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회. 윈랜드】
"그는.. 그림자를 마음대로 다루지요 그림자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수 있어요, 어떠한 천애의 절벽이라도 말이에요.. 그가 하이엘프가 되면서 얻게 된 고유한 능력이에요.."
"꽤! 귀찮은 능력을 갖췄구려..그렇기에 나와 지크문드의 이목을 숨기고 잠입할 수 있었던 건가? 혹시.."
데미아스가 혀를 차며 말하다 뒷말을 흐렸다. 그러자 둘의 대화를 듣던 레이니가 조심스럽게 껴들었다.
"할아버지 아직 시간은 많으니 여기까지 해요 안느란테가 다쳤어요."
"이런 그렇지.. 미안하네 안느란테양.. 내 궁금한게 많아 괜히 말이 많아졌네. 이만 푹 쉬게."
"전 괜찮은데.."
"하하 괜찮네 어차피 내일도 시간이 있지 않겠는가? 그럼 이만 우린 빠지겠네. 자 가세 지크문드."
그 말을 뒤로 지크문드와 데미아스가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방 밖으로 나섰다. 그렇게 한동안 안느란테의 치료를 받느라 엘레니아를 비롯해 루미에르와 에이리스 그리고 레이니와 로제스 마지막으로 루크가 같이 있어주자 안느란테가 조금은 나아졌는지 모두에게 일렀다.
"모두.. 고마워요 전 이제 괜찮아요 그만 방으로 돌아가 쉬도록 하세요... 괜히 저 때문에.."
"아냐 안느란테.. 우린 괜찮단다.."
에이리스가 대답했고 다른 이들이 동의를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안느란테의 얼굴에 오랜만에 미소가 걸리며 대답했다.
"전 정말 괜찮아요 어서요."
안느란테가 고개를 저으며 모두를 보며 다시 한번 말했다. 그제야 모두의 표정에 여전히 꺼림직함이 남았으나 다시 한번 안느란테가 괜찮다고 닦달하자 결국, 안느란테의 방에서 빠져나와야 했다. 그러나 루크는 여전히 안느란테의 방에 남아 있었다. 자신의 방으로 가지 않으려는 듯 여전히 안느란테의 옆을 지키고 있자 안느란테가 쑥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괜찮은데..."
"제가 안 괜찮아요.. 조심 좀 하지 그랬어요. 그리고 안느란테가 그랬잖아요."
"제가요?"
"안느란테랑 저랑 연결이 되어 있다면서요... 지금 안느란테의 심란한 기분이 저에게도 전해지는 걸요."
루크의 말에 안느란테가 그제야 생각이 났는지 쑥스럽게 웃어 보였다.
"고민이 있으세요?"
"...헤헤.."
루크의 말에 안느란테가 미소를 흘리며 부정을 하지 않았다.
"역시 저와 연결이 되어 아는 건가요?"
안느란테의 말에 루크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뇨 그거 아세요? 지금 안느란테의 얼굴에 고민이 있다고 다 써져있는 걸요."
"정말요?"
안느란테가 놀라 자신의 얼굴의 손을 가져다 대자 루크가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거, 거짓말이죠?"
"하핫! 전 알 수 있답니다."
"칫.."
"그나저나 얘기 안 해줄 거에요?"
루크가 미소를 그리며 묻자 안느란테가 다시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이내 한숨을 푹 내쉬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내 맞아요..조금 전에 말했다시피 푸른 바다의 일족이랑 스완이란 분 때문이에요"
"꽤 친한 사이였나요?"
루크의 말에 잠시 말이 없이 아련한 모습을 짓던 안느란테가 이내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푸른 바다 일족하고 저희 일족은 꽤 교류가 잦은 관계였으니깐 그리고 전 레인저이기도 해서 자주 만남을 가졌었지요. 그래서 다른 일족들보다 특히 더 친분이 깊었어요. 그리고 스완은 제가 존경하던 하이엘프였기도 했으니까요.. 그는 꽤 고지식하기도 했고 말도 없이 무뚝뚝한 분이었지만.. 능력도 좋고 정의감도 많고 자신의 일족에게 한없이 관대하던 하이엘프였거든요..매일 그를 보며 저도 당신처럼 멋진 하이엘프가 되겠다고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녔지요 헤헷.."
안느란테의 말투에 아련함과 함게 씁쓸함이 묻어 나왔다. 그만큼 스완이란 자를 꽤 존경했는지 스완이란 자에게서 느낀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했다.
"그랬군요.."
"저는 믿지 않아요! 자신의 일족들은 모두 죽었다는 말.. 전 믿지 않을 거에요! 분명 이유가 있을 거에요 스완이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 "
"그런가요?"
"맞아요.. 루크... 절 믿어줘요.."
