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3회. 희망】
"뭐야!.. 저게.."
자이로스가 잔뜩 놀란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동시에 지크라엘의 눈도 하늘로 향했다. 아니 모든 이들의 눈이 하늘로 향했다.
마치 신벌이라 해도 될 정도로 하늘을 수놓는 수백 수천의 불꽃을 담은 화살 비가 땅거미 짙게 내려앉은 어둠을 단번에 삼켜갔다. 뒤이어 화살 비가 메세츠데 진형의 쏟아질 때마다 거대한 폭발과 함께 귀를 먹먹하게 할 정도의 폭음이 연이어 일어나며 단숨에 적들을 녹여내기 시작했다.
"이, 이럴 수가.."
지크라엘이 떨리는 목소리로 성벽 밖을 바라본다. 뒤이어 다시 한번 이는 거대한 불꽃의 화살비 마치 시간이 느릿하게 흘러가는 듯하다.
이러한 반응은 지크라엘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같았다. 갑작스런 상황에 어리둥절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고 어떻게 흘러가는 것인가? 혹시 진노한 라우엘님이 직접 신벌을 내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일어나게 했다.
그러한 모습에 클루드도 오랜만에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다. 갑작스레 내리는 화살 비는 이내 폭발을 했고 자신의 병사들은 난자되어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죽어나갔다. 클루드는 가까스로 자신의 주변의 보호막을 쳐 그 폭발에 휘말리진 않았으나 이 힘은 꽤 예사롭지 않아 벨리알의 힘을 이용한 보호막에도 미세한 떨림이 느껴진다. 그만큼 지금의 공격은 한때 인간으로서의 클루드로는 상상할 수 없는 힘이었다.
만약 자신 역시 벨리알의 힘이 없었다면 이 폭발에 휘말려 원인도 모르고 죽어나갔을 거라 생각이들자 클루드의 몸이 자연스레 움찔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내가.. 겁을 먹었다? 하...하하..하..""
연이어 계속해서 불꽃의 비가 내린다. 그리고 다시 그려지는 한폭의 지옥도, 이내 클루드가 헛웃음을 짓다가 이내 핏발이 선 눈을 부릅뜨며 화살비의 근원지를 찾는다. 양옆 높게 위치한 산 쪽 차츰 새로운 아즈문의 병사들이 눈에 들어온다. 동시에 클루드의 눈이 벌겋다 못해 완전히 붉게 달아오르며 이내 이를 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차 폭사되어가는 분노가 한 사내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그럼 그렇지... 역시 네놈이었구나.. 루크 아스란..."
☆ ☆ ☆
"이,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넋을 잃은 지크라엘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동시에 연이어 하늘을 불태우는 불꽃의 화살은 계속해서 하늘과 지상을 동시에 집어삼켜 갔으며 폭음은 계속해서 끊이질 않았다. 동시에 지크라엘의 눈앞에 그려지는 지옥도에는 어느누구도 살아남기가 힘들어 보였다.
진정한 신벌이었다. 신벌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는 기적과도 같은 일에 혹여나 마흐무드의 성녀가 라우엘을 소환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 위용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특히 그 많던 메세츠데 병사들이 반 절 이하로 뚝 떨어졌다. 그마저도 몸 성한 곳이 하나도 없는 이들의 모습에 지크라엘이 이내 그 불꽃의 화살 비가 솟아 오른 곳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동시에 한둘씩 보이는 자들 브루클린 백작의 오른 편에 위치한 높은 산 정상에 지크라엘을 비롯해 아즈문 사람이라면 누구든 아는 깃발이 펄럭였다. 그 깃발에는 두 개의 검과 방패 그 안에 그려진 독수리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는데 지크라엘은 오늘따라 그 문양이 이리도 반가울 수가 없었다.
"아스란..."
지크라엘이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토해내며 중얼거렸다. 이내 모두의 시선이 지크라엘이 바라보는 곳으로 향했다.
"아스란 가문이다!!"
"제국의 검이야! 그들이 돌아왔어!! 그들이 신벌을 내렸어!"
병사들의 환희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람과 감격에 차오른 그들의 목소리는 이내 환호성으로 바뀌며 아스란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마흐무드의 성기사들도 사제들도 모두 하나가 되어 아스란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전장을 크게 울렸다.
그때였을까 때마침 어디선가 전장을 울리는 뿔피리 소리에 지크라엘이 넋을 잃은 표정 그대로 그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번엔 왼 편에 위치한 산맥이었다. 오른편에 자리한 산 보다는 조금 완만하고 굴곡이 덜 진 산이었다. 그러한 산 위에 말을 탄 무리가 하나둘 자리하기 시작하자 지크라엘의 눈에 결국 눈물이 터져 나왔다.
"저, 저 문장은!"
몇몇 병사들도 그 문장을 봤는지 전쟁도 잊고 손을 들어 문장을 가리켰다. 동시에 다시 한번 전장을 울리는 뿔피리 소리 뒤로 두 사내가 그들의 앞에 나서자 지크라엘이 눈물을 터트리며 소리쳤다.
"지크문드! 데미아스!"
지크라엘의 외침에 이내 지크문드와 데미아스가 먼 곳에서도 지크라엘을 바라본다. 이내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이자 뿔피리 소리가 잠잠해지며 흰 말을 탄 사내가 앞으로 나서더니 이내 그의 목소리가 전장을 크게 울렸다.
"적에게! 죽음을!!! 씨를 말라 버려라!"
그 사내를 필두로 떼 지어 병사들이 말의 배를 걷어찼다. 동시에 말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단번에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 수많은 무리 중 그들을 이끄는 한 사내가 용맹하게 선두를 서며 지옥도가 된 전장의 남은 잔당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요르문 간드야..! 저 깃발은!"
흰 뱀과 늑대가 그려진 서쪽의 지배자들이 이내 메세츠데의 병력들은 그들의 창과 검에 남은 잔당들이 하나둘씩 죽음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그 앞에는 모두가 익숙한 데미아스와 지크문드도 있었고 그들 사이엔 사무엘과 나서스도 자리한다. 그럼에 멀리서 지켜보던 테온의 얼굴에도 환희가 차오르며 나서스와 지크문드를 연호했다.\
이내 그들의 기병과 메세츠데 병사들이 맞부딪치자. 둔탁한 음이 여기저기서 울려퍼지며 괴수들의 고통에 찬 포효가 들려왔다.
그렇게 점차 메세츠데 진형이 완전히 와해가 되어 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