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299화 (299/412)

【299회. 내가 할 수 있는 것】

"정말 고마워요 정말! 안 그래도 호신 무기 하나를 다시 만들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렇다면 정말 다행입니다. 그나저나 아쉽습니다. 시간만 더 있더라면 이 무구도 기사님들에게 비상용으로 들고 다니면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조엘이 루크가 들고 있는 상자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리자. 루크가 조엘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문제가 있다면 이 무기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루크와 조엘 뿐이었고 또 이 설계도를 가르치려면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단점이 있었기에 안 그래도 여러 무구들을 부탁한 시점에서 이것까지 부탁하기엔 제때 완성할지 미지수였다. 그렇기에 루크는 아쉽지만, 이 머스킷 총은 다음으로 넘겨야 했다. 안 그래도 이름은 신기전이라 지었으나 조금은 다른 이 무기를 비롯해 대포를 만들기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었다.

"이건 다음에 생각하도록 하지요."

"알겠습니다. 루크님!"

"예! 아무튼, 곧 나달 상단과 메르니스 상단에서 재료랑 조엘을 도와줄 사람들이 곧 도착할 테니 잘 부탁드려요. 조엘."

"부탁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그나저나 지금 나라가 이리도 좋지 않은데 여전히 장인들이 남아 있나 보군요? 보통 대장장이들은 이미 전선에 나간 기사님들의 무구를 만드느라 다른 물품은 만들 수가 없다 들었습니다."

조엘의 말대로 지금 자신의 연구실에 설계도를 바라보고 있는 대장장이들을 제외하면 거진 아즈문의 대장장이들은 검과 갑옷을 만드는데 파견을 가 있었다. 그렇기에 따로 대장장이들을 빼오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루크에게는 다행히도 나달과 메르니스 상단이 함께 했었다.

"국가의 소속되어 있지 않은 상단의 대장장이분들을 모두 이끌고 온다고 했어요."

"그렇군요.. 그런데 그럼 저보다 더 실력이 좋을지도 모르겠군요?"

조엘이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무래도 한낱 마을 대장장이가 대륙을 떵떵 울리는 상단의 장인들과 비교하기엔 조엘로서는 부끄러웠나 보다 그러나 루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조엘 역시 충분히 설계도만 있다면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완성해 왔었다. 특히 지금 루크의 손에 들린 머스킷 총만 해도 그랬기에 루크는 조엘이 좀 더 자신감이 있었으면 했다.

"그렇지 않아요. 조엘! 자신감을 가져요. 조엘은 충분히 좋은 대장장인이니까요! 자부심을 가져도 좋아요 제가 보증해요! 그렇지 않나요 여러분?"

루크가 이내 조엘의 뒤편에서 여전히 설계도와 씨름을 하고 있던 다른 장인들을 바라보며 묻자 그들은 설계도에 눈을 때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조엘이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다. 살아생전 이렇게 주목을 받은 적도 없을뿐더러 어딘가에 소속되어 수장역을 맡아 본 적도 없는 그저 촌사람이었기에 부끄러움을 떨쳐내기가 아직 익숙지 않았다.

"자자! 그럼 나머지 나달 상단과 메르니스 상단에서 오는 장인들도 모든 분들의 수장으로서 잘 이끌어주세요 조엘!"

"후...예 알겠습니다! 루크 도련님 노력해보겠습니다!"

"좋아요! 그런 패기!"

루크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을 조엘에게 내밀자 조엘도 루크의 손을 맞잡는다. 이내 조엘이 몸을 일으키자 뒤편에 있던 대장장이들도 설계도를 하나씩 챙기기 시작했다.

"꽤 급하다 하셨으니 저희는 이만 공방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루크님이 원하시는 무구를 제작하기가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르니 일단 빨리 시작해봐야겠습니다."

"아 그러시겠습니까? 고마워요 조엘! 기대하고 있을게요"

"그럼. 자 가게나 모두들."

고개를 꾸벅 숙인 조엘이 이내 다른 대장장이들을 보며 말하자 한둘씩 조엘을 따라 연구실을 나서는 사람들이었다. 루크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소리쳤다.

"모두 잘 부탁드립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도련님!"

"예! 꼭 완성해가지고 오겠습니다.!"

호탕한 얼굴의 한 대장장이를 필두로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게 다시 혼자가 된 저택의 실험실에 루크는 모형으로 만든 신기전과 비슷한 모형을 바라봤다. 겉모습은 지구에서 있었던 신기전이었으나 루크의 예상대로 완성된다면 저 수많은 입구에서 자신이 만들었던 대포와 같은 위력이 쏟아져 내릴 것이다.

또 다른 마법을 이용한다면 박격포와 같은 위력 또는 백린탄과 비슷한 위력으로도 만들 수 있을 이 무구는 무궁무진한 힘이 될 것임에 루크는 이것에 사활을 걸 생각이었다. 어차피 더는 시간도 없으니 말이다.

"잘 만들어져야 할 텐데.."

"루크? 뭐 해?"

그때였다. 누군가 실험실 문을 몰래 열고 들어와 루크의 뒤에서 묻자 루크가 놀란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그곳엔 언제 왔는지 루시가 미소를 그리며 웃고 있었다.

"아, 아뇨 그냥 생각하고 있었지요."

"생각?"

"예"

"무슨 생각? 설마? 내 생각?"

루시가 환하게 웃으며 루크에게 달려들며 묻자 루크가 난감을 표하며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루시의 눈이 가늘어지며 루크를 째려보자 루크가 괜스레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설마 아닌 거야?"

"아니에요 맞아요.. 루시, 루시 생각했어요.. 하하.."

이내 루크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하자 루시가 여전히 못마땅했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에요?"

루크가 급히 말 길을 돌리며 묻자 이내 루시의 표정이 조금은 우울하게 변해갔다. 무언가 고민이라도 있는 듯, 축 처진 어깨에 언제나 활발하던 그녀의 기분이 한껏 가라앉아 있자 루크가 고개를 갸웃 뚱하며 루시를 바라본다.

"요즘.. 이상한 꿈을 자꾸 꿔."

"꿈이요?"

루크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묻자 루시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 흠칫 몸을 떠는 게 그리 좋은 꿈은 아닌 것 같았다.

"자꾸 나를 닮은 사람이 막 울어 그러다가 굉장히 무섭게 생긴 무언가가 날 데려가려고 하는걸.. 깨어나면 진짜가 아닌 꿈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가요..?"

"응 또 어쩔 때는 세상이 온통 검게 변해 나 혼자가 돼, 아무리 루크를 불러도 대답이 없어 라이아 엄마도 릴리도 세리스도 모두다..."

"... 그래요?"

루시의 꿈에 루크는 괜스레 심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서 그 무섭게 생긴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으나 물어보기엔 루시가 너무 공포에 떨어 묻기가 꺼림 직했다.

"몇 번이나 맨날 같은 꿈을 꿔.. 어떡하지.. 어떻게 하면 꿈을 안 꿀까?"

루시가 루크의 품에 안기며 중얼거렸다. 아마도 근래 표정이 좋지 않았던 게 이 이유 때문인 듯하다. 루크가 이내 조심스럽게 그녀의 팔을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괜찮아요.. 그저 꿈이에요.. 아무것도 아닐 거에요."

"정말?"

"네..."

루크의 말에 루시가 배시시 웃어 보였다. 자신의 대답이 조금은 힘이 된 것일까? 아니면 그저 웃는 척 연기를 하는 것일까? 웃고 있어도 루시의 슬픈 표정은 그리 변함이 없다. 그러자 루크의 입가에 씁쓸함이 묻어 나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