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318화 (318/412)

【318회. 희망】

테온이 멋쩍게 웃어보이며 마나로 둘러진 검을 들어 보이고는 스완의 앞에 서며 쥬디스에게 나지막이 일렀다.

"제가 마법사을 맡을까요? 아님 이 자를 맡을까요?"

"아무렴 상관없소.. 그나저나 고맙군...성녀님을 지켜주어서."

다시 검을 들어 보이며 스완과 부룬을 겨눈 쥬디스가 나지막이 대답하자 테온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지며 고개를 저었다.

"별거 아니에요, 누구든 이 싸움에 가까이 있었다면 저처럼 행동했을 거에요. 그나저나 감사의 인사는 좀 나중으로 미뤄야겠네요!"

"그러는게 좋겠네."

어느새 다시 몸을 가다듬은 스완이 잔뜩 인상을 쓰며 몸을 일으켰다. 아무래도 쥬디스의 허를 찌른 암살의 실패에 짜증이 인 것 같았다. 그는 다시 공격을 준비하려는 듯 곡도를 들어 보이자 이내 쥬디스가 다시 검을 들고 스완의 앞에 다가섰다.

"자네는 마법사를 부탁하네. 이 그림자를 가지고 노는 자는 내가 직접 맡지."

"그러죠."

쥬디스의 말에 테온이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브룬의 앞에 섰다. 동시에 테온의 검에 빛나던 마나가 들끓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불꽃이 화르르 피어올랐다. 그럼에 쥬디스는 또다시 놀란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마검사란 존재를 직접보기에는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보통 마법과 검술을 동시에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통 마검사라 칭했으나 그 마검사가 되기란 참으로 쉽지 않기도 했다.

검술을 배우면서 마법까지 배우는 시간적 여유는 물론, 검술에 의해 얻게 되는 기와 마법에 의해 사용되는 마나의 운용이 천치 차이 이기 때문에 그만큼 그 어려운 일을 해내며 실전에서 더 나아가 혼잡한 전장에서 사용한다는 것은 곧 테온 지아란의 재능은 그가 천재라는 것을 방증하는 일이기도 했다.

"딱히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

그러한 테온의 능력에 쥬디스가 이번에야말로 마음 놓고 스완 만을 상대해도 될 것 같았다. 테온 역시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여유롭게 브룬을 바라보고 있자. 브룬이 서서히 마나를 다시 한번더 일으켰다. 동시에 피어오르는 흑마법의 기운에 테온이 빠르게 몸을 날렸다. 마법을 사용할 틈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이 보인다. 뒤이어 쥬디스도 기합성을 토해내며 스완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번에야 말로 죽여주마!"

☆ ☆ ☆

전세는 한순간의 역전이 되다시피 했다. 마흐무드의 도움에 아즈문의 병사들의 사기가 한껏 올라갔기 때문이었음은 물론 성녀와 추기경들의 출현도 한 목 단단히 했다 할 수 있었다. 그럼에 조금이나마 피어난 희망의 끈을 어떻게든 놓치지 않으려 병사들은 애를 쓰며 메세츠데 적군을 막아내고 있었으나. 여전히 숫자 앞에서는 한없이 초라했다. 그들은 병력을 더불어 기본적으로 힘이 세고 날렵한 몸을 가진 몬스터들과 함께 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다행히도 빛의 장막에 의해 그들의 움직임이 굼떠지며 그 믿을 수 없는 괴력을 잃어갔으나 여전히 괴물은 괴물이었기에 아무리 발버둥쳐도 브루클린 영지에는 차츰 아즈문 병사들의 시체들로 가득 쌓여만 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성문을 부수려는 공성 망치의 소리도 계속해서 울렸으며 차츰 부서지려 하는지 잘개 잘개 금이 가는 모습까지 보이며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게다가 여전히 하늘 위에는 와이번이 하늘을 점하며 기회를 엿보다. 지상의 병사들을 마구잡이로 공격했으니 그 또한 골칫덩이가 아닐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성녀와 추기경들의 힘이 차츰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벌써 한 시간이 지나도록 기도문을 읊으며 마르지 않을 것 같은 신성력을 토해내던 그들의 몸이 점차 지쳐오는지 흥건하게 젖은 땀을 시작해 기세가 한풀 꺾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모습은 결국 점차 옅어진 장막으로 드러나게 되자 차츰 흑 마법사들의 기운을 막아내는 게 힘에 부치는지 성녀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러한 상황 속에 메세츠데 진형에서 전장을 주시하던 클루드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차츰 몸을 일으켰다. 지지부진한 전장의 상황 속에 더는 구경만 하기에는 좀이 쑤시며 지루했나 보다.

