아스가 급히 검을 뽑아들자 야낙이 혀를 찼다.
한편 연구실 바깥은 병사들에게 둘러쌓인 흑의 인들과 대치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미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지 묵묵히 윈랜드에 병사들과 대치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였다. 하나의 그림자가 모여 있는 흑의 인들 앞에 나타나더니 품속에 자그마한 구슬 두 개를 바닥에 던져 내자. 이내 시야를 가리는 매쾌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러한 연기 사이로 스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작전은 실패했다.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