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301화 (301/412)

【301회. 내가 할 수 있는 것】

"곧 도착할 거에요. 조금만 힘내요!"

"허허 오랜만에 꽤 오래 걷는구만..."

한참 숲 속을 걷던 마리에테가 잠시 멈춰 서며 말을 이었다. 그러자 지크문드가 단내가 나는 숨을 길게 토해내며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내고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마법사라는 직업도 직업이지만 나이도 만만치 않아 제대로 길이 나 있지 않은 숲길을 오래 걷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지크문드의 비해 사무엘과 나서스 그리고 데미아스는 평소 검을 사용하면서 얻게 된 신체적 이점과 고된 육체적 훈련으로 지크문드보단 조금은 나은 듯했으나 그들도 힘들어하긴 여간 똑같았다. 특히 데미아스는 아직 상처가 다 회복되지 않아서 그런지 도중 도중 인상을 찡그리는 것이 걸을 때마다 고통을 수반하는 것 같았다.

그런 그들 사이에서 오직 마리에테만이 처음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태로 여전히 뽀송뽀송한 상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그리 지쳐 보이지도 않은 것이 확실히 숲길을 걸을 때 엘프에 신체적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는 것이 거짓이 아님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마리에테로서는 더 걸을 수 있었으나 다른 이들을 생각해 잠시 멈춰서며 도중 도중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줬고 지금도 그러했다. 꽤 지친 지크문드를 보며 마리에테가 이내 나무 그루터기가 많은 곳을 찾아내며 멈춰 서자 일행들은 체면도 잊고 그루터기에 앉아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그나저나 이 숲이 이리도 큰 줄 몰랐네."

지크문드가 땀을 닦아내며 여전히 나무로 빼곡한 숲을 보며 중얼거렸다. 숲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앙상한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섰으며 그나마 들리는 소리로는 새들의 저저귐소리만이 유독 크게 들려오는 숲에 마리에테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요! 그래서 이 숲을 엘프들이 살지는 않았지만 자주 이용했지요 숲 깊숙이 들어간다면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정도로 넓은 숲이니까요. "

"아! 그건 들었네 푸른 바다 일족과 푸른 달빛의 숲 속이라는 일족이 화합을 하는 곳이라고 들었네 하지만 왜 이러한 곳에 살지 않는지는 모르겠군. 엘프들에게 좋은 보금자리 같은데 말이지?"

"예로부터 엘프들에게 이곳은 성스러운 곳이었으니까요 그 어느 일족도 이 성스러운 숲을 차지하지 않았어요. 일종에 불문율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이곳은 예전부터 저희가 아닌 다른 이들의 보금자리였거든요"

"다른 이들?"

지크문드가 잠시 땀을 식히며 묻자 마리에테가 아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세상이 혼란해 모습을 감췄으나 예로부터 이곳엔 요정들의 보금자리였으니까요."

"호! 요정들이라? 신기하군! 내 엘프보다는 아니지만 살아생전 요정들을 본 적이 없어 궁금했는데 말이지."

지크문드가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그에 다른 이들도 같이 주변을 돌아봤으나 요정이 살았던 흔적은 발견할 수가 없었다.

"요정들은 장난기도 많지만 그만큼 겁도 많아요. 그래서 엘프 내부에선 이런 말도 돌았답니다. 요정들이 갑자기 모습을 감춘다면 세상이 위험해질 징조라고 말이에요."

"그렇구려."

"요정들은 예로부터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도 해서 큰 위험을 가장 먼저 알게 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랬군! 그래서 지금은 요정을 볼 수 없는 게로군?"

"맞아요!"

마리에테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차가운 바람이 그들을 훑어 지나가며 잠시 흘렸던 땀을 식혀줬다. 그런 마리에테의 얼굴엔 그리움이 묻어나 있는 것 같자 지크문드가 물었다.

"자네는 요정이랑 친분이 있나 보지?"

"맞아요. 요정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지요. 제가 만든 신물들도 거진 요정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만들 수 없었을 거에요."

"그랬군.. 그렇기에 그리도 신비한 힘이 담긴 신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단 소리구려?"

"맞아요. 그들의 능력은 정말이지 신비롭지요 아무튼, 요정들 때문이라도 이곳에 보금자리를 만들지 않았지요."

"대신 다른 일족들을 만나기 위한 화합의 장소로 여겼구려?"

"그렇죠.. 하지만 지금은 더이상 만날 수 없는.."

씁쓸하게 변한 마리에테의 모습에 지크문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푸른 바다 일족 때문이라지?"

마리에테가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이 이야기도 안느란테에게 들은 건가요?"

"그렇다네. 그런데 그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던 것인가? 안느란테도 왜 그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지 꽤 궁금해하고 있던데 말이야."

지크문드의 말에 표정이 풍부한 마리에테의 눈이 차츰 분노로 차가워지다가 이내 아련함을 띤다. 무언가 큰일이 있었는 듯 지크문드는 지친 몸도 쉴 겸 그리 닦달하지 않고 마리에테를 기다려주자 그녀의 입이 천천히 떨어졌다.

"그들은... 바다 건너에 있는 숲 속에 살았던 그들은.. 모두 흑마법사에게 영혼을 빼앗겼거어요. 물론 아직 스완이 남았지만 말이에요."

아련한 듯 마리에테가 주위를 돌아보며 말하자 지크문드가 되물었다.

"영혼을 빼앗겼다?"

"맞아요. 순수한 엘프들의 영혼을 이용해 그들이 스태프로 만들었거든요."

"스태프? 혹시 그 클루드라는 자가 들고 있던 스태프인가?"

뒤이어 사무엘이 묻자 마리에테가 분노로 가득찬 얼굴로 끄덕였다.

"맞아요. 그 아귀의 스태프는 푸른 바다 일족 엘프들의 영혼을 삼켜 만들어진 스태프에요.."

"그럼 왜 스완이란 자가 그자를 따르는 것인가? 원수가 되었어도 이상치 않을 텐데 말이야?"

뒤이어 데미아스가 이상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며 묻자 마리에테가 잠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저도 그건 잘 모르겠어요.. .어쩌면, 어쩌면 아귀의 스태프에 갇혀 있는 그들의 영혼을 빌미로 스완을 이용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흠... 그럴지도 모르겠군. 무엇 때문인지.. 그 영혼들을 다시 구해낼수 있는 것인가?"

"그건 저도 알지 못해요.."

지크문드가 그녀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마리에테가 가 다시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

"자! 일단 다 쉬었으면 어서 가요! 이제 코앞이에요 곧 그들을 만날 수 있을 거에요. 조금만 더 힘내지요!"

"그러지.. 그나저나 한 가지 더 궁금한 게 있다네!

"참 궁금한 게 많으신 분이군요?"

"하하 미안하네! 그런데 자네랑 꽤 인연이 있던 자 같아서 그러네."

지크문드가 다른 궁금함이 생겼는지 묻자 마리에테가 지크문드를 보며 말했다. 그러자 지크문드가 괜스레 헛기침을 하며 얼굴을 붉히자 그 모습이 웃기기라도 한듯 마리에테가 킥킥거리며 다시 말을 이었다.

"저랑 인연이 있어 보인다구요?"

"그렇게 보였네. 이름이... 메드니스라 하던가? 자네와 꽤 인연이 있어 보이던데 말이야. 그것도 좀 안 좋은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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