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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 아스란 전기-265화 (265/412)

【265회. 윈랜드】

결국, 루크도 쉽사리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을 억지로 돌려 감옥을 나섰다. 뒤에 남은 카시오의 훌쩍이는 소리가 자꾸만 신경이 쓰여 미안한 감정까지 들으려 했으나 아리스의 도움으로 어떻게든 무시하며 간신히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렇게 급히 발을 놀려 밖으로 나오자 뒤늦게 나온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지크문드와 데미아스가 보이자 죄송스러움에 루크는 계속해서 마음 한편에 느껴지는 찝찝함을 떨쳐 내고 그들에게 달려가며 말했다.

"죄송해요"

"아니다. 자 어서 안느란테에게 가보자꾸나."

"네.."

지크문드의 말에 루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뒤편에 남은 카시오가 신경쓰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어 계속해서 뒤를 돌아봐야 했으나 차츰 멀어지는 건물에 간신히 그 찝찝함을 지워낼 수 있었다.

그렇게 루크와 데미아스 그리고 지크문드는 어질러진 병영을 정리하는 병사들을 지나 안느란테가 있는 방으로 바삐 달려가 그녀의 방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다친 어깨를 사제에게 치료 받고 있는 안느란테의 모습이 보였고 그 앞에 걱정스런 표정으로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안느란테님 다치셨어요?"

루크 역시 치료를 받고 있는 안느란테를 보자 걱정스런 얼굴로 한달음에 안느란테에게 달려가 묻자 안느란테가 쑥스러워 하며 고개를 살며시 저어 보였다.

"그렇게 심한 상처는 아니에요 살짝 스친 거에요... 무기에 마계의 기운이 들어있어서.. 사제님께서 치료를 도와주신 거에요. 다행히도 금방 치료가 된다고 하네요."

"정말인가요? 어디 다른 곳은 다치지 않았어요?"

"예! 전 정말 괜찮아요."

안느란테의 말에 루크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어느새 다가왔는지 데미아스의 목소리가 루크의 뒤편에 들려와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안느란테. 이번에 습격해 온 적 중 엘프가 있었다고 들었네. 그것도 하이엘프라지. 혹 그자에 대해 무언가 아는 것이 있는가? 이름은 스완이라고 하던 것 같은데?"

데미아스의 물음에 안느란테의 눈가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잠시 씁쓸한 표정으로 침묵을 유지하던 안느란테가 천천히 입을 열어 대답했다.

"네.. 알아요.."

"오? 정말인가?"

"그는.. 스완이 맞아요 서쪽 바다 근처 숲에 살았던 푸른 바다 일족의 하이엘프지요.."

"허 어찌 하이엘프가 왜 그들이 흑마법사와 관계가 되어있는지 아는가? 무언가 약점이 잡혀 있다고 들었는데?"

데미아스의 물음에 안느란테가 이번엔 고개를 저었다.

"저 역시 궁금한걸요... 왜 그처럼 고귀한 하이엘프가 그들과 함께하는지... 그래도 한가지 신경쓰이는 것이 있어요.."

안느란테가 데미아스를 보며 말하자 데미아스가 묵묵히 안느란테가 얘기를 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제가 루크님을 만나기 전, 그래요 저희 일족이 아직 평화롭게 살 던 때 이야기에요.."

"괜찮으면 들려줄 수 있겠나?"

데미아스가 정중하게 묻자 안느란테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저희는 푸른 바다 일족과 굉장히 교류가 깊었던 일족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순간, 그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건이 있었어요.."

"사라졌다?"

지크문드가 인상을 쓰며 되묻자 안느란테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여느 때처럼 서로 교류의 날이 다가와, 서로 교류를 하는 지점인 바람이 머문 숲으로 저희 일족도 향했지요."

"바람이 머문 숲?"

"인간들은 요아크 숲이라고 불리는 곳이에요."

안느란테의 말에 지크문드가 손가락을 튕기며 외쳤다.

"그렇군! 윈랜드에 서남쪽에 위치한 그 숲이군?"

"맞아요!"

"호~ 그 아무것도 없이 별 볼 일 없는 숲이 서로 다른 일족의 엘프들이 교류의 장이 되는 장소였구려?"

"그렇죠.."

지크문드의 말에 안느란테가 씁쓸하게 말했다.

"저희는 보통 한 해에 두 번 꽃이 피어오르는 시기와 해가 짧아지는 시기에 만나 교류를 나누었지요 서로의 식량을 교환하거나 정보를 교환하거나 말이에요 어쩌면 인간들처럼 사교장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저도 레인저의 신분으로 처음으로 그곳에서 스완을 만났거든요."

"그랬군... 그 스완이란 자는 어떠했는가?"

데미아스의 물음에 안느란테의 얼굴에 살짝 아련함이 묻어나왔다.

"스완은 그 푸른 바다의 일족을 이끄는 하이엘프였지요. 그렇기에 저와 스완은 어느 정도 일면식이 있었지요 그렇기에 그에 대해 자세하게 알진 못하지만 어느정도는 알 수 있었어요. 스완이 어떠한 사람인지.."

안느란테의 얼굴에 아련한 미소가 서리다 이내 다시 씁쓸하게 변해갔다. 옛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는 다른 엘프들보다 공명정대했지요.. 무뚝뚝했지만 모두의 모범이 되는 일족의 수장이었고 청렴했지요 고민이 많던 저의 친구들과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언제나 해결방법을 일러주신 참으로 존경스러운 분이셨어요.."

"그랬던 그가 왜..."

데미아스가 인상을 쓰며 묻자 안느란테 역시 잔뜩 인상을 쓰며 대답했다.

"여러 해가 지나고 저희는 여느 때처럼 그곳에 갔을 때였어요 푸른 바다의 일족이 바람이 머문 숲에 오질 않게 되었지요, 그곳에서 몇 날 며칠을 기다려도 오지 않았고 이내 계속해서 오지 않아 저희 일족 몇몇 레인저들이 그들이 사는 숲으로 향했지요. 그리고 그들이 보고 온 것은 온통 폐허가 된 집들뿐이었지요. 그 어느 곳에서도 푸른 바다 일족 엘프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고 했어요"

"허.. 그 푸른 바다 일족도 자네처럼 레인저들이 있지 않았는가?"

"맞아요. 그들 역시 뛰어난 능력의 레인저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흔적을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저희는 혹시 그들이 보금자리를 옮긴 것이 아닌가 했지만, 그 이후로 어떠한 소식도 들을 수가 없었지요.."

"... 그랬군..."

지크문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던 오늘.. 스완이 저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어떤 말인가?"

"자신의 일족들은 전부 죽었다고 제가 알던 스완은 이제 없는 사람이라고 말이에요."

"흠... 일족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지크문드가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다.

"어쩌면 그럴지도... 그리고 그 약점이란 것이 혹시 일족과 관련된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스완은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하지만 널 죽이려 했어 안느란테"

조용히 듣고 있던 레이니가 안느란테를 보며 대답했다. 그제야 안느란테의 표정이 한없이 씁쓸하게 변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자 루크가 그녀의 손을 꼭 잡아 주어야 했다.

"고마워요.. 루크.."

"흠... 뭐 정보 길드나 사람을 시켜 푸른 바다 일족에 대해 알아봐야겠군"

지크문드가 데미아스를 보며 묻자 데미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네. 미안하지만 또 한가지 궁금한 게 있네."

"어떤 거지요? "

"그는 특이한 능력을 사용하는데 어떠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가?"

데미아스의 정중한 부탁에 안느란테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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