안느란테가 루크를 향해 물었다. 그의 눈엔 한없이 진지했고 스완을 향한 걱정과 그게 것이지라는 확신이 묻어 있었다. 루크는 그런 안느란테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안느란테님이 그렇게 말하는데 어찌 제가 못 믿겠나요? 저도 당연히 안느란테님을 믿어요. 언젠가 그 스완이란 자와 다시 만나게 될 거에요. 우리 같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도록 해요."
루크의 말에 안느란테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같이. .헤헤.. 왠지 결혼한 부부 같아요.."
"하..하하."
안느란테의 말에 루크가 멋쩍게 웃어 보이자 안느란테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도 만약 그가 루크님을 노린다면... 전 절대 그를 봐주지 않을 거에요 이것만은 확실해요.."
"저도.. 그가 안느란테님을 힘들게 한다면... 저 역시 그러할 거에요!"
"헤헤... 좋아요.."
그제야 안느란테의 근심이 조금은 풀린 듯하다. 물론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었으나 나름 루크에 토닥임에 꽤 풀린 듯하자 안느란테가 루크를 잡아 끌어자신의 옆에 앉게 했다.
"고마워요 루크님."
"별거 아니에요!"
"헤헤...이대로 자기 아쉽네요."
"네?"
안느란테의 말에 루크가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까지 훈훈했던 안느란테의 표정이 이내 장난스럽게 변하며 다시 루크에게 속삭였다.
"우리.. 오늘 밤도.."
안느란테의 속삭임에 루크도 금세 얼굴을 붉히기 시작했고 안느란테가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다고 완전한 장난만은 아닌 듯하자 안느란테의 입술이 루크의 입술과 천천히 하나로 겹치기 시작했다.
"루크!"
그때였다. 누군가 문을 밖차고 들어왔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레이니였고 그 뒤를 이어 로제스와 에이리스 엘레니아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언가 불만이 가득한 루미에르가 문 앞에서 루크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 하하 모두들... 안 들어갔어요?"
"칫.."
루크가 겸연쩍어하며 물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고 대신 불만이 가득한 표정들을 지어 보였다. 한편 안느란테는 한창 무르익기 시작한 분위기를 방해를 받자 괜스레 혀를 찼다.
"안느란테 그렇게 안 봤는데.. 너무 욕심이 많은 것 같네요."
아무리 안느란테가 다쳤다고 하나 말에 가시가 박힌 듯 에이리스가 방긋 웃으며 묻자 안느란테가 괜스레 루크의 등 뒤로 몸을 피했다.
"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루크의 등 뒤에 숨어서 안느란테가 대답하자 이내 로제스가 대답했다.
"이미 다 들었어. 호홋"
로제스의 말에 안느란테가 고개를 갸웃하자 레이니가 괜스레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한다.
"서, 설마 얘기 한 거에요 레이니님!?"
"미, 미안. .헤헤.. 그게 그때 방으로 몰래 돌아가는 중에.. 로제스랑 엘레니아에게 들켜서..이, 이게 다 루크 때문이야."
"저 때문이요?"
루크가 당황하며 되묻자 레이니가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너무, 많이 해서.. 냄새가 남아서.. 그게.."
레이니가 얼버무리며 말하자 루크는 황당함에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때 누구 때문에 저녁도 못 먹고 관계를 나눴던가. 루크가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으나 레이니와 안느란테를 제외하곤 모두의 표정은 여전히 불만이 가득해 보였다.
이내 로제스가 안느란테와 레이니를 보며 대답했다.
"요즘 자주 루크의 방에 들락날락한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바빠서 그러지도 못했는데 말이야.. 안느란테 아무리 다쳤다고 해도.. 오늘도 이러는 건 좀.. 호호 다친 사람은 푹 안정을 취해야지요 안 그래요?"
"맞지 환자는 푹 안정을 취해야지 안 그래 안느란테?"
로제스가 웃으면서 대답했으나 이상하게 윈랜드의 찬 바람보다도 차갑게 느껴졌다. 뒤이어 엘레니아까지 합세해 안느란테에게 말하자 안느란테는 그들의 말에 무어라 반박을 하려 했으나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엔 루크도 요즘 안느란테님이랑 레이니님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고 보이는데."
모두의 뒤에서 루미에르가 살짝 양념을 더하자 모두의 시선이 더 험악하게 변해갔다. 루크는 놀란 얼굴로 루미에르를 바라보자 루미에르가 혀를 날름 루크에게 내밀어 보이자 루크는 또다시 황당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그건."
"우리 같이 얘기 좀 해봐야겠네. 루크?"
로제스와 엘레니아가 험상궂은 표정으로 다가왔다. 마치 그녀들의 표정은 한 마리에 야차와도 같이 무섭게 변해가자 루크의 등에 오랜만에 식은땀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