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회. 윈랜드】
완전히 모습을 감춘 둘의 모습에 지크문드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루크 역시 소름 돋는 메드니스의 시선이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이 풀리는지 온몸이 축 처지는 것을 간신히 다리에 힘을 줘 넘어지는 불상사는 면할 수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르던 루크가 이내 궁금증이 쌓여 데미아스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카시오는 누구죠? 그 야낙이란 사람은 왜 카시오를 이곳에서 찾나요?"
루크의 말에 검을 검집에 꽂아 넣던 데미아스가 루크를 바라봤다. 잠시 카시오에 대해 말을 해줘야 하나 고민을 하던 데미아스가 혼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지크문드를 바라보자 지크문드가 살짝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한 그들의 모습에 루크가 고개를 갸우뚱해 보이자. 데미아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저번 습격 때 포로를 한 명 잡았다. 그 아이 역시 마계 인이더군 뛰어난 마법을 사용하기도 했고 마계 인이기도 해 일단 감옥에 가둬 놓았지.."
"그랬나요? 그나저나 아이라니요?"
"그래..문제가 있다면 어리다는 것이지.. 게다가 야낙이란 자가 그녀의 오빠인가 보더군.."
루크의 질문에 조용히 듣고 있던 지크문드가 데미아스 대신 대답하자 데미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카시오라는 아이에게 다시 한번 가봐야겠어."
데미아스의 말에 지크문드가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다급히 걸음을 옮겨가자 루크도 그들의 뒤를 따라 감옥으로 향했다. 난장판이 된 연구실을 지나 병영에 뒤편 외진 곳이었다. 창고가 들어서 있는 곳 옆에 작은 둔덕이진 곳에 도착하자 루크도 처음 보는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꽤나 음산함이 느껴지는 건물 입구에는 꽤 소란이 일었음에도 그 건물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병사들은 여전히 부동자세로 서 있는 모습이 사전에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을 벗어나라는 지시가 되어 있는 듯했다.
그런 병사들을 보며 데미아스가 물었다.
"수고가 많군. 혹시 이곳에도 누군가 왔었나?"
"아닙니다.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데미아스의 물음에 병사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랬군, 그래 수고가 많아. 일단 방명록에 나와 지크문드 그리고 루크가 들어갔다고 써 주게나."
"예!"
데미아스의 말에 한 병사는 자신의 옆에 놓인 간이 책상 위에 놓인 하나의 서류에 데미아스를 비롯해 지크문드와 루크의 이름을 써넣기 시작하자 데미아스가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건물 안은 별 볼 것 없이 초라한 건물로 지은 지 꽤나 오래된 건물이었다. 건물은 온통 나무로 지어진 건물로 1층에는 병사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도중도중 먹고 마실수 있는 찻 잔과 부식들이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잠시 누울 수 있는 간이 침대는 물론 지루함을 달랠 카드같은 놀이감도 있는 것이 보였다.
데미아스는 무심히 병사들의 휴식 공간을 지나 좀 더 오른쪽으로 길게 난 길로 들어서자 이내 지하로 통하는 입구가 보였다. 그 입구에서도 두 명의 병사가 입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안에 들어가겠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병사에게 지크문드가 말하자 병사들이 길을 터주었다. 뒤이어 지하 안으로 들어서자 지하 안은 꽤나 으스스했고 빛이라곤 벽에 걸린 횃불들만이 가득한 곳이었다. 그렇게나 으스스한 곳에 누군가 훌쩍이는 소리가 루크의 귓가에 들려오자 루크는 자기도 모르게 괜스레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여기에..?"
루크가 지크문드를 향해 묻자 지크문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루크는 또 다른 마계 인을 만나는 것에 잔뜩 긴장을 한 듯했다. 그렇게 차츰 안으로 들어서고 이내 횃불이 모여 있는 곳에 이르렀다. 루크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쇠창살 안을 바라보자 그제야 야리야리해 보이는 한 꼬마 소녀를 볼 수 있었다.
"힝.. 풀어 줘~~~"
생각하던 것과는 너무나 다르게 정말 어디에서나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아이였다. 인간과 다른 점이라면 조그맣게 난 뿔과 뱀같이 쭉 찢어진 눈이랄까? 그 여자아이는 쭈그려 앉은 상태로 데미아스와 지크문드가 보자마자 오열을 하기 시작하니 루크로서는 어쩔줄 몰라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루크는 자신이 생각하던 마계인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아이를 보며 여태 긴장했던 자기 자신에 괜스레 웃음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데미아스와 지크문드도 별반 다르지 않게 꽤나 난감해하는 눈치였다.
"엉! 엉.. 풀어 줘~"
메세츠데 병영, 스완의 모습이 보였다. 그림자로 변해 공간을 이동한 스완이 다시 나타난 것은 바로 자이로스의 앞이었다.
그림자가 한차례 꿈틀거리더니 곧 스완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자 자이로스가 잔뜩 불쾌한 표정으로 스완을 바라봤다.
