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회. 희망】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줄 모르겠으나. 우리도 만만치 않아! 그러다 큰 코 다칠 거야!"
클루드와 루크의 대화 사이에 어느새 레이니가 다가와 성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동시에 들어 보이는 레오니르의 검신이 잘게 떨려오며 빛이 일렁이자 날카로운 예기가 뿜어져 나와 클루드를 향해 예리하고도 날카로운 어금니를 들이밀었다
그럼에 클루드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실리며 레오니르를 바라봤다.
"신물이구나.. 그래.. 또 신물이야. 지긋지긋한 신물이야.. 허나 이미 난 신과도 같은 존재, 벨리알의 힘을 완전히 흡수한 나에게 있어 이제 신물은 그저 조금 신기하다 뿐인 물건일 뿐이다."
자신만만하며 너무나 여유가 흘러넘치게 대답한 클루드의 모습이 점차 거대하게 느껴지는 건 자신만의 착각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마치, 지금 서 있는 높은 산처럼 그의 몸이 거대하게 느껴졌으며 동시에 퍼져나오는 기세는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을 얼어붙게 하고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제왕의 기운을 담고 있었다. 그럼에 레이니를 비롯해 모두가 무언가에 꽁꽁 묵여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절로 두려움이 인다. 진정한 악마를 대면한 듯 건들여서는 안되는 무언가를 건들인 것처럼 두려움이 밀려 왔다.
"겁이라도 집어 먹은 것이냐? 조금 전의 자신감은 어디 갔느냐? 크하핫!"
연이어 그가 말을 할 때마다 주변에 불꽃이 일었다. 그러면서도 온도는 급격하게 내려가 절로 몸이 떨려오며 입김이 흘러나왔다. 그의 말대로 겁을 단단하게 집어 먹은 것 같았다.
클루드가 이내 한 차례 손을 뻗었다. 동시에 흑색의 빛 무리가 일렁이더니 나오는 아귀의 스태프 절로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클루드는 마치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꼬나 쥐었고 이내 눈을 번뜩이며 중얼거렸다.
"100명의 엘프들의 영혼을 삼킨 내 아귀의 스태프가 어서 빨리 신물들도 흡수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구나.. 큭큭.. 그래, 조금만 기다리거라.. 만찬의 시간이 다가올 테니."
비릿한 미소와 함께 아귀의 스태프를 바라보던 클루드가 천천히 스태프를 허공에 높이 들어 보였다. 그럼에 아귀의 스태프에서 알 수 없는 수많은 비명 소리가 퍼져 오르며 이내 주변에 이글거리는 불꽃이 점차 거세지기 시작했다. 뒤이어 그 불길은 온 산으로 퍼져 나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 시작하자. 아리스가 급히 루크를 가로막으며 불길에서 벗어나게 했다. 레이니 역시 검을 들어 보이며 불길을 베어 갔고 뒤에 있던 안느란테와 에이리스도 각자 신물과 정령에 힘으로 불길을 견뎌내려 했다.
그러나 그 불길은 점차 거세지며 더는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피어오르기 시작하자 모두의 얼굴에 점차 두려움이 일기 시작했다.
뒤이어 뜨거운 열기가 왈칵 쏟아지며 모든 이들의 몸에 닿아 고통을 유발시켰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겠느냐?! 느끼거라. 네놈들과 나의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불타 한 줌의 재가 되어 울부짖으며 죽어가거라.!!"
점차 거세지는 불길을 더불어 클루드의 주변에 작은 스파크가 일었다. 동시에 절로 불쾌감이 드는 더러운 마나가 클루드의 주변에 점차 모이기 시작했다.
스파크는 더욱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클루드가 있던 자리의 하늘에서 먹구름이 몰리기 시작했고 불꽃도 더욱 거세지며 이제는 성인 남성의 키만큼이나 커져 올라 그의 주변에 그 누구도 다가서지도 못하게 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난 것인가. 클루드가 모두를 한차례 훑어 보다 슬슬 끌어모으던 마나를 하늘 높이 들어 방출했다. 그러자 아귀의 스태프에 윗부분에 달린 해골 모양의 입이 천천히 그 입을 벌린다.
"버텨 보거라.!"
클루드의 스파크가 하늘 높이 솟구치며 시야를 멀게할 정도의 빛을 만들어냈다. 이내 만들어진 먹구름 사이로 빨려 들어간 스파크는 금세 거대한 우레로 변하며 하늘을 찢고는 지상을 강타했다.
"꺅!!"
거대한 폭음이 주변을 울리며 대지를 진동시켰다. 이내 번뜩이며 루크와 그의 일행들이 있는 곳을 사정없시 내려찍기 시작하자. 단발 마의 비명이 들려왔다. 동시에 클루드의 비릿한 웃음 소리도 같이 섞여들어 왔다.
"크하하하! 느끼거라! 절망감을 두려움을!! 그것이 곧 내 힘이 될지 어니! 크하하하!"
그렇게 한참을 내려치던 우레가 서서히 잦아 들었다. 동시에 한껏 불타오르던 불꽃도 단숨에 그 모습이 지워지며 주변에 정적이 일었다.
이내 천천히 눈을 뜬 루크의 시야에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아리스가 보였다. 그러나 순간 자신의 앞에 있는 골렘이 아리스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푸른 색의 신비로움이 느껴진던 그의 몸은 어느샌가 완전히 새카맣게 그을린 상태에 모습이었고 빛이 일렁이던 눈도 그 빛을 잃고 완전히 먹먹해진 상태였다.
아무래도 간신히 루크를 지켜낸 듯했으나 버텨내진 못했는지 천천히 마치 슬로우모션을 보듯 아리스의 신형이 바닥에 쓰러져 이내 어떠한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다. 뒤이어 파문이 이는 루크의 눈동자가 다급히 뒤로 돌아갔다. 그곳엔 기운을 다한 엘레니아는 완전히 파리한 모습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으며 안느란테와 에이리스도 여기저기 검게 그을려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나마 다행히도 레이니만이 레오니르의 힘으로 클루드의 힘을 막아낸 듯했으나 파리한 안색의 거칠어진 숨 사이로 그녀의 몸에 떨림이 커져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이 너무나 위태롭다.
다시 루크의 불안한 시선이 클루드에게 향했다.
"..크크.... 보았느냐? 이것이 차이라는 것이다. 네가 그리 믿고 있던 신물조차! 이제 내겐 어떠한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 이제 무엇을 보여줄 것이냐? 루크 아스란! 무엇으로 날 더 괴롭힐 것이냐!"
정적을 깨는 클루드의 목소리가 루크에게 닿았다. 동시에 차츰 가까워지는 클루드의 신형이 아리스를 밟고 서며 그 기괴한 눈으로 루크를 노려보자 루크 역시 덜컥 겁이 일었다.
"다, 당장.. 루크에게서 떨어져!.."
뒤이어 간신힌 서 있었던 레이니가 힘겹게 말을 이었으나 거동이 불편해 보였다. 클루드는 그런 레이니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으며 고작 손가락 하나를 한차례 레이니를 향해 튕기자 자그마한 번개 줄기가 번뜩이며 이내 레이니의 몸을 강타했다.
"꺄아악!"
"레이니 누나!!!"
여태 위태롭게 서 있었던 레이니의 신형이 그 자그마한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에 쓰러져 내렸다. 루크의 눈동자가 동시에 파문이 일기 시작하며 분노로 가득 찬 얼굴로 클루드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