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회. 내가 할 수 있는 것】
"... 도망친 거야?"
레이니가 자신의 손에 들린 레오니르를 보며 묻자 레오니르의 검신이 살짝 빛이 일렁이며 레이니에게 어떠한 기척도 느껴지지 않은 다는 말을 전했다. 그럼에 레이니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레오니르를 다시 검집에 꽂아 넣었다. 뒤이어 레이니의 모습을 본 엘레니아도 끌어내던 마나를 천천히 가라앉히는 모습이 보였다.
"신물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뒤이어 레이니가 루크를 보며 말하자 루크도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메드니스가 저택에 침입했을 때 기척을 감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다행히도 그 누구도 기척을 감지하지 못했으나 유일하게 기척을 느낀 것은 다름아닌 레오니르와 아리스 였기 때문이었다. 저번부터 적들의 침입이나 윈랜드에서도 침입이 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신물들의 힘에 다시 한번 놀랄 수 밖에 없던 루크였다.
이내 루크가 레오니르와 아리스를 향해 감사하단 말을 전했다.
"고마워요. 레오니르, 아리스."
그런 루크의 말에 레오니르가 한차례 빛을 토해내다 잠잠해지고 아리스도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팔찌로 돌아오며 짤막하게 대답했다.
'별거 아니다. 그나저나 더욱 조심해야 해. 그들이 신의 존재를 눈치챘으니 이제 벨리알의 관심은 다른 것들 보다 루시를 더 탐하게 될 거다.'
"예.. 더욱 조심해야겠어요."
아리스의 말에 루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루시를 바라봤다. 그녀 역시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상념에 빠져 있는 것이 조금 전 메드니스와의 대화 때문인 듯했다. 자신을 향해 신이라 말한 메드니스의 말이 계속해서 여운이 남는지 꽤나 진지한 상념에 빠져 있었다.
"루시를.. 잘 지켜야지요."
뒤이어 안느란테도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루시를 바라봤다.
"그렇다면, 일단 오늘은 내가 루시랑 같이 잘게."
레이니가 이내 루시를 향해 말하자 루시가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다.
"루, 루크랑 잘래.."
"안돼요. 루시! 오늘은 레이니랑 같이 방을 사용해요. 또 그녀가 찾아올지 몰라요. 루크보단 레이니가 루시를 지켜주는데 더 좋을거에요 이제부터 더 조심해야 해요!"
루시의 말에 옆에 있던 에이리스가 루시를 향해 일갈하자 루시가 이내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무래도 평소 에이리스나 라이아가 마치 친엄마처럼 대해주는지라 그녀들의 말을 거부하기를 조금은 힘들어했다. 루크도 그런 루시를 보며 멋쩍게 웃어 보인며 에이리시의 말에 살을 덧붙였다.
"그러는게 좋겠어요. 루시."
루크가 거들었고 세리스와 릴리가 루시에게 다가가 말했다.
"루시! 우리도 같이 잘게요!"
"맞아! 나도!"
"음... 그래.. 그럼.."
결국 하는 수 없이 루시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도 루시의 눈빛이 아쉬운 듯 루크를 향해 있었으나 릴리와 세리스가 루시를 잡아끌었다. 못내 세리스와 릴리를 따르는 루시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루크의 입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근래 릴리와 세리스가 루시와 자주 다니는 듯하더니 꽤 친해진 듯하다. 특히 한창 바쁜 다른 여인들에 비해 시간이 좀 한가한 루시가 세리스와 릴리와 자주 노닥거리는 모습을 보였는데 가끔가다 이상한 책이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조금 흠이라면 흠이랄까? 그래도 가족들과 잘 지내 다행임을 느낀 루크였다.
"그런데 루크? 그 여자가 널 알고 있는데 어떻게 된 거야? 설마.. 또 꼬리 치고 다니는 건 아니지?"
뒤이어 엘레니아가 인상을 쓰며 루크에게 묻자 루크가 다급히 손사래를 치며 그녀와 윈랜드에서 처음 만났던 일화를 간략하게 말 해줘야 했다.