"쓸모없는 것들... 결국 내가 나서게 만드는구나.."

나즈막이 중얼거린 클루드가 이내 마나를 일깨우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눈이 조금 전 흑색의 눈동자에서 이제는 황금빛이 이는 마치 양의 눈처럼 기괴하게 변해갔다. 동시에 차츰 머리에 생겨나는 세 개의 뿔,

마나를 일깨우면 일깨울수록 더는 인간이 아닌 벨리알의 모습과 매우 흡사할 정도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클루드는 하루라도 빨리 아즈문을 밀어버리고 신의 몸을 찾아야 했다. 자신의 몸이 완전히 벨리알에게 먹히기 전까지 말이다. 그러니 이러한 지지부진한 상황에 다급해짐은 당연했고 자신의 뜻에 반하는 저 빛의 장막이 눈엣가시가 되어 다가왔다.

그러면서도 느긋하게 전쟁을 즐기지 못한 아쉬움도 남았으나 어쩔 수 없었으니 계속해서 자신의 심상을 괴롭히는 벨리알을 위해서라도 또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빨리 이 상황을 끝내고 신을 찾아야 했다.

"후우..."

길게 이어지는 클루드의 숨이 새하얀 서리가 맺힌다. 이제는 차다 못해 흘러넘치는 마나를 한껏 이끌어내던 클루드가 천천히 눈을 뜨며 아주 느릿하게 손을 펼쳐 보였다.

동시에 거대한 흑색의 안개가 클루드를 기점으로 전장에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자아를 가진 것처럼 그 안개는 차츰 전장을 뒤덮으며 이내 빛의 장막으로 빠르게 쇄도해 갔음에 결국 성녀가 만들어낸 빛의 장막 근처에 맞닿자 흑색의 연기는 이내 하나의 거대한 벨리알의 분신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저,, 저게 뭐야.!"

성벽을 지키던 한 병사가 갑작스런 연기에 놀라 소리쳤다. 뒤이어 다른 이들의 시선도 차츰 무언가의 형상을 띠기 시작하는 검은 연기로 향해지며 당황한 모습을 보인다.

그렇게 만들어진 형상은 이내 인간의 몸과 황소의 머리 그리고 세 개의 뿔을 가졌으며 그 형상의 손엔 거대한 도끼가 들려 있었다. 이내 그 형상은 느릿하게 도끼를 들어 올리자 지크라엘이 당황한 얼굴로 소리쳤다.

"마, 마법사들! 저 형상을 부숴라!!"

지크라엘의 말에 마법사들이 일제히 마나를 끌어 올려 형상을 공격했다. 그러나 안개로 만들어진 형상은 어떠한 마법도 통하지 않았고 그대로 형상을 통과하며 지나치자. 한창 희망의 끈을 가졌던 병사들의 표정이 다시 또 절망으로 일그러지기 시작했으며 제발 저 형상이 성녀가 만들어낸 빛의 장막을 부수질 못하게 빌고 또 빌어야만 했다.

이내 안개로 만들어낸 도끼가 빛의 장막을 내려 찢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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