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327화 (327/412)

【327회. 희망】

"내가 말하지 않았더냐, 너에게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해준다고 말이야? 슬슬 기억이 나지 않느냐 말이다? 크하하! 평생 너에게 고통을 주며 살게 해주겠다는 말.. 아직도 그 약속은 유효하단다. 루크 아스란! 큭큭.."

"끄아악! 그, 그만!! 아악! 아, 아파!! 커헉.."

엄습하는 고통은 점차 커져만 갔다. 절로 눈물이 흘러내리고 몸이 비틀어지며 머리부터 발끝과 손끝 어디 한 군데 괜찮은 곳이 없을 정도로 고통이 심하게 전해졌다. 그럼에 루크의 비명이 산을 울리자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크하하! 그래! 더 고통스러워 하거라! 크하하!"

"으..으.. 사, 살려줘.. "

비릿한 클루드의 웃음소리가 루크의 귓가에 닿았다. 그러자 그 웃음소리마저 고통이 되어 귀를 울렸고 귓가에는 검붉은 피가 흘러내리게 했다. 그럼에 이제는 더이상 버티고 싶지 않았다. 혀를 깨물어서라도 죽고만 싶은 고통 속에 루크가 힘겹게 자신의 손에 들린 권총에 손을 뻗으려 했다. 자살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기 때문이었으나 그 희망은 벨리알의 힘 앞에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큭큭, 쉽게 죽을 순 없을 거다 루크!"

더욱 강렬해진 고통에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 클루드의 비릿한 웃음이 더욱 짙어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클루드의 등에서 부터 알 수 없는 누군가의 기다란 대검이 클루드의 배를 관통시켰다. 동시에 위로 그어 올려졌고 연이어 게의 앞발과 같이 기이하게 생긴 클로가 클루드의 심장을 관통하며 이내 맹렬히 뛰고 있는 불긋불긋한 심장을 뽑아냈다.

"허? 이것들 봐라?.."

그럼에도 괘념치 않은 듯 클루드가 인상이 기괴하게 일그러지며 뒤를 돌아본다. 마치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긋하게 뒤를 돌아본 클루드는 자신의 뒤에 라그나르를 비롯해 라게르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뒤이어 연발의 빛을 머금은 화살이 클루드의 몸을 강타하자 클루드의 표정이 험상궂게 굳어졌다. 아무래도 한창 즐기고 있는 상황을 방해받아 기분이 꽤나 상한 듯싶었다.

"귀찮은 날 파리들이 꼈구나.. 그나저나 마리에테 또 활에 이상한 짓을 했나 보군?.."

화살을 맞고 나서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클루드가 물었다.

"신물 중 가장 잔인하고 독한 힘인 스콜피우스의 독입니다. 이 독의 중독 된 자는 죽을 때까지 평생 그 독에 고통받으며 죽을 것입니다. 너 답지 않게 꽤 손속이 독한 힘이구나?"

"당신을 죽일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호오.. 그래.."

이내 라게르사 옆에 모습을 드러낸 마리에테가 냉랭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녀 역시 이러한 잔인한 힘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럼에 클루드의 시선이 화살에 맞은 부위에 닿자 차츰 화살의 맞은 부위가 검게 그을려지며 살이 썩어 문드러지기 시작함이 보였다. 동시에 불에 달궈진 듯한 고통이 그 부위로부터 점차 온몸에 퍼져 오르기 시작하자 절로 인상이 구겨진다. 벨리알과 함께 하고 나서부터 고통이란 것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었는데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지는 고통이 반갑기도 했으나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하등한 엘프 따위가. 그래. 마리에테.. 그 누가 찾아온들 나의 가장 큰 적은 네가 틀림이 없구나.. 매일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새로운 힘을 가지고 오는구나.. 신경이 쓰인다. 눈에 거슬려...게다가 이번엔 또 이상한 놈들도 함께 왔구나.. 요르문 간드의 개 잡종들인가?"

지금 상황에 잔뜩 짜증이 난 클루드가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동시에 루크를 괴롭히던 힘을 잠시 거두고는 라게르사와 라그나르를 향해 양의 눈을 닮은 눈동자를 부릅뜨며 노려보자 라게르사와 라그나르의 표정이 잔뜩 찌푸려졌다. 아무래도 인간을 닮은 괴수처럼 기괴한 클루드의 모습에 불쾌감이 드는 것 같았다.

