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8회. 내가 할 수 있는 것】
이내 칼리아의 말을 드던 지크라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혹여나 돌파구가 있지 않을까 싶어 고민을 하며 지도를 이리저리 둘러봤으나 어떠한 좋은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한 점은 다른 귀족들도 똑같았기에 이내 지크라엘이 무엇을 결심했는지 천천히 모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다른 분들은 정녕 좋은 생각이 없습니까?"
모두가 지크라엘의 눈을 피한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어차피 여기서 밀리나 저기서 밀리나 똑같다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지형에서 전투를 해야함이 옳다고 생각하자 지크라엘의 시선이 이내 브루클린 영지에 멈춰섰다. 확실히 멜라니아 보다는 주변의 높고 넓은 산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만약 이곳에 가서 전쟁을 준비한다면 성벽도 더 높이 쌓아 올릴 시간이 있을지도 몰랐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멜라니아 도시를 버리고 병력들을 뒤로 물리는 게 나을 것 같군요."
"..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어차피 우리에겐 더이상 뒤가 없으니.."
칼리아 후작도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재상의 말에 동의하자 모두가 칼리아 후작을 따라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 ☆ ☆
한편 다시 아스란으로 돌아온 루크는 연구실에 틀어 박혀 며칠 동안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무엇을 그리 제작하는지 그 연구실에는 가끔 그의 여인들이 들락날락했으나 그것도 연구에 너무 몰두하고 있는 루크만을 잠시 바라보다 나오길 일 수였고 어느 순간 각지에 모인 수많은 대장장이들이 루크의 연구실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쏜살같은 시간이 지난 시각의 연구실이었다. 한 익숙한 대장장이 조엘이 루크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루크님의 설명대로 만들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완성이 된다면 정말이지 대량 살상무기가 될 것임이 분명하지만, 마법사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장장이 조엘의 말에 루크가 대답했다.
"마법사들은 걱정하지마세요. 이미 로제스 누님과 나달 상단에게 부탁했으니까요 마법진을 그릴 수 있는 마법사 용병들까지 보수를 주고 모으고 있으니까요! 일단 급한 건 이 설계도 대로 빨리 제작에 들어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엘을 비롯해 다른 대장장이들이 이내 루크의 앞에 모형으로 만들어진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그들로서는 처음 보는 물건 루크의 설명을 들어 본 바로는 무기라고 한다. 그것도 루크의 설명을 들어보니 대량살상무기였다. 네모난 나무통에 그 안에 구멍이 숭숭 뚫려 보기 흉한 모습은 물론 그 구멍 안에는 화약이 담긴 수많은 화살들이 보인다.
"이름이 그 신기전이라 하였습니까? 혹 어딘가에 있던 무기입니까? 이름까지 생각하셨을 줄은."
"하.. 하하, 그게.. 재 생각입니다."
루크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신기전, 이번에 루크가 생각한 무기였다. 거기서 더 나아가 마법적 힘을 가미한다면 충분히 좋은 무기가 될 것이고 조엘의 생각대로 대량살상무기가 완성될 것이라 생각했다.
"시간이 별로 없어요, 여러 차례 실험을 해야 하나 그럴 시간조차 부족해서 일단 제작부터 시작하고 하나하나 고쳐 나가야 해요 저도 완벽하게 아는 것이 아니니 모두가 머리를 쥐어짜야 해요 재료 외에 인건비 등은 나달 상단과 메르니스 상단에서 청구할 거에요 그러니 마음껏 제작해주시고 고쳐야 할 점이나 더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점이 있다면 저에게 말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원하는 수량까지 완벽하게 완성이 된다면 바로 전장에 떠날 수 있게 바퀴와 그 바퀴를 제어할 제어장치도 달렸으면 좋겠구요."
"예.. 알겠습니다만.. 지금의 장인들 말고 더 충원해주시면 적어도 일주일? 일주일 좀 넘게 걸려 20문 정도는 그 대포라는 것과 함께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다행이구요 인력은 걱정 마세요. 로제스 누님이 계속해서 장인분들도 모으고 있으니 계속 충원이 될 거에요."
조엘의 말에 루크가 걱정하지 말라며 대답하자 이내 조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조엘이 자신의 품에서 무언가 하나 꺼내 보이며 루크에게 말했다.
"그렇지! 루크님 여기.."
"이건?"
조엘이 루크에게 건넨 건 하나의 조금은 커다랗고 고급스럽게 보이는 나무 상자였다.
"저번에 만들었던 호신용 무기 잃어버렸다 들었습니다. 그래서 여기 새로 만들었습니다. 루크님이 없어서 그저 설계도랑 제 임의로 만들었으나 마법 진을 그려넣지 못해 실험을 해보진 못 했습니다. 마법진은 따로 마법사님께 부탁해 그려넣으시면 충분히 바로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루크가 놀란 얼굴로 상자를 열어보자 그 안엔 한 자루의 머스킷 총이 담아져 있자 루크의 눈이 기쁨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총이잖아요? 이걸 언제.."
"하하. 일을 하다 생각날 때마다 아들놈과 같이 만들었습니다. 충분히 쓸만하면 좋겠습니다."
"고, 고마워요.. 조엘"
"고맙긴요! 저희야 고맙지요 게다가 그저 흉내만 내 본 거고 완성이 된 것도 아니니 너무 고마워하시면 제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조엘이 쑥스러워하며 말하자 루크가 고개를 저으며 진심으로 우러나온 말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