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회. 윈랜드】
그 말을 뒤로 스완이 몸을 날렸고 그 뒤를 따라 흑의 인들이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도망치게 하지말아라!! 어서 저들을 잡아라!"
매쾌한 연기에 잔뜩 인상을 구긴 사무엘이 소리쳤다. 뒤이어 나서스를 비롯해 성기사 마레즈까지 합류해 도망치는 흑의 인들을 뒤따르기 시작하자 이내 윈랜드 일대에 한 차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내부에서 이루어졌다. 흑의 인들은 스완을 따라 빠르게 높이 솟은 방벽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었다.
도중 도중 흑의 인들을 가로막는 병사들은 스완이 소도를 날려 처리했으나 궁수들을 비롯해 마법사들의 마법까지 흑의 인들에게 내려치자 몇몇 흑의 인들이 쏟아져 내리는 화살비와 마법에 의해 당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럼에도 스완의 발 걸음은 멈추지 않았고 이내 방벽에 가까워지려 할 때였다.
한 여성의 실루엣이 몸을 날려 스완의 길을 가로막았다. 이내 두 개의 화살을 연속으로 쏘아지며 한 발은 스완의 허벅지를 향해, 다른 한 발의 화살은 스완의 가슴을 향해 쏘아내자 스완이 급히 양손에 들린 두 개의 곡도로 간신히 막아내며 앞을 바라보자 그곳엔 활의 시위를 메기고 있는 안느란테의 모습이 보였다.
"놓치지 않는다고 했어요!"
안느란테 눈은 여전히 의문으로 가득차 있어 스완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아 보였다. 아무래도 쉽게 보내주려 하지 않을 것 같은 그녀에 의해 결국 멈춰 선 스완과 흑의 인이었다.
뒤이어 성기사들과 병사들이 다시 몰려오기 시작했다. 스완이 잔뜩 인상을 구겼다.
"안느란테!"
병사들 사이 레이니와 엘레니아도 보였으나 지금 안느란테는 오직 스완에게 시선이 쏠려 있었다.
"당신을 쫓으면서 생각했어요... 그러더니 이제야 알겠군요! 당신이 누군지! 당신의 일족이 어떠한 일족인지!"
".."
안느란테의 말에 스완이 침묵을 지켰다. 안느란테는 그런 스완을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왜 말이 없는 것이지요? 그리고 왜 당신이 그들과 함께하는 건가요? 당신은 모습을 감췄던 푸른 바다 일족의 엘프 맞지요? 당신의 몸이 진한 마계 향으로 지워졌을지 모르지만 전 속일 수 없어요 미약하지만 풍겨오는 바다내음... 제 말이 맞지요?"
안느란테의 말에 스완의 눈가에 작은 파문이 일었으나 이내 그 파문은 지워지고 양손에 들린 곡도를 힘주어 들며 안느란테에게 겨누어 보일 뿐이었다.
"제발 말해줘요! 푸른 바다 일족은 어떻게 된 거에요? 왜 누구보다 깨끗하던 당신들이 왜 마계의 힘에 중독당한 것이지요?!"
안느란테의 호소에 스완의 몸이 한 차례 움찔했다. 동시에 그의 눈에 자그마한 아련함이 지나치자 그 모습을 안느란테가 놓치지 않았다.
"어서 말해줘요! 부탁해요!"
이내 얼굴 대부분을 가린 흑의를 벗어 내는 스완의 모습에 안느란테의 눈가에 떨림이 더욱 커져 올랐다.
"역시.. 당신은.."
"안느란테.. 푸른 바다 일족은 잊어라..그들은... 모두 죽었다."
"그게.. 무슨..어떻게.. 어째서!!"
평생 열리지 않을 것 같은 스완의 입이 열렸고 그의 목소리가 안느란테에 닿았다. 안느란테는 순간 철렁하는 느낌과 함께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소리쳤다.
"어, 어떻게.. 왜.."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다시 흑의를 쓴 스완은 더이상 말을 하지 않으려는 듯했다. 뒤이어 다시 안느란테를 향해 날린 두 개의 소도, 그럼에도 충격을 받은 안느란테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레이니가 급히 몸을 날려 안느란테를 덮쳤다. 경이로울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조금이라도 늦었더라면 안느란테의 머리에 스완이 날린 소도가 박혀 들어갔을 것이다.
"정신 차려 안느란테!"
