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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 아스란 전기-264화 (264/412)

【264회. 윈랜드】

카시오가 다시금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참으로 감정의 변화가 변화무쌍한 카시오의 모습에 루크는 왜 지크문드와 데미아스가 이리도 난감해하는지 알 것만 같았다. 만약 카시오가 이렇게 어린아이의 모습이 아닌 다 큰 성인이었다면 좀 더 심문하기 편했을 거라 생각한 루크가 괜스레 볼을 긁적였다.

"흑의 인들이 이곳에 잠입했었다. 메세츠데에서 흑의 인들은 주로 무엇을 담당하는지 아는가?"

지크문드가 한숨을 푹 내쉬며 묻자 또다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시무룩해 있는 카시오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대장도 아는가?"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인 카시오가 이내 훌쩍이며 힘겹게 대답했다.

"끅.. 스, 스완.. 끅."

"그들이 맡은 일들은 뭐지?"

"끅.. 보, 보통 정보.. 또는 암살.. 흑..."

"마계 인으로 보이지 않던데?"

데미아스의 말에 카시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 그는 엘프야.. 흑..."

"엘프?"

"응.. 끅."

이젠 훌쩍이다 못해 이젠 딸꾹질까지 하는 카시오가 신경 쓰였는지 지크문드가 마법으로 물을 만들어 내며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거 물 좀 마시고 얘기하거라. 도통 신경 쓰이는구나."

"응,.."

또 말은 순순히 잘 들었다. 카시오는 지크문드가 만들어낸 물을 손으로 받아 잠시 목을 축였다. 그렇게 목을 축이더니 좀 괜찮아 졌는지 카시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고, 고마워.. 그는 엘프야. 심지어 하이엘프라고."

"하이엘프?"

"응 잘은 알지 못해. 입을 연 적이 한 번도 없거든. 메드니스 언니가 말해 줬는데 벨리알이 소환되기 전부터 무언가 약점이 잡혀 있다고 들었던 것 같아."

"그래?.. 허..하이엘프가 어찌 흑마법사를 따르고 있는지 얼마나 큰 약점이길래?"

"그건 나도 몰라.."

데미아스가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다.

"하이엘프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약점은 도대체 무엇이길래 그렇지?"

"그러게 말일세. 엘프 중에서도 몇 없다는 고귀한 하이엘프의 약점이라..참 그리고 메드니스라는 녀석도 얘기 좀 해보거라."

잠시 상념에 빠지던 지크문드가 손가락을 튕기며 카시오에게 물었다. 그러자 카시오가 잠시 고민을 하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

"변태야 나한테는 착한 것 같은데 오빠는 싫어해."

"왜 싫어하는가?"

지크문드가 묻자 카시오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대답했다.

"나도 잘 몰라 그냥, 뒤가 구린 사람이래"

"흠.. 그래? 그나저나 그 메드니스라는 자는 특이한 마법을 사용하던데?"

"그는 서큐버스이면서도 흡혈귀야 두가지의 피가 섞인 혼족이라고도 불려 그래서 서큐버스와 뱀파이어의 기술 모두 사용할 수 있어."

"흠.. 그래? 그럼 넌 어느 일족이냐?"

"나? 나는 맘바 일족이야, 마법에 재능이 많고 오빠는 맘바인 어머니와 싸움과 전투에 특화된 아몬 족의 아버지를 두었지.. 오빠는 아몬 쪽의 피를 많이 받았어.."

"그렇게 된 것이군 꽤 닮지 않아 보이던데. 진짜 남매였어.."

지크문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 메드니스라는 자는 보통 어떠한 마법을 사용하는지 아는가?"

"공간이동도 특기이고, 현혹 마법을 주로 사용해."

"현혹이라? 혹시 몬스터들도 그녀의 도움을 받은 것인가? 도통 모르겠군.. 뭐 일단은 알겠네. 어느정도 도움이 되었군."

지크문드의 대답에 카시오가 다시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럼.. 이제 풀어주는 거야?"

"... 그건.. 여전히 무리군."

지크문드가 데미아스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데미아스도 여전히 카시오를 풀어줄 마음이 없어 보였기에 지크문드가 한숨을 푹 내쉬며 대답했다. 그러자 다시 카시오가 눈물을 글썽였다. 진정한 현혹 마법 저 불쌍하게 보이는 눈물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으나 지크문드가 이내 고개를 돌리며 데미아스에게 말했다.

"데미아스! 일단 엘프라면 안느란테에게 무언가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지크문드가 대답하자 데미아스가 동의를 했다.

"그러는게 좋겠네 당장 가보도록 하지."

데미아스는 그 말을 뒤로 급히 감옥을 빠져나가려 하자 다시 카시오의 애처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언제까지 여기에 가둬 놓을 거야.. 춥고 무섭다구.. 날 좀 풀어주면 안 돼? 다음부터 장난은 치지 않을 게 재발.."

여전히 전쟁이 장난이라 생각하는 카시오의 말에 데미아스가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아무리 마계인이라 해도 이렇게 어린아이를 가둬놓는 것은 그 역시 마음에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 역시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마계 인이기도 했다. 잠시 고민을 하던 데미아스가 힘겹게 대답했다.

"넌... 여전히 우리의 적이다. 만약 지금의 너처럼 너의 적이 갇혀 있게 된다면 어찌할 것이냐?"

데미아스의 말에 카시오는 아무런 생각 없이 대답했다.

"당연히 죽이... 어? 서.. 설마?"

자신이 말하고도 당황했는지 카시오가 뒷말을 얼버무렸고 이내 잔뜩 겁을 집어먹은 상태로 데미아스를 바라봤다. 지크문드와 루크 역시 인상을 찌푸리며 데미아스를 바라보자 데미아스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네가 어려 죽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라.."

그 말을 뒤로 데미아스가 감옥을 나섰고 지크문드도 못내 아쉬운 눈길을 뿌리다 데미아스를 따라나섰다. 루크 역시 그러려 했으나 카시오가 불쌍하게 여겨져 한 마디를 남겼다.

"그래도.. 착한 분들이에요.. 괜찮을 거에요."

"흑.. 흑 그럼 왜 날 안 보내줘.."

"그건.."

"집에 가고 싶어.. 여기 싫어! 힝. .보내 줘! 보내 달라고! .엉엉.."

다시 카시오가 서럽게 오열하기 시작했다. 루크는 왠지 모를 카시오에게 연민의 감정이 들었으나. 뒤이어 아리스의 목소리가 그녀는 적이다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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