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319화 (319/412)

【319회. 희망】

"절망을 맛보아라.. 크하하!."

클루드의 비릿한 웃음소리를 뒤로 거대한 폭음과 함께 강한 파동이 전장을 떨게 했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여러 차례 연속으로 이어지는 형상의 도끼질에 빛의 장막에 떨림이 커져간다. 동시에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는지 조금씩 미세한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성녀의 얼굴 역시 점차 파리해져 가며 입가에는 한줄기 핏물이 흘렀다.

그만큼 형상의 공격을 막아내는 게 쉽지만은 않아 보였다. 그럼에도 꿋꿋이 기도문을 외워가는 성녀의 모습은 마치 자신을 희생해서 어떻게든 병사들을 지키려는 모습으로 다른 이들의 모범이 되어 사기를 유지하게 했으나. 너무나 위태로워 보였다. 추기경들 역시 그러한 성녀의 모습에 자신들도 포기하지 않고 갖은 신성력을 폭발시켜 성녀에게 힘을 보태며 어떻게든 빛의 장막을 유지하려 애를 썼으나 상황은 나아지질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더욱 좋지 않게 흘러갔다.

"하찮은 것들."

어떠한 노력에도 클루드는 그들의 노력을 비웃듯이 클루드가 다시 기운을 이끌어내자 형상의 형태가 더욱 뚜렷해지며 그 크기도 커진다. 동시에 힘도 강해지기 시작하자 성녀나 추기경들 역시 점차 힘에 부치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제법이야? 좋다! 계속 버텨 보거라. 클클.."

마치 언제까지 버티는지 실험이라도 하듯, 또는 실험실에 놓인 쥐를 관찰하듯 클루드의 얼굴은 잔인한 미소가 그려지며 떠나가질 않았다. 동시에 아주 조금씩 마치 장난을 치듯 클루드의 기운이 힘을 더해가자 형상은 계속해서 강해지며 빛의 장막을 두드려갔다.

그럼에 결국 미세하게 균열이 가기 시작한 장막은 이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크리스티나는 마른기침을 연실 토해내며 각혈까지 하는 모습이 보였으나 어떻게든 장막을 유지하려 애를 쓴다. 그러한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계속 발버둥쳐 보거라!! 성녀여!! 아니 라우엘이여!!!"

클루드가 소리쳤다. 동시에 더욱 거대해진 형상이 도끼를 있는 힘껏 내리치자 그간의 노력을 비웃듯이 거대한 파동과 함께 빛의 장막은 이내 산산조각이 나며 부서져 내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세상이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뒤이어 보이는 아즈문의 병사들의 표정은 점차 경악과 절망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래.. 더 두려워하라. 더 절망해가라.. 큭큭..."

허공에 쏟아져 내리며 서서히 빛을 잃은 파편들은 아즈문 병사들의 희망처럼 산산조각이 나 부서져 내렸다. 뒤이어 간신히 서서 기도문을 읊던 성녀도 결국 각혈을 하며 자리에 쓰러지자 그녀를 따라 추기경들도 마른기침을 토해내며 하나둘 씩 쓰러진다. 더는 서 있기 조차 버거운 듯했으며 그들의 기도문도 여기서 끝이 났다.

"추기경님! 성녀님!"

쥬디스가 급히 스완을 상대하는 것도 잊고 성녀에게 다가갔으나. 성녀의 몸은 그리 좋지 않아 보인다. 계속해서 마른기침을 토해내며 입가에 피가 멈추지 않았다. 그만큼 내상이 깊다는 방증이었기에 쥬디스가 신성력을 끌어내 성녀에게 전해주자 차츰 성녀의 기침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황은 브룬을 상대하던 테온이 난감함을 표하기 시작했다. 쥬디스가 싸움을 이탈했기에 스완과 브룬을 동시에 상대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쥬디스님! 성녀님은?"

그러한 상황에서도 테온 역시 성녀가 걱정되었는지 스완과 브룬을 동시에 상대하면서도 그녀의 안위를 묻자 쥬디스가 힘겹게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성녀는 더이상 기도를 읊지 못할 것 같았다. 그녀의 지친 몸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리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 같이 동요가 일기 시작한 아즈문의 병사들이었다. 빛의 장막이 깨지고 성녀와 추기경들이 쓰러짐에 동요가 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만큼 성녀와 추기경을 병사들이 얼마나 믿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현상이었다.

게다가 그와 대비되는 메세츠데의 적들은 다시 기세를 회복하며 승리의 포효를 토해내기 시작하자 그 동요는 결국 절망으로 변해갈 뿐이었다.

"이, 이럴 수가.."

지크라엘의 표정이 허무함과 절망을 간직한 채 크리스티나를 바라보다 다시 검은 형상을 바라봤다. 이제 자신의 할 일이 끝났다는 듯이 비릿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다 점차 흐릿해져 간다. 그러한 모습에 지크라엘의 눈동자가 파문이 일었다. 동시에 다시 절망에 빠진 병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참으로 절망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크라엘조차 이대로 넋을 잃고 있을 순 없었기에 급히 정신을 차리며 있는 힘껏 소리쳤다.

"정신 차려라!!!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어!!"

지크라엘이 성벽을 내달리며 소리쳤다. 동시에 성벽을 올라오는 몬스터나 적군들의 목을 베어내며 계속해서 소리치자 그 옆에 칼리아 후작이 그를 따라나서며 병사들을 다독인다. 뒤이어 아가란 백작을 비롯해 브루클린 백작까지 합세해 소리쳤다. 어떻게든 사기를 올려야 했다. 이대로 있다간 브루클린 영지가 밀리는 건 시간문제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크라엘의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힘겹게 끌어올린 사기는 그만큼 쉽게 부서져 갔으며 다시 끌어올리기란 처음보다 배는 더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으나 지크라엘의 눈에 보이는 병사들의 눈빛은 이미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병사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은 오합지졸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의 병사들이었기에 그들은 검이라고는 평생을 들어보지 못한 나이 많은 노인이었고 어린 청년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뒤이어 더욱 큰일이 다가왔다. 여러 대의 공성 타워가 브루클린 성벽에 붙어 병사들이 성벽에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검을 들어라!! 멍하니 서 있지 말란 말이야!"

칼리아 후작이 멍하니 서 있는 어린 병사를 잡아끌며 소리쳤다. 동시에 그 병사의 옆에 몬스터의 우악스런 손 갈퀴가 스쳐 지나가자 목숨을 구한 병사가 떨리는 눈으로 칼리아 후작을 바라봤다. 이내 칼리아 후작이 검을 들어 몬스터의 목을 베어내며 병사에게 소리쳤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알겠나?! 그렇게 있다간 아무것도 못 해보고 죽어! 알았는가?!"

"예.. 예!"

뒤이어 계속해서 지크라엘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발리스타!! 투석기!! 1시 방향이다!! 그곳에 이 형상을 만들어낸 근원지가 있다!! 거기를 노려라!!!"

언제 형상을 만들어낸 근원지를 발견했는지 지크라엘이 소리치자 그나마 훈련이 잘되어 있는지 굼떠진 와이번들과 공성 타워를 노리던 투석 병과 발리스타 병들이 다시 각도를 계산하며 조준을 했다. 뒤이어 일제히 그가 말한 곳으로 쏘아내기 시작했다. 그럼에 기다란 강철의 활이 허공을 가르며 클루드가 있는 곳으로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음은 물론 동시에 포물선을 그리는 거대한 돌덩어리들이 일제히 그를 향해 쏘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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