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7회. 윈랜드】
잠입이 있은 후, 또다시 며칠이 흘렀다. 스완에의해 좀 더 강화된 초병들을 제외하곤 루크의 일상은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언제나 그렇듯 메르니스와 나달의 상단으로부터 계속해서 보급받은 재료들로 폭탄을 만들어야 했고 이내 보급받은 폭탄을 데미아스와 지크문드가 직접 윈랜드내에 있는 민둥산에서 시연 테스트를 거쳐 충분히 만족스러움을 느낄수 있었다.
그들은 어떠한 마법적 장치도 없이 오직 불과 폭탄만으로 이러한 화력을 낼 수 있다는 것에 충분히 만족스러워 했고 무엇보다 쉽게 병사들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 더욱 만족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테스트도 완벽하게 끝나고 차츰 제작의 레시피가 안정화를 찾아가자 이내 윈랜드 내에 폭탄을 제작할 공간을 따로 만들기까지 했다. 그렇기에 폭탄의 제작에 탄력을 받기 시작하자 이제는 루크가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였고 루크에게도 조금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여유는 이내 루크의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해주기도 했다.
"고생하는구나?"
오랜만에 사무엘이 연구실에 들어서며 말하자 연구실에 홀로 앉아 무언가 끄적거리고 있던 루크가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
"오셨나요?"
"그래 잠시 길을 가다 들렸다. 그나저나 오늘은 혼자구나?"
사무엘이 루크가 혼자 있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는지 주위를 돌아보며 말했다. 언제나 그의 곁엔 여인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사무엘의 말에 루크가 멋쩍게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레이니 누나는 레오니르님과 훈련하러 갔어요. 엘레니아 누나랑 안느란테님은 제작 공방으로 갔고 황후님과 에이리스님은 아마 차 한잔하러 갔을 거에요, 어제 꽤 늦게까지 공방에 있었거든요. 그리고 로제스 누나야 언제나 상단을 관리하고 있고요"
"그랬구나?"
루크가 겸연쩍게 대답하자 사무엘이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루크의 옆에 섰다.
"그나저나 모든 병사들이 최소 두세 개쯤 가지고 다닐 수 있을정도가 되려면 어느 정도가 걸리겠느냐?"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요?"
사무엘의 말에 루크가 놀라 되묻자 사무엘이 멋쩍게 웃어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진 않다. 그래도 새로운 무기이니깐 병사들 손에 익을 수 있게 하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아.. 걱정마세요 아버지 그리 오래는 아닐거에요 지금 병영 내에 마법사님들하고 로제스 누나가 데려온 대장장이분들이 꽤 실력이 좋아서 제작에 가속화가 되었으니 아마 곧 병사마다 두세 개 정도는 거뜬히 보급받을 수 있을 거에요. 아참! 그리고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어요!"
"중요한 거?"
루크가 눈을 빛내며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무언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게 무엇이더냐? 설계도 같구나?"
사무엘의 말대로 루크가 건넨 것은 하얀 종이에 이리저리 무언가 그려진 설계도였다. 루크는 그 설계도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내! 대포라고 해요!"
"대포?"
"맞아요! 제가 만든 폭탄을 멀리 날려 보낼 수 있는 무기에요! 사람이 던지는 것엔 한계가 있잖아요? 그리 멀리 던지지 못하니 이것만 완성된다면 충분히 다가오는 적을 멀리서부터 맞출 수 있을거에요! 그럼 더 안전할테고요! 자 보세요 여기! 이 예시 된 그림처럼 폭탄 끝에 자극에 민감한 화약을 담긴 뇌간을 이 공이로 자극을 주면요 안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나게 돼요! 그러면.."
"마.. 만약 그 야포라는 것이 폭발하게 되면 어떻게 하겠느냐? 위험하지 않겠느냐?"
루크의 말을 듣던 사무엘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루크의 말을 끊고 묻자 루크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이 정도 자극에 폭발하지 않은 두꺼운 쇠를 입힌 구를 만들 거거든요! 물론 무게도 많이 나가지만 직접 던질 무기가 아니라 마법이 필요치도 않아요."
"그렇구나..?"
"아무튼, 이 자극에 의한 폭발이 일어난다면 포신의 밑에서 가스가 나오게 돼요! 그럼 그 가스가 팽창하고 압력을 받으면 폭탄이 기다란 포신 밖으로 날아가게 되는 원리에요!"
루크가 상기된 얼굴로 자신의 앞에 놓인 설계도를 보며 침이 튈 정도로 열심히 설명했다. 그러나 사무엘은 이러한 것에 영 젬병인지라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난감함을 표했다. 그저 설계도에 그려진 기다란 봉 같은 것과, 제원을 말해주는 듯한 숫자들, 그리고 무어라 잔뜩 어려운 용어가 가득 적힌 글들이 쓰여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 설계도를 보며 루크가 계속 설명을 이어가자 이내 사무엘은 이내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져 오는지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난 들어도 잘 모르겠구나.. 아무튼, 설명으론 꽤나 쓸모있게 느껴지니 그냥 널 믿고 있겠다."
"하하. .그런가요?" 나중에 만들어지게 되면 충분히 도움이 될 거에요! 이미 로제스 누나에게 부탁해서 대장장이분들에게 부품 제작을 의뢰했거든요. 처음 만드는 부품들이라 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기다려 봐야지요! 만약 제 생각대로 된다면.. 정말 좋은 무기가 될 거에요!"
잔뜩 신이난 루크가 소리치자 사무엘이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대답했다.
"그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정말 고생이 많구나!"
"하하. 뭘 이런 걸로.. 괜찮아요! 그나저나 밖은 어때요?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이 없나요?"
루크가 다시 표정을 굳히며 묻자 사무엘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직까진 그러하구나. 정찰병들의 소식도 별다른 낌새를 느끼지 못했다고 하니. 다행히야. 병사들이 좀 쉴 수 있어서 말이지."
"그렇군요.. "
루크가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사무엘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럼에도 루크의 모습엔 무언가 불안함이 담겨 있자 이내 사무엘이 루크의 등을 토닥이며 대답했다.
"너무 걱정 말거라! 윈랜드는 절대 무너지지 않아. 그리고 네가 말한 것들이 보급된다면 충분히 천애의 요새가 될 것이라고 난 믿고 있다."
"그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