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회. 윈랜드】
"포기하게나 야낙."
데미아스가 검을 들어 보이며 소리치자 야낙의 두 눈이 분노로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다시 한번 몸을 날린 야낙, 그러나 야낙의 검을 아리스의 단단한 팔로 막아내었고 틈을 이용해 데미아스가 검을 뻗자 야낙이 급히 몸을 뒤로 빼었다. 그러나 몸을 뺀 자리에 자그마한 전류가 일기 시작하더니 야낙의 몸을 강타하자 야낙의 몸이 빳빳하게 굳으며 신음을 토해내었다.
"끄윽...망할 녀석들.."
입가에 한줄기 피가 흘러내리자 야낙은 신경질적으로 손으로 피를 닦아내며 이를 갈았다. 그런 야낙의 모습에 지크문드가 비릿하게 웃어 보이자 루크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지크문드님! 전격 계나 화염계 마법은 안 돼요! 자칫 잘못하다간 큰일이 날지도 몰라요!"
루크가 야낙의 주변을 가리키며 말하자 지크문드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연구실 주변엔 잔뜩 화약이 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자칫 잘못하다간 모든 재료를 날려버림은 물론 자신들까지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자네는 우릴 어찌할 수 없네. 순순히 잡히게나. 자네가 찾는 카시오는 이곳에 있으니 순순히 잡히면 그녀를 볼 수 있을 게야."
데미아스가 고통스러워 하는 야낙을 향해 물었다. 그러자 야낙은 데미아스를 보며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소리쳤다.
"그럴 순 없다. 감히 마계의 사령관인 날 잡겠다고? 어림없는 소리다. 나는 너희 같은 하찮은 인간들 따위에게 지지 않는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끝까지 가는 수 밖에!"
지크문드가 비릿하게 웃으며 대답했고 이내 그의 옷이 펄럭거렸다. 불꽃이 이는 마법 대신 바람 계열의 마법을 준비하는 듯했고 데미아스도 진중한 표정으로 검을 들어 보였다.
"그래.. 내가 오늘 여기서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구차하게 항복은 하지 않는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쯧쯧.. 역시나 마계인답군!."
야낙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풍겨오는 강력한 살기와 함께 음산한 기운이 연구실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데미아스와 지크문드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내 다시 공격을 할 준비를 하려 하자 연구실에 난 창문으로 누군가 여성의 실루엣이 날아 들어 야낙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렇게 안된답니다!"
창문을 뚫고 연구실로 들어온 검은 실루엣이 차츰 벗겨졌다.
"또 마계인인가?"
지크문드가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다. 점차 거치는 실루엣 사이로 서서히 드러나는 여인은 두 개의 박쥐와 비슷한 모양의 양 날개를 가지고 풍만한 가슴을 강조하듯 딱 달라붙은 검은 가죽옷을 입은 메드니스였다. 그녀는 야낙의 앞에 서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호호 저는 메세츠데의 벨리알님의 오른팔 메드니스라고 한답니다. 호호홋"
간드러지는 웃음소리를 토해 내던 메드니스가 모두를 바라보며 웃어 보였다. 그러나 야낙의 표정은 좋지만은 않았다.
"여긴 뭣하러 온 것이냐 메드니스.."
불쾌감이 잔뜩 묻어난 야낙의 말에 메드니스가 여전히 미소를 그리며 야낙에게 말했다.
"도와주러 온 동료에게 너무 야박한거 아니야 야낙? 호호!"
그런 메드니스의 말에도 야낙의 표정은 여전히 불쾌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네 녀석이 카시오를 이곳에 보내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다. 이게 다 네 녀석 탓이다 메드니스."
불쾌감을 토해내며 야낙이 성난 얼굴로 소리치자 메드니스가 잠시 고민을 하더니 깔깔거리며 웃어 보인다.
"호호 난 그냥 귓뜸만 해주었을 뿐인걸? 너무 화내지 마 야낙~ 얼마나 불쌍해? 오빠 따라 일부러 소환에 마나를 훔쳐 따라온 아이가 매일 그 꾀죄죄한 막사에서 사탕만 빠는 그녀가 야낙은 불쌍하지도 않나 봐? 참으로 불쌍한 카시오~"
여전히 장난기가 가득한 메드니스의 말에 야낙의 팔이 꿈틀거렸다. 당장에라도 메드니스의 목을 베고 싶은 살심이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메드니스는 그런 야낙을 보다 이내 방긋 미소를 짓고는 다시 데미아스 쪽으로 시선을 돌려 말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그나저나 야낙은 메세츠데에서 꼭 필요한 자원이라 오늘은 여기까지 하면 안 될까나?"
나름 애교를 섞어가며 말하는 메드니스의 말에 데미아스가 차갑게 일갈했다.
"그럴 순 없다 마계 인이여."
"흠~ 너무 해~ 그나저나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마리에테의 신물도 이곳에 있구나? 혹시 말이야 궁금해서 그런데 혹시 여기에 마리에테가 있어?"
메드니스가 데미아스의 옆에 있는 아리스를 한 차례 보더니 이내 눈을 빛내며 데미아스에게 물었다. 데미아스는 그런 메드니스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네가 직접 이곳에 잡힌다면 알 수 있지 않겠느냐?"
"흠.. 그건 무린데.."
그때였다.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루크가 소리쳤다.
"마리에테님이 살아있는 겁니까? 당신은 마리에테님을 알고 있는 건가요?"
갑작스런 루크의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루크에게 쏠렸다. 뒤이어 아리스도 메드니스의 입에서 마리에테의 이름이 나오자 나름 기대에 찬 눈으로 메드니스를 바라봤다.
이내 메드니스의 시선이 루크에게 닿자 그제야 루크를 발견했는지 메드니스가 눈을 초롱초롱하게 변하며 소리쳤다.
"어머~ 여기 귀여운 남자애가 있네? 난 또 주름이 자글자글한 늙은이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호홋. "
메드니스가 몸을 비비 꼬며 말하자 루크 난감해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러한 대답을 바란 것이 아니었는데 메드니스는 마치 재미난 장난감을 발견한 듯 눈을 빛내며 루크를 향해 묻기 시작했다.
"호호호 이봐~ 꼬마야? 이 누나한테 안기지 않을래? 잘 대해줄게. 호홋"
"... 피, 필요 없어요 어서 질문에 대답이나 해줘요 마리에테님을 알고 있는건가요 다잇ㄴ은?"
정말이지 뜬금없는 메드니스의 말에 루크가 당황을 하며 대답하자 그 모습조차 재밌는지 메드니스가 깔깔거리며 재밌어했다.
"뭐 어쩔 수 없지! 호홋 난 질척이는 여자가 아니거든!. 대신 네가 나중에 나에게 안긴다면 그때 말해주도록 할게 지금은 바빠서 이만~"
"자, 잠시!"
메드니스가 여전히 아쉬운 듯 루크를 보며 입맛을 다셨으나 이내 상황이 상황인지라 살짝 윙크를 하며 마무리 짓자 그런 메드니스의 행동에 루크는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는 것 같아 몸을 한차례 떨며 결국 메드니스를 붙잡지 못했다.
"나중에 봐 귀여운 꼬마야~"
"흥! 누가 보내 줄 아느냐?"
마치 작별인사라도 하는 듯한 메드니스의 말에 지크문드가 콧방귀를 뀌며 소리쳤다. 그러나 메드니스는 여전히 루크에게 향한 시선을 지우지 않고 이내 야낙의 팔을 붙잡았다.
"안~녕~"
그 말을 뒤로 둘의 신형의 차츰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금세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허허.. 특이한 이동 마법을 사용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