"우리가 스완을 쫓을 때 그런 일이 있었다고? 정말 그뿐이야? 그녀가 루크에게 참 관심이 많아 보이던데 말이야?"
"그, 그건 저도 잘.."
루크가 난감해하며 어깨를 으쓱해 보이자. 이내 엘레니아가 의심스런 눈초리를 거두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래..알았어. 믿어줄게. 네가 뭔 잘못이 있겠어? 안 그래?"
"하하... 정말인데.."
엘레니아의 말에 루크는 억울하다는 듯이 아우성을 쳤으나 엘레니아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그럼에 더 억울해진 루크였으나 그녀는 루크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년이 루크님을 노리니깐. 루크님도 혼자 재워 두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러니 이번엔 제가 같이 잘게요. 아까 그년이 그랬잖아요! 루크의 방에 찾아오겠다고!"
뒤이어 안느란테가 눈치 없이 끼어들었다. 그녀 역시 메드니스가 꽤 신경쓰였는지 메드니스를 그년이라고 까지 표현하는 모습이 꽤나 불쾌했나보다. 그러나 안느란테의 말을 들은 이들은 터무니 없는 표정을 지어 보이다. 엘레니아와 레이니가 이내 험상궂은 얼굴로 안느란테를 바라본다. 그럼에 안느란테가 멋쩍게 웃으며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그럴 필요 없어 루크에겐 아리스가 있으니까."
"마, 만에 하나라도 있잖아요? 하하.. 그러니 루크님을 위해 제가 .. 그 엘프니깐 전 더 기척을 잘 감지 할 수 있고 그렇죠? 루크님도 좋잖아요?"
안느란테가 지지 않고 대답하며 차츰 루크에게 가까워지려 하자 루크의 표정이 절로 헤프게 변하며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다른 이들의 표정이 찌푸려지며 루크를 노려보자 루크가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괘, 괜찮아요 난 아리스가 있으니.. 하하.."
"아니.. 그래 안느란테의 말이 맞아 위험할지도 모르지."
난감해하는 루크의 말에 엘레니아가 잠시 고민을 하며 대답하자. 그제야 안느란테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럼 제가!"
"아니! 다 같이 자면 되지 안 그래?"
"그, 그게 무슨 소리에요 엘레니아님?"
엘레니아의 말에 안느란테가 고개를 갸웃해하자 엘레니아가 그저 웃어 보인다. 이내 안느란테의 표정이 울상으로 변했고 레이니가 키득거리며 재밌어했다. 그런 그들 사이로 조용히 있던 제롬을 비롯해 라이아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고 세리스와 릴리도 이내 루시를 데리고 레이니의 방으로 향했다.
"자! 그럼 가자고 루크!"
엘레니아가 이내 루크의 손을 이끌며 방으로 들어가려 하자 에이리스와 안느란테가 우물쭈물하며 조심스럽게 엘레니아의 뒤를 따랐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레이니가 그들을 따라가려 하다 에이리스가 멈춰 서며 말했다.
"레이니? 너는 루시와 같이 잔다 하지 않았니?"
"아.. 그, 그게.. 다 같이 자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에이리스의 말에 레이니의 인상이 구겨진다. 동시에 루크를 바라보자 루크가 멋쩍게 웃어 보이며 레이니의 시선을 피했다.
"다 같이 자기엔 자리가 좁잖니 루시와 세리스, 릴리까지 다 같이 루크의 침대에서 잔다면.. 잘 공간이 부족할 테니 오늘은 그들과 같이 자렴."
"그, 그런. 잠시만요! 에이리스님!"
"그럼 잘 자렴 레이니"
"..힝.."
그 말을 뒤로 에이리스가 종종걸음으로 루크의 방으로 향하자 복도에 홀로 남은 레이니가 이내 울상이 되어 축 처진 어깨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껄껄 이러다 뺏기겠구만!'
뒤이어 들려오는 레오니르의 목소리에 레이니의 표정이 더욱 울상이 되어갔으나 어느새 자신의 방에 들어가던 세리스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레이니를 불렀다.
"언니 빨리 와~"
"... 알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