"아.. 아. 죄송해요 레이니님.."
뒤이어 병사들과 성기사들이 흑의 인들을 덮치자. 결국, 스완 혼자서 방벽으로 달려가려는 속셈인지 땅을 박차며 앞으로 나아갔다. 아무래도 흑의 인들을 버리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 스완의 모습에 급히 레이니가 레오니르를 꺼내 들며 스완을 향해 검을 휘두르자 예전과는 차원이 다른 빠르기에 스완이 흠칫 놀라 하며 양손에 들린 곡도를 교차해 들어 간신히 레이니의 검을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어찌나 레이니의 힘이 강한지 스완의 팔이 저릿함이 느껴지자 이내 스완의 표정이 잔뜩 구겨졌다.
뒤이어 그 것을 계기로 흑의 인들과 병사들과의 전투가 이어지자 스완의 얼굴이 더더욱 초조함이 느껴졌다. 여기서 더 시간을 지체하다간 진짜로 잡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다시 품속에 여러개의 소도를 꺼내 레이니에게 던졌다.
"이까짓 기술 따위는 별거 아니에요!"
레이니가 소리치며 자신을 향해 쇄도해 들어오는 여러 개의 소도를 여유롭게 검으로 쳐내었다. 동시에 다시 땅을 박차고 스완에게 향하자. 스완이 다시 곡도를 들어 보였다.
연이어 불똥이 튀어 오르며 레이니의 검을 받아낸 스완의 곡도가 차츰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그만큼 레이니의 검술에 담긴 힘이 예상 밖이었고 스완 역시 이렇게 기사들처럼 대놓고 일대일 형식의 싸움은 맞지 않아 차츰 뒤로 밀리기 시작하자 스완이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그만 포기하세요!"
레이니가 소리치며 다시 검을 높이 들어 보이며 휘두르자 스완이 급히 몸을 날려 레이니의 그림자와 동화되었다. 동시에 우뚝 멈춰선 레이니의 몸, 레이니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이런 사술 따위!"
잔뜩 몸에 힘을 주며 레이니가 기운을 이끌어내자 동시에 레오니르도 공명을 하듯 검명이 울기 시작했다. 동시에 빛이 한차례 검에서 뿜어져 나오자 레이니의 그림자로 몸을 숨겼던 스완이 이내 튕겨지듯 나와 땅에 곤두박질쳤다.
"크흠..."
스완이 인상을 굳히며 작은 신음을 토해냈다. 레이니의 힘이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상상 이상이었다. 게다가 저 특이한 검은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더욱 무겁게만 느껴졌기에 더이상 자신의 작은 곡도로 받아낸다면 부서질게 틀림이 없다 생각했다.
"자 어서 포기하지요!"
레이니가 자신의 기다라 검을 쓰러져있는 스완에게 겨누며 소리치자 스완이 잠시 행동을 멈췄다. 동시에 찬찬히 몸을 일으키며 곡도를 품에 집어넣자 레이니는 이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이어 소란이 일던 흑의 인들도 차츰 제압되어가는 듯해 보이자 레이니는 승기가 완전히 우리 쪽으로 기울어졌다. 생각했다.
"끝났어요! 당신! 안느란테와 아는 사이인 것 같은데 좀 얘기를 나눠야겠군요?"
레이니의 말에 스완의 무뚝뚝한 얼굴에 미소가 서리자 레이니의 얼굴에 의아함이 자리했다. 뒤이어 급히 몸을 날린 스완은 이내 자신의 품속에 멀리 떨어져 있는 안느란테를 향해 또다시 여러 개의 자그마한 검을 날리자 레이니의 얼굴이 다급함이 소리 쳤다.
"안 돼!"
동시에 레이니가 몸을 날려 검을 휘둘렀다. 다행히도 안느란테의 닿기 전에 스완이 날린 소도를 막아내었으나 이내 스완의 몸은 방벽을 달려가고 있었다.
뒤이어 방벽에 이르른 스완은 몇 번의 도약으로 방벽을 손쉽게 넘으며 모습을 감추자 레이니가 안타까운 듯이 혀를 차며 중얼 거렸다.
"비겁하게... 다친 사람을.."
한편 안느란테는 여전히 떨리는 눈으로 스완이 사라진 방벽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스완.. 어째서.. 푸른 바다 일족에 하이엘프가.. 어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