"겁이라도 먹었느냐? 대답을 해보거라. 요르문 간드의 짐승들이더냐?"

"그렇다.. 네놈의 씨를 말려버리기 위해 서쪽에서 왔다."

이내 라그나르의 차가운 목소리에 그의 말이 하찮게 여겨지는지 클루드가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

"요르문 간드 따위 그 덜떨어지고 야만적인 놈들이 감히 날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 수준이 다르다. 너희와 나의 사이에는 수준이란 것이 다르단 말이야. 큭큭.."

"오만하구나. 하지만 너는 그러한 곳의 왕에게 죽게 될 것이다."

뒤이어 라게르사가 대답하자 클루드의 비릿한 웃음소리가 점차 커지며 다시 한번 힘을 끌어내자 잠잠했던 불꽃이 서서히 피어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내 다시 한번 산을 다시 뒤덮기 시작했다. 그러한 모습 속에 뒤늦게 지크라엘을 비롯해 데미아스와 사무엘 그리고 지크문드와 나서스도 한달음에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으나 이내 일렁이는 불꽃의 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루크!! 레이니!!"

"아, 아니! 엘레니아!"

점차 거세지는 불길은 그 누구도 섣불리 움직일 수 없게 후끈한 열기를 뿜어대기 시작하더니 이내 더욱 거세지며 주변의 모든 이들을 삼키기 위함인지 그 몸을 부풀려 거대하고도 뜨거운 불꽃의 아가리를 벌리며 다가오자 라그나르와 라게르사를 비롯해 모든 이들이 몸을 뒤로 날려 그곳에서 빠져 나와야만 했다.

동시에 지크문드도 마나를 일으켜 물 속성의 마법을 흩뿌렸으나 기세가 등등한 클루드의 불꽃은 어떠한 마법으로도 사그라지지 않아 난색을 표해야만 했다. 오히려 마치 기름을 뿌린 듯이 더욱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어떤 마법이길래 내 마법이 전혀 소용이 없는가!"

"아, 안돼!! 루크! 레이니!! 네놈 죽여버리겠다!"

이내 사무엘의 눈에 레이니를 비롯해 루크와 함께 쓰러져 있는 안느란테와 에이리스가 눈에 들어오자 핏발이 선 눈으로 클루드를 노려보며 다급해진 모습으로 소리쳤다. 동시에 어떻게든 이 거대한 불길을 건너려는지 땅을 박차려는 모습이 보이자. 급히 마리에테가 사무엘의 앞을 막아서며 소리쳤다.

"이 불길에 닿으면 안 돼요! 단숨에 재가 되어버릴 거에요!"

"비켜주시게! 마리에테! 저기에 내 아이들이 있어! 내 딸과 아들이 있단 말이야!"

"엘레니아도 있어! 나도 가겠네!"

뒤이어 나서스도 엘레니아를 보며 나서려 하자 이번엔 라그나르와 라게르사가 다급히 나서스를 붙잡았다.

"안됩니다!"

"놓으란 말이야!!"

"기다려요! 제가 대신 가겠어요!"

이내 마리에테가 소리치자 모두의 표정이 굳어지며 마리에테를 바라봤다. 마리에테는 더는 왈가왈부를 따지지 않고 급히 불길 속으로 몸을 날려 루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동시에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며 소리치자 불길 속에 한 차례 빛이 일렁였다.

"케프릭 코너스!"

작은 양의 모습을 한 인형이자 악의 힘을 집어삼켜 봉인시키는 한 마리의 빛의 양이 소환되며 이내 불길을 향해 울음을 토해내기 시작하자 불길이 위태롭게 흔들리며 기세가 잦아들었다. 그럼에 클루드의 표정이 한껏 구겨졌다. 저번에 보았던 그 이상한 신물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 자신의 귀를 귀찮게 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까지 큰 고통은 아니었지만 케프릭 코너스의 울음소리는 언제나 그를 불쾌하게 만들었으며 그의 힘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하게 방해를 했다. 그럼에 클루드의 신경이 온통 케프릭 코너스에게 향하며 불꽃을 뿜어낸다.

그러나 마리에테는 거기서 또 다시 익숙한 작은 거울을 한 차례 소환하자 다시 빛이 일렁이며 커다란 전신 거울이 클루드의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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