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326화 (326/412)

【326회. 희망】

"결국 남은 건 우리 둘뿐이구나 루크? 옛 기억이 떠오르지 않느냐?"

클루드의 비릿한 웃음과 쇳소리가 가득한 목소리가 루크에게 가까워졌다. 동시에 그의 손이 다시 스파크로 일렁이기 시작했고 다른 쪽 손엔 루크도 익숙한 아귀의 스태프가 점차 루크에게 가까워지자 저번 클루드에게 잡혔을 때의 고문이 생각나며 몸이 절로 움찔했다.

"기억나지 않느냐? 그때의 고통이... 큭큭.."

아귀의 스태프를 바라보며 아련한 눈빛을 보인 클루드가 말했다.

"그때의 그 고통과 그때의 절망감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고 싶구나.. 큭큭.."

이내 그의 손에 들린 아귀의 스태프가 천천히 루크에게 향했다. 그럼에 루크 역시 그때의 아픔이 새록새록 피어올라 자신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고통도 고통이었지만 그것보단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감에 어떠한 희망도 보이지 않던 그때의 그 암흑의 공간이 더욱 선명하게 기억나자 덜컥 겁이 일며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졌다. 그러면서도 지난날의 상처가 다시 욱신거리며 아려오자 루크의 얼굴이 일그러져갔다.

"쉬, 쉽게 당하지 않겠어! 클루드!!"

루크가 몰려오는 두려움을 떨쳐내려 마치 발버둥치듯이 소리치고는 품속에 숨겨 두었던 퍼커션 캡 형태의 권총을 들어 클루드를 겨누었다.

"꽤 신기한 무기를 다루는구나?"

호기심이 동한 듯 잠시 움직임을 멈춰선 클루드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동시에 여유 또한 부렸다. 마치 루크가 하는 행동을 기대하는 듯이 클루드는 잠시 움직임을 멈춰 서서히 양손을 양옆으로 뻗어 보인다. 마치 자신을 공격해보라는 듯한 행동이었고 그의 눈은 계속해서 흥미로움을 간직하며 권총의 검은색 총열에 닿아 눈을 빛냈다.

"자.. 어서 루크... 날 즐겁게 해보거라."

뒤이어 달칵하는 공이가 뒤로 당겨지는 소리와 함께 장전이 되며 서서히 루크의 손가락이 방아쇠에 걸렸다.

"기다려주마.. 자! 공격해보거라! 네 마지막 희망을 나에게 보여 보거라!"

저 여유로운 얼굴을 바라보며 루크의 시선이 이내 그의 미간으로 향했다. 굉장히 가까운 거리,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웬만하면 가봤을 군대에서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곳에서는 그저 표적지를 겨누었다면 지금은 살아있는 사람에게 겨눈다는 것이 달랐지만, 마음만은 똑같았다. 당장 저 미간에 자신의 총알을 박아 넣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차츰 손가락에 힘이 실렸다. 동시에 울리는 굉음

-탕 -

정적이 가득한 주변을 울리는 한차례 총성이 클루드와 루크의 주변을 울렸다. 동시에 총열에 불꽃이 일었고 그 안에 있던 자그마한 탄알이 이내 클루드의 미간을 뚫고 지나갔다. 퍽 하는 소름 돋는 소리와 함께 클루드의 미간에 혈 화가 피어올라 이내 붉은 핏방울이 미간을 타고 흘러내렸다.

"...."

다시 정적이 일었다. 그러나 정적도 잠시. 클루드의 입꼬리가 점차 위로 올라가며 얼굴을 기괴하게 일그러트리며 정적을 깼다.

"호...꽤 괜찮았다만 아쉽구나? 난 더이상 이러한 무기로 날 어찌하지 못하느니 말이다 큭큭."

차츰 혈 화가 피어오르던 미간이 마치 살아 움직이듯 지워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다시 피어오르는 클루드의 미소에 도리어 루크의 표정엔 깊은 절망감이 일기 시작했다. 나름 루크가 생각한 비장의 무기가 통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에 다가오는 절망감은 더욱 커 루크의 얼굴이 절망감으로 물들어갔다.

"어, 어떻게.."

자신의 무기가 통하지 않았음에 과연 어떤 무기로 클루드를 상대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것보다 이제는 어떠한 무기가 과연 클루드에게 상해를 입힐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신물도 자신이 만든 총도 통하지 않은 클루드의 모습은 진정한 신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그럼에 루크는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승리는 우리가 아닌 클루드라는 것을 클루드를 막을 수 없다면 지금까지 했던 모든 것은 전부 헛고생이라는 것을 말이다.

"날 즐겁게 해주거라.. 벌써 끝이더냐? 더 재밌게 해보란 말이야.. 발버둥치란 말이다!"

실망감을 물씬 풍긴 클루드의 외침 속에 루크가 다시 방아쇠를 당기며 몇 발을 연속으로 클루드에게 쏘아냈으나 여전히 어떠한 상처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아무리 쏘고 쏘아 보여도 어떠한 상처도 클루드에게 남지 않았다. 이내 메케한 연기 내음이 물씬 풍기다 사라지며 더는 권총에 불꽃이 일지 않았다.

루크는 이때 한낱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말은 순 모순이라 생각했다. 지렁이는 지렁이일 뿐이었다. 밟아도 산다면 또 밟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연약한 존재였다. 동시에 그 연약하고 불쌍한 지렁이가 지금의 자신과 별반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고작이게 끝인 것이냐? 끌끌... 시시하구나.. 난 더 무언가를 준비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지.."

입맛을 다시며 아쉬운 표정을 지은 클루드가 계속해서 비아냥거렸다. 루크는 완전한 패배 속에 쓰라림을 느끼며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있는 그대로 절망감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뿐이자. 클루드가 이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대답했다.

"날 이렇게까지 귀찮게 했는데 마지막은 이리도 허무하구나 루크.... 너무나 허무해.. 그럼에 분노가 이는구나... 이 하찮은 녀석에게 내가 그리 고통을 받아야 했다니 말이야!"

억울함에 분노를 토해내는 클루드의 아귀의 스태프가 흑색의 빛무리가 번뜩였다. 동시에 알 수 없는 기운이 꿈틀거리며 루크에게 닿자 루크의 입에 절로 고통에 찬 신음이 터져 나오며 몸이 절로 비틀어졌다.

"끄아악.."

"그때의 고통과 공포를 기억하겠느냐! 또 다시 두려워하거라! 절망하란 말이다!! 날 이렇게까지 귀찮게 했으면 그 합당한 대가를 받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느냐 루크?!!"

"끄아아악!"

"날 건들지 말았어야 했다.! 넌 날 건들지 말았어야 했어!! 크하하하!!"

검은 안개는 이내 루크의 몸을 완전히 뒤덮으며 고통을 유발하기 시작했다. 절로 신음이 토해지며 입에는 침이 흐르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그저 마치 몸이 불타오르는 듯한 작열 통이 온몸을 자극하며 루크를 괴롭혔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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