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304화 (304/412)

【304회. 내가 할 수 있는 것】

뒤이어 레이니가 검에 힘을 주며 말하자 메드니스의 목 언저리에 자그마한 실선이 생겨나며 붉은 핏방울이 흘러내렸다. 조금이라도 움직인다면 바로 그어 버리려는 레이니의 마음이 전해지자 메드니스가 이내 품속에 단검을 집어 넣고 양손을 위로 들어 보였다.

"호호호~ 자기 너무 박력 적이네? 하지만 난 여자에겐 관심 없는데.. 이 아이라면 또 모를까?"

메드니스가 눈을 빛내며 루크를 눈짓하자 레이니의 표정이 더욱 험상궂게 변하며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메드니스는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는지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야 이번엔 너에게 볼 일이 아니라 아쉽네~ 이제 집도 알았으니 다음엔 직접 네 방으로 찾아갈 테니 기대하고 있으라구!"

찡긋 윙크를 하며 말하는 메드니스의 모습에 루크는 왠지 모를 소름이 끼쳐 몸을 부르르 떨었으나 이내 메드니스가 루시를 가리키자 황급히 소리 쳤다.

"무, 무슨 소리지?"

루크의 물음에 메드니스는 여전히 루시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자 단단히 겁을 집어먹은 루시가 급히 레이니의 뒤에 몸을 숨겨 곁눈질로 메드니스를 바라봤다.

"우리 주인님께서 이 아이의 몸이 필요하다고 해서 데려갈 수 있으면 데려가고 싶은데.. 흠~"

"그게 무슨 소리야! 절대 루시를 데려갈 수 없어!"

뒤이어 레이니가 소리치자 메드니스가 여전하게 여유를 부리며 대답했다.

"너희들도 알잖아? 이 아이는 신이란 것을? 설마 모른다고는 안 하겠지? 그나저나 신이라는데 왜 아무런 기운도 없는 거야? 정말 모든 기억과 힘을 잃은 거야? 아니면 신이라 내가 못 느끼는 건가? 그렇진 않아 보이는데?"

"무, 무슨 말이에요."

메드니스의 말에 루시가 인상을 찡그리며 묻자 메드니스가 오히려 되물었다.

"무슨 말이냐니? 넌 신이잖아? 네 스스로 기억을 잃은 거니?"

"그, 그게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요."

"들을 필요 없어 루시!"

뒤이어 엘레니아가 소리치며 마나를 일깨우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녀의 분노로 차오르며 거대한 불꽃의 덩어리가 메드니스를 향해 이글거리기 시작하자 메드니스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동시에 루크의 옆에 선 아리스가 한 걸음 더 메드니스와 가까워지자 신물의 기운을 느낀 메드니스가 이내 인상을 찡그렸다.

"역시나 꽤 호의적이지 않구나? 아무튼, 넌 기억을 잃었으니 이리도 인간들 틈에 섞여 있는 거겠지? 내가 듣기론 인간들을 증오한다. 했는데 말이야?"

"닥쳐! 넌 루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잖아!"

레이니가 언성을 높이며 다시 검에 힘을 주자 메드니스의 표정이 더욱 잔인하게 일그러지며 대답했다.

"레이먼드의 소환 의식이 방해를 받아 실패로 돌아갔다고 했는데 혹시나 그 탓도 있겠구나? 뭐 하지만 신이란 건 변함 없으니 널 데려오는 일이 아닌 찾는 일이었으니 내 일도 여기서 끝이고. 네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말이야. 오늘은 이만 갈게 내 일은 끝이니깐 아! 그리고 루크라고 했나? 내가 잘해줄 테니깐 나랑 같이 가지 않으련? 그럼 목숨만은 살 수 있을 거야."

메드니스가 다시 한번 윙크를 해 보인다. 동시에 그녀의 손이 자신의 음부를 살짝 어루어만지더니 이내 자신의 커다란 가슴을 강조하며 루크를 유혹하자 루크가 이내 몸서리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메드니스가 예쁘고 몸매가 좋다 해도 알 수 없는 거부감이 들었다. 어쩌면 그가 마계인이라 그런지도 몰랐다.

"루, 루크에게 손대기만 해봐!"

그런 메드니스의 모습에 레이니를 비롯해 엘레니아가 다급히 소리치며 이내 더이상 참지 못한 레이니가 먼저 검을 휘두르자 메드니스의 몸이 흐릿해지며 검이 그대로 관통했다. 뒤이어 엘레니아의 불꽃의 마법이 메드니스에게 향했으나 그녀가 손을 한번 휘두름에 마법은 그대로 모습을 감췄다. 그런 그들을 향해 메드니스가 재밌는지 키득거리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고작 이 정도야?"

잔뜩 실망한 표정의 메드니스가 레이니와 엘레니아를 도발한다. 이내 분노를 참지 못한 레이니가 땅을 박차고 다시 검을 휘두르자 메드니스가 뒤로 몸을 빼며 어느새 그녀의 오른손에 생긴 채찍을 들어 레이니의 검을 막아내려 했다.

"이까짓 채찍!"

레이니가 기합성을 토해내며 검을 휘두르자 레오니르의 검이 번뜩이며 메드니스의 채찍을 베어냈다. 동시에 다시 한번 메드니스에게 날아오는 마법과 뒤이어 안느란테도 합세했는지 여러 발의 화살이 메드니스에게 날아온다.

"좀 신경 쓰이네?!"

급히 한 손을 뻗어내며 마법을 사용하자 반투명한 막이 안느란테의 화살과 엘레니아의 마법을 가뿐히 막아냈다.

"이걸로는 부족! 힉!"

메드니스가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려 할 때였다. 어느새 메드니스의 뒤를 점한 아리스의 주먹이 빛이 일렁이며 메드니스를 향해 노리자 메드니스가 급히 바닥을 굴러 아리스의 주먹을 피해야했다. 그러한 굴욕 속에 짜증섞인 메드니스가 무어라 소리치려 했으나 연이어 계속해서 이어지는 레이니의 검세에 메드니스가 급히 창문 밖을 몸을 날리며 레이니의 검세를 피해야만 했다.

"이씨!!.. 내 성질을 건드려야겠어?! 좋아 해보자 이거지?!"

결국 분노를 터트리는 메드니스가 허공에 몸을 띄우며 양손에 이글거리는 불꽃을 만들어 내며 당장에라도 쏘아내려 했다. 그러나 어느새 저택을 둘러싼 기사들 하며 그들의 손에 들린 활의 시위가 자신을 향해 겨누자 메드니스의 표정에 난감함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아무리 자신이 상급의 마계인이라도 이 모두를 상대하기엔 신물 때문이라도 무리가 있을 거란 판단이 섰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메드니스의 표정이 이내 불만으로 가득찼으나 이내 한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좋아.. 오늘은 여기서 끝내주지! 어차피 내 일은 그녀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니깐! 그리고 루크 너! 빼앗는 재미도 쏠쏠하니깐 기다리라고! 흥!"

"놓칠 줄 알고!"

뒤이어 안느란테의 화살과 엘레니아의 마법이 다시 메드니스에게 향했으나 차츰 몸이 옅어지기 시작한 메드니스의 몸이 이내 시야를 가리는 강한 흑색의 연기를 뿜어냈다. 뒤이어 연기가 완전히 가셨을 때는 메드니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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