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회. 희망】
한편 루크 역시 자신의 새로운 무기의 위용에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나름 신기전을 토대로 그 안에 폭발이 이는 마법진과 정확도와 긴 사정거리보다는 좀 더 강한 화력을 내기 위해 화약을 더했기에 그만큼 무게가 나가 사정거리가 짧아졌고 정확도도 많이 떨어져 아쉽게도 브루클린 영지 근처보다 조금 더 먼 곳으로 조준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무기의 위용은 모두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고 루크도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물론 어느정도 운이 꽤 따른 것 같았지만 아무렴 상관이 없었다. 이미 메세츠데 적들은 반절 이상이 사라졌고 그 남은 잔당도 몸이 그리 성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정확도와 사정거리 대신 폭발력을 늘린 것이 좋았던 판단이라 생각했다. 특히 상대가 좁게 모여 있는 이 협곡의 지리적 이점을 사용할 곳이 있었다는 것이 큰 행운이 따라준 것 같았다.
이러한 결과에 루크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이 만든 무기에게 두려움이 일정도로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럼에 루크를 비롯해 옆에 있는 제롬부터 시작해 아스란의 기사들까지 모두가 넋을 잃은 표정이었으나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 한번 하늘을 뒤덮은 신기전의 화약을 담은 화살들이 다시 한번 지상을 내리쳤다.
하늘을 불태울 듯이 쏘아 올려지며 매캐한 화약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동시에 땅에 처박혀 폭발을 일으키자 어느 병사들도 몸 한군데 성한 곳이 없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그들의 조그마한 삶에 대한 희망조차 완전히 불살라버리는 듯한 위력에 루크는 의젓한 표정을 지어 보였으나 그게 마음처럼 쉽지가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 표정의 변화를 일게 하는 일이 있었으니 바로 맞은 편에서 울리는 뿔피리 소리 때문이었다.
"루크 도련님! 요르문 간드의 깃발입니다! 지원군인가 봅니다!"
옆에 있던 제롬이 루크에게 소리치자. 루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한 곳에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다.
"어.. 저, 저분은.."
어느세 다가왔는지 레이니와 엘레니아도 옆에 섰다. 뒤이어 안느란테를 비롯해 에이리스까지 마주 서자.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데, 데미아스님이에요! 저기 지크문드님까지...엘레니아님! 레이니님! 맞죠?!"
안느란테가 한껏 상기 된 얼굴로 묻자 레이니와 지크문드가 이내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보이는 사무엘과 나서스의 모습까지 죽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한둘씩 모습을 드러내자 루크도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듯 표정을 숨기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면서 윈랜드에서 혼자 떠난 자신의 죄송스러움이 조금은 덜어진 것 같았다.
"아버지.."
이내 말을 타고 전장을 누비는 사무엘의 모습이 보이자 제롬이 루크를 불렀다.
"도련님! 저도!"
요르문 간드의 병력들이 참전을 함에 결국 전장은 난전이 된 상황에서 더는 신기전의 힘을 사용할 수가 없기에 제롬이 루크를 불렀다. 뒤이어 말을 타고 도열해 있는 아스란의 기사들도 결의에 찬 눈으로 루크를 바라봤다.
"그래.. 제롬, 이제 내 할 일은 끝이야. 마무리를 지어줘 제롬!"
"맡겨만 주십시요! 도련님! 아스란의 기사들이여! 날 따르라! 마무리를 지으러 간다!"
말에 탄 제롬이 이내 소리쳤다. 동시에 말의 배를 걷어차자 놀란 말이 급히 산을 내려가기 시작하다. 이내 전장에 합류했다.
제롬을 비롯해 아스란의 기사들은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그들의 검이 한차례 번뜩일 때마다 적들의 목이 베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동시에 완전히 혼비백산하는 메세츠데 진형, 전쟁은 끝난 거나 다름이 없었다. 완전한 승리였다. 마흐무드와 요르문간드 그리고 아즈문이 만들어낸 완벽한 승리 속에 루크의 표정이 환하게 피어오를 때였다.
