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2회. 내가 할 수 있는 것】
지크문드의 말에 메드니스가 연실 키득거리며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아는 분이지요."
"꽤나 인연이 깊어 보이던데?"
"호호! 그렇게 느끼셨나요?"
마리에테의 미소에 지크문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당시 윈랜드에서의 상황이 그려졌다.
한창 메드니스와 싸우고 있을 때였다. 차츰 고갈되어 가는 마나 속에 더이상 자신의 주변에 쉴드를 칠 마나 조차 부족해지는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메드니스의 채찍은 지칠 줄 모르고 계속해서 지크문드의 사방을 점해 왔고 지크문드의 마법은 그녀를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 속에 결국 모든 마나를 고갈해 실드가 깨져 버리며 그녀의 채찍을 허용한 지크문드의 표정은 패색으로 짙어진 상황이었다.
뒤이어 다시 날아온 메드니스의 채찍이 지크문드의 목을 조이기 시작했고 그녀의 기다란 손톱이 지크문드의 미간을 노리려 할 때, 때마침 마리에테가 나타나 메드니스를 막아 준 것이었다. 그녀가 사용하던 특이한 빛을 내뿜는 화살이 메드니스의 등을 노려 간신히 메드니스의 채찍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지크문드였다.
동시에 마리에테를 확인하고 여유로웠던 메드니스의 표정이 이내 광기를 보였던 것이 계속 지크문드의 눈에 아른거렸다. 그런 메드니스의 광기가 생각나서 일까? 괜스레 다시 한번 몸이 오싹했다. 그러한 광기는 처음 봤기에 앞으로도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이로 여전히 메드니스의 분노가 느껴지는 듯했다. 그런 그녀의 비해 마리에테는 여전히 여유로워 보였다.
"그대를 꽤 증오하고 있던데?"
"하하 별일 아니에요. 오래전 일인데 .. 중간 계에 메드니스가 흑마법사에게 소환되었을 때 제가 그의 미간에 활을 쏘아 다시 역소환 시켰었거든요."
"그랬나? 고작 그게 다는 아닌 것 같은데.."
"뭐 큭큭! 소환될 때마다 막아내긴 했지만 좀 여러 번이라 그런 것 같네요."
"여러 번?"
지크문드가 놀란 얼굴로 묻자 마리에테가 재밌다는 듯이 키득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녀가 살고있는 마계보다 이곳을 더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중간 계에 소환되길 바라는 열망이 커요 게다가 흑마법사들의 소환 의식은 특정한 누군가를 지칭하기보단 일단 아무나 나오라 하는 식인 게 대부분인지라 보통 이 중간 계에 소환되고 싶어하는 메드니스가 자주 소환되었지요."
"하.. 그랬군.. 그런데 난 여태 몰랐건 만 그러한 일이 있었구려?"
"맞아요 그래서 나중에 소환되었을 때는 일부로 역소환 시키지 않고 하나하나 팔을 뜯고 날개를 자르고 다리를 잘라서 제구실을 못하게 하고 봉인시켰어요 그리고 나중에 확인해보니 혀를 깨물고 다시 마계로 돌아갔더군요? 그게 꽤나 아팠나 보네요."
"흐, 흐흠.. 꽤 손속이 잔인했구만..그 자존심 강한 마계인에게 자살을 택하게 하다니.. 크흠.."
지크문드가 괜스레 헛기침을 하며 말하자 마리에테가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며 대답했다.
"호호홋! 그래야 다신 중간 계로 돌아올 생각을 못할 줄 알았는데 제 착각이었나 봐요 다음에는 더 고통스럽게 죽이던가 해야겠어요. 호홋."
여전히 웃으며 살벌하게 말하는 마리에테의 모습에 지크문드가 당황한 나머지 그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면서 마리에테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보단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마계인들이 이곳 중간 계에 소환이 된다면 죽는게 아니라 역소환으로 끝이나는겐가?"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데미아스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묻자 마리에테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어떻게 소환되었느냐에 따라 달라요. 보통 흑마법사들이 소환한 마계인들은 그들의 형상을 소환하는 것이지요 실체가 아니에요. 실체를 소환시키기엔 그들의 능력은 한없이 부족하지요. 그렇기에 죽여도 죽여도 역소환으로 그치지만 벨리알처럼 강제로 마계와 중간 계를 잇는 균열로 소환해 낸다면. 그들의 진정한 실체를 소환하는 거에요. 그렇기에 마계인들이 더 강한 힘을 이곳에서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랬군... 그렇다면 야낙은 진짜로 죽었겠군."
"맞아요. 아마 이번에 메드니스도 죽게 된다면 진짜로 죽을지 모르죠."
마리에테의 말에 데미아스가 이내 수긍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야낙과의 전투가 모든 것을 쏟아 부을 만큼 힘들었는데 혹여나 벨리알이 다시 야낙을 소환해내면 그것만큼 당황스런 일이 없을 것이다. 자신의 노력이 헛고생이될까. 조금은 걱정이 들었던 것 같았다. 이내 다시 데미아스가 침묵을 유지하다 다시 마리에테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균열에의한 소환에도 단점이 있어요."
"단점?"
마리에테가 고개를 끄덕이자 데미아스와 지크문드가 고개를 갸웃했다.
"차원의 균열을 열고 소환된 그들은 다시 돌아갈 수가 없어요. 균열의 시전 자가 직접 균열을 만들어주던가 아니면 직접 균열을 만들어 돌아가야 하는데. 차원의 균열을 만들 수 있는 자는 적어도 반신의 힘을 가진 자만이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그랬군.. 그래서 야낙이나 카시오가 벨리알을 싫어해도 돌아갈 수 없었던 이유가 그러한 이유도 있었겠군."
마리에테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잠시 생각에 잠겨 다시 바삐 걸음을 옮겨갈 때였다.
"그나저나.. 우리 최종 목적지는 어디요?"
뒤이어 조용히 걸음을 옮기던 나서스가 그제야 가장 중요한 질문을 묻자 마리에테가 잠시 주위를 돌아보다 말을 이었다.
"아까 말한 대로 곧 도착할 거에요 이미 그들은 와 있다고 하니까요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요르문간드와 아즈문의 접경 지역, 이 푸른 숲을 지나면 나오는 들판이에요 그들이 배를 타고 도착하는 곳이기도 하죠! 바다와 들판이 만나는 곳이니까요."
"요아크 들판인가 보군."
"맞을 거에요 그들의 편지에도 그렇게 쓰여 있으니 말이지요."
"흠.. 그 녀석들이 진짜 와 있을는지.."
여전히 요르문간드 사람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지크문드가 궁시렁거리자 마리에테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와 있을 거에요 라게르사님과 연락이 되었거든요."
"연락이라면?"
"이거에요."
마리에테가 미소를 지으며 품속에 작은 구술을 꺼내 들자 그제야 지크문드가 손가락을 튕기며 대답했다.
"연락 구슬이군? 꽤 고가의 물건인데?"
"맞아요 그리고 이건 제가 만든 물건이니깐 굳이 살 필요가 없지요."
"역시.. 연금술사 마리에테가 맞구려!"
"헤헷. 자! 어서 가지요!"
지크문드의 칭찬에 마리에테가 부끄러운 듯 배시시 웃어 보이다 다시 재빨리 걸음을 옮겨 숲을 통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