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314화 (314/412)

【314회. 내가 할 수 있는 것】

"가까워진다!! 대기하라!!"

점차 가까워지는 와이번의 모습이 보인다. 이제 병사들의 눈에도 와이번의 모습이 보였음은 물론 그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며 괴성을 토해내는 와이번의 포효도 들려왔다. 마치 하늘을 찢는 우레와 같은 소리처럼 하늘을 뒤덮는 와이번의 모습은 두려움을 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병사들의 안색은 충분히 굳어져 갔고 시위를 매긴 손에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자칫하다간 손을 놓쳐 활을 쏘아 낼 뻔한 병사들이 있었으나 다행히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쏴라!!"

다시 한번 지크라엘이 소리쳤다. 동시에 아까보다 더 많은 화살의 비가 허공을 향해 쏘아내기 시작하며 하늘을 뒤덮었다.

뒤이어 굉음을 토해내며 허공을 가르는 발리스타 역시 강철 화살을 같이 쏘아내자 하늘을 좀 먹는 와이번 무리들이 이내 화살을 맞고 고통에 찬 비명을 토해내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어진 마법사들의 공격, 와이번의 날개가 찢겨 바닥에 곤두박질쳤고 이내 아래에 있는 자신의 병사들을 삼켜가며 죽는다. 그러나 그중에 살아남은 와이번들은 이내 성벽 위에 있는 병사들을 노리기 시작하자 급히 방패 병들이 방패를 들어 올려 와이번을 막아내려 애를 썼다.

"물러서지 마라!! 어서 와이번을 공격해! 투석기는 계속해서 공성 타워를 노려라!!"

"끄아악!"

"살려줘!!"

뒤이어 와이번에 부리에 쪼이거나 커다란 발톱에 허공에 들어 올려 졌다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아군들의 비명소리가 잦아지기 시작했다. 지크라엘은 이를 갈며 계속해서 소리쳤다.

"어서 와이번을 노려라! 몸을 뚫을 수 없다면 가장 약한 날개를 찢어 추락하게 만들어라!! 두려워 하지 말아라!"

지크라엘의 말에 금새 그들은 와이번의 날개 위주로 노리기 시작하자. 그의 말대로 날개가 찢긴 와이번은 조금 전보다 더 손쉽게 추락시켜갔다. 그러나 그들을 상대하느라 잠시 잊었던 트롤들의 공성차가 이내 성문에 가까워졌는지 성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동시에 거대한 폭음을 뒤로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랐고 이내 성문이 쿵쿵 울리기 시작하자 아래 있던 병사들이 이번엔 몸을 사용해 성문을 막기 시작했다.

"막아라!! 계속 막아라!"

계속해서 성벽 위를 올라타려는 사다리들과 가까워지는 공성타워 그리고 트롤들이 합세해 갈고리 던져 성벽에 걸리게 한다. 아무래도 성벽을 무너트리려 하거나, 또는 갈고리를 타고 날렵한 몬스터들이 성벽을 타 넘게 하려는 속셈인듯하다. 이내 지크라엘도 검을 들어 성벽에 낀 갈고리를 잘라내거나 사다리를 부숴 버리기 시작했다.

"흐아앗!!"

어느새 성벽 위에 올라왔는지 칼리아 후작도 자신의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 역시 갈고리와 사다리를 부수며 올라온 적들을 죽이고 있는 모습이 노년의 나이에도 아직 정정해 보인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음에도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나 보다. 그의 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몬스터든 어떠한 병사들이든 또는 쇠로 만든 갈고리든 다 일도양단이 되어 갔으니 지크라엘은 데미아스와 지크문드가 없는 이 시점에서 그만큼 칼리아 후작이 믿음직스러웠다.

그럼에도 칼리아 후작은 무언가 좋지 않은 느낌을 받아가고 있었다. 아무리 손쉽게 적들을 죽이고 또 죽여도 계속해서 공성타워를 비롯해 사다리나 갈고리를 타고 오는 몬스터들 하며 그들의 병사들까지 그들을 보며 무언가 계속 찝찝함이 느껴졌으니 이내 이 느낌이 윈랜드에 있있던 병사들이 느꼈던 위화감이라 생각했다.

"그랬구나... 윈랜드의 병사들이.. 이러한 느낌을 받았겠구나.."

무어라 중얼거린 칼리아가 다시 한번 사다리를 타고 올라온 한 병사의 목을 베어내며 중얼거렸다. 몬스터들을 제외하곤 그들에게 어떠한 함성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들은 온몸이 칼에 베여도 또는 올라오다 사다리가 부서져 추락함에도 어떠한 비명조차 지르지 않아다. 그저 몸이 움직일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자신의 병사들을 죽이기 위해 움직였다. 마치 좀비가 이러할까? 그래서일까? 조금 전까지 호기롭던 병사들의 안색이 더욱 굳어졌으며 이내 겁을 집어먹는 병사들도 보였다.

"흑마법사 놈들.. 무서운 짓을 벌이는구나!..."

칼리아가 다시 검을 휘두르며 중얼거렸다. 손을 잘라도 다가왔다. 다리를 베어도 기어서라도 다가온다. 온몸에 피 칠갑이 된체 장기가 배에 다 빠져나가도 그들은 움직였다. 손이 없다면 잇몸으로 물어뜯으려 한다. 그래서일까? 아즈문의 병사들 사이에 점차 두려움과 공포가 일기 시작하며 그 두려움과 공포는 마치 거대한 전염병이 되어 병사들 사이에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조금 전 보였던 그 호기로움은 어디로 갔는지 그들의 표정이 굳어지며 이내 난색을 표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간.. 두려움에 지겠구나... 그래 윈랜드도 두려움에 진 것이야.!!"

칼리아 후작이 중얼거렸다. 그의 무기가 쉴 새 없이 번뜩이면서도 심각한 고민은 멈추지 않았다. 이러한 전쟁의 판국에 칼리아 후작은 왜 윈랜드가 그리 쉽게 밀렸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 이 상황을 반전시킬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과연 이 전쟁의 판도를 바꿀 무언가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으나 하늘이 칼리아 후작의 바람을 들어준 것인지 어떠한 빛이 이내 칼리아 후작의 몸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 빛은 지친 칼리아 후작의 기력을 회복시켜줄 뿐만 아니라 자잘 자잘한 상처까지 치료해준다. 빛은 이내 다른 병사들에게도 퍼져 나가기 시작하자 칼리아 후작의 표정이 놀라므로 번져갔다.

"이건.."

칼리아 후작이 놀란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이 알 수 없는 빛의 출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고귀함, 신비로움, 이 절로 느껴진다. 순백과 금색으로 치장된 복장의 사제들이 뿜어내는 힘 그리고 그중 가장 먼저 다가오는 6인의 사제들, 칼리아 후작은 울컥 눈물이 차오를 뻔했다. 빛을 내뿜으며 다가오는 그들의 모습에 발가벗고 나가 환영을 해주고 싶을 정도였으니

"하아..."

그러한 경이로운 모습에 잠시 넋을 잃고 있던 칼리아 후작의 귓가에 병사들의 외침이 들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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