어느샌가 만들어진 거대한 번개의 무리가 루크의 머리 위에 떨어지며 거대한 폭음을 일게 했다. 동시에 피어오르는 매캐한 연기 다행히도 아리스가 제때 현신해 루크를 막았으나 그 피해가 상당하다. 단번에 신기전이 불타오르며 무너져 내림은 물론 산인지라 둔덕이진 곳이 완전히 평평하게 변하며 주변의 나무들이 불타오르다 못해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졌다. 연이어 안느란테와 엘레니아도 쓰러져 고통스러워 했으나 다행히 레이니가 나서 레오니르로 막아낸 것 같았다.
"이, 이건.."
놀란 루크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동시에 서서히 피어오르는 불쾌한 기분, 무언가 찐득찐득하며 루크의 몸을 잡고 놓아주지 않은 불쾌한 기운은 왠지모르게 루크에게는 너무나 익숙했으니 루크가 급히 주위를 살피자 쇳소리가 갈리는 듯한 목소리가 루크의 귓가에 닿았다. 그럼에 절로 몸이 부르르 떨린다.
"날 찾느냐..?"
한차례 검은 연기가 허공에 피어올랐다. 동시에 생겨난 익숙한 실루엣이 이내 바람에 의해 걷히기 시작했다.
"당신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피부는 붉었고 흰자위가 없는 온통 검은색의 눈 안에 그려진 양의 눈동자. 동시에 인간을 포기한듯한 세 개의 기형적으로 자라난 뿔, 그러나 루크는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절대 잊혀지지 않는다. 아무리 목소리가 변하고 외형이 변했어도 루크는 그를 잘 알았다. 특히 자신의 꿈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던가! 이내 루크가 이를 갈며 소리쳤다.
"클루드!!"
"오랜만이구나.. 루크? 그동안 잘 지냈더냐? 큭큭.."
계속해서 쇳소리가 긁히는 듯한 목소리가 루크를 비롯해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의 귀를 괴롭혔다. 동시에 그려지는 그의 비릿한 웃음은 이내 귀가 아파져 올 정도였다.
"인간이길 완전히 포기했구나.."
루크의 말에 클루드가 여전히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동시에 차츰 허공에서 지상으로 내려앉아 루크의 앞에 섰다.
"그래.. 널 기다리고 있었다."
"나 또한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지.. 당신을 죽인다면 이 지긋지긋한 전쟁도 끝이 날 테고 말이야.!"
"끌끌.. 그래.. 그렇지 만약 날 죽인다면... 모든 게 끝날 것이다.. 그런데.. 날 죽일 수 있겠느냐?"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고 여유가 가득한 표정에 클루드가 비아냥거리듯 물어오자 루크의 표정이 당당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뒤를 돌아 보는 게 어때? 너희 병사들은 더이상 없어! 네가 졌어! 클루드!"
루크의 말에 클루드가 힐끔 루크의 뒤에 펼쳐진 광경을 보았다. 확실히 루크의 말대로 메세츠데의 병사들은 더이상 기력이 쇠해지며 요르문 간드와 아즈문 그리고 마흐무드의 연합군에 의해 차례차례 유명을 달리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럼에도 클루드는 어디서 흘러나오는 여유인지 입가에 그려진 미소가 떠나가질 않았다.
"큭, 크하하... 고작 저 딴 하등 쓸모없는 녀석들 따위가 없다고 내가 동요할거라 생각했느냐?"
"뭐?"
"크흐흐 순진하구나 나이가 어려서 그런 것이냐? 아니면 아직도 상황파악이 되지 않은 것이냐? 저것들은 나에게 있어 있으나 마나 한 녀석들이다. 굳이 내 힘이 필요치 않은 곳에서 쓸모없이 내 힘을 사용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 저들은 그저 내 고기 방패보다 더 못난 수준이다. 내가 그런 것들에게 의지할 것 같으냐? 아직도 날 모르는 것이야? 루크 아스란? 큭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