"루크를 죽였느냐?"
"..."
스완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자이로스가 잔뜩 인상을 구기며 다시 소리쳤다.
"군사 지도를 가져오기라도 했느냐?"
"...."
여전했다. 자이로스가 잔뜩 성을 내며 책상을 부실 듯 내려치며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그에게서 퍼져나오는 기운은 살아있는 생명이 뿜어낼만한 기운이 아니었다. 마치 벨리알의 기운처럼 주위가 살 얼음이 끼며 범접할 수 없는 한파가 몰아치기 시작했고 이내 스완을 향해 차가운 날을 세우고 있었다.
"쓸모없는 하찮은 녀석! 하이엘프도 별 볼 일 없군! 고작 아무런 능력도 없는 꼬마 애 한 명을 데려오지도 못해? 그렇다고 정보도 못 가져와? 하! 왜 너희 그 쓸모없는 일족이 깡그리 죽어버렸는지 알 것 같구나? 바로 하찮은 네놈이 일족을 지키는 하이엘프였기 때문이다!"
".."
자이로스가 스완을 보며 소리쳤다. 그럼에도 스완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결국, 도를 넘는 자이로스의 말에 눈가에 살짝 파문이 일었다. 그러나 어떠한 항거도 하지 않고 금세 파문이 일던 못브을 지우고 다시 무심한 눈으로 자이로스를 바라보다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와 비슷한 엘프가 있었다. 그 때문에 들켰다."
"뭔 소리지?"
"그녀는 푸른 숲 속에 일족에 엘프였다. 내가 아무리 기척을 숨긴다 해도 푸른 숲 속의 일족 레인저들의 눈과 귀, 코를 벗어날 수가 없다. 특히 같은 엘프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고작 그것이 변명이냐? 그렇다면 그 엘프를 쳐 죽였으면 되는 거 아닌가?! 정말 쓸모가 없군... 쓸모가 없어!"
자이로스는 여전히 짜증스런 목소리로 일갈했고 스완의 말도 멈춰 섰다. 잠시 분노를 참지 못하던 자이로스가 이내 품에서 한 자쯤 된 길이의 단검을 꺼내 스완을 향해 날려 스완의 왼쪽 어깨를 맞췄다.
섬뜩한 소리와 함께 잠시 스완의 몸이 휘청였으나 금세 제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꽤 고통이 심한지 단검이 박힌 어깨가 부들부들 떨려왔고 굵은 핏방울이 손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다음은.. 미간이다. 스완! 다신 벨리알님을 실망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알겠는가?"
그 말을 끝으로 자이로스가 다시 의자에 앉아 손을 휘휘 내저었다. 스완은 그 모습을 보며 자이로스의 막사를 빠져나왔다. 뒤이어 저번과 같이 자이로스가 품속에 하나의 구슬을 꺼내 기운을 일으키자. 구슬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스완이 실패했답니다."
"... 흠.. 스완이? 그거 놀랍군.. 이런 일에 적합하다 생각했거늘.."
"엘프가 있었나 봅니다. 그 엘프의 능력이 다른 엘프를 찾는데 꽤 발달 된 엘프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실패를 한 듯합니다."
"그랬는가? 아쉽지만.. 솔직히 통하리라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에겐 신물이 있으니.. 한번 떠본 것이지 끌끌 뭐 운 좋게 루크를 죽이면 좋은 것이고 말이야 그들의 군사지도 역시 얻게 된다면 좋고 아니면 마는 것이다. 어쩔 수 없지 다음 명령을 기다려라 자이로스. 곧 내가 준비될지어니.. 얼마 남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뒤이어 구슬이 빛을 잃기 시작하자 자이로스도 다시 구슬을 품 안에 집어넣었다. 여전히 스완을 향한 분노가 가시지 않았는지 표정은 썩 좋지 않아 보였다.
☆ ☆ ☆
"풀어줘~~ 제발 풀어줘 엉엉.."
어찌할 수도 없을 정도로 울음을 터트리고 있는 카시오의 모습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데미아스도 무언가 물어보려 하려 했으나 여전히 오열을 하는 카시오 때문에 한참을 망설여야 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더이상 참지 못한 지크문드가 헛기침을 하며 카시오 앞에 섰다.
"야낙이란 자가 널 찾으러 왔다."
"엉... 엉.. 뭐? 오빠가?!... 그, 그럼 그렇지! 너희 다 죽었어! 오빠가 얼마나 강한지 알아?! 헤헷! 너희 이제 끝이야!! 끝!"
언제 울었느냐는 듯 울음을 뚝 그치며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는 카시오의 모습에 루크가 결국, 헛웃음을 터트렸고 데미아스도 그만 웃음을 터트렸다. 지크문드는 그런 카시오를 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다가 다시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메드니스란 여자와 함께 다시 도망쳤단다..."
"...? 거, 거짓말.. 날 두고 도망치다니.. 오빠가 얼마나 강한데..나, 날 버린 거야? 그런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