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328화 (328/412)

【328회. 희망】

"버고! 진실을 비춰주세요!"

뒤이어 그 거울은 클루드를 향해 빛을 내뿜기 시작하자 그의 몸속에 자리한 거대한 악마의 형상이 검은색 실루엣으로 그려지며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저, 저것이. 벨리알.."

데미아스를 비롯해 그 형상을 처음 보는 다른 이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자기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었다. 뒤이어 뒤에 있던 지크라엘도 저 형상을 보며 성녀의 빛의 장막을 깬 형상이란 것을 단번에 알고는 절로 두려움이 일었다. 그 역시 그 형상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저 실루엣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일 정도로 벨리알의 진정한 모습은 이 세상 모든 공포와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듯한 모습이라 생각이 들었다.

특히 벨리알의 실루엣은 음흉하게 웃고 있었는데 마치 마리에테가 보이는 행동이 한낱 지렁이가 발버둥치는 것처럼 보는 듯했다. 그렇기에 무엇이든 해보라는 여유가 같이 느껴졌다.

"그래 더 날뛰어 보거라 마리에테."

버고에 의해 완전히 밝혀진 진정한 벨리알의 형상 속에 그가 비릿하게 웃어 보이며 소름이 돋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하자 마리에테가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저번에 말했듯이 전 언제고 당신을 막아낼 겁니다. 그리고 이 세상을 꼭! 지켜내겠어요!"

"큭큭 망할 년..말로만 그러지 말고 직접 행동으로 날 더 즐겁게 해보란 말이다. 큭큭."

이내 클루드가 손을 뻗어 보였다. 동시에 그의 손에 들린 아귀의 스태프 윗부분에 해골 모양이 입을 벌리기 시작하자 순간 수백 수천 명의 비명소리가 산을 비롯해 여태 전장으로 많은 시체가 쌓아 올려진 모든 곳에서 울리기 시작하자 이내 케프릭 코너스의 울음 까지 집어 삼키기 시작했다.

마리에테도 갑작스런 비명에 귀를 틀어막아야만 했으나 그러한 행동에도 아무런 소용 없는 짓인지 손을 뚫고 들어오는 비명소리에 이내 귓가에 자그마한 핏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뒤이어 서서히 클루드의 주변에 검은 흑연이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진정한 어둠의 공포를 만끽해 보거라... 하찮은 녀석들이여!"

"꺅!!"

☆ ☆ ☆

이내 적아 구분 없이 무엇이든 삼켜가는 거대한 암흑의 안개는 서서히 브루클린 영지까지 퍼져 올라 차츰차츰 삼켜가기 시작했다. 마치 연기 자체에 자아라도 있는 듯이 그 어느 생명체도 놓치지 않고 병사들 하나하나 빼먹지 않고 온통 암흑으로 집어삼켜 갔으며 그 럴때마다 흑연은 배를 더욱 부풀리기 시작했다. 이내 그 안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기 시작하더니 브루클린 영지를 충분히 뒤덮고도 남을 정도로 커져 버리자 주변이 온통 암흑으로 뒤덮였다.

"큭큭 평생 어둠 속에 공포에 떨며 죽어가거라.."

뒤이어 들려오는 벨리알의 목소리에 마리에테가 수상함을 느끼며 소리쳤다.

"모두! 조, 조심해요!"

그러나 마리에테가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전혀 없었다. 데미아스 역시 연이어 마리에테가 무슨 말을 한 것 같았으나 이 거대한 흑연 속에 먹혀 자신에게 닿지 않았다. 이내 완전하게 어둠이 된 세상은 시야조차 먹먹해지자 데미아스가 처음 겪어 보는 상황에 당황을 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것이야! 사무엘! 지크문드!..마리에테!! 내, 내 목소리가.."

안개에 잠식당하며 놀란 표정으로 다른 이들의 이름을 몇 번이나 불렀으나 어떠한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마치 지금의 느낌은 깊은 바닷속에 푹 가라앉은 듯이 흑연은 심지어 자기 자신의 목소리조차 삼켜 들리지 않게 했음은 물론 청력과 시력과 동시에 촉감까지 그 기능을 잃어가게 하였다.

그렇기에 지금 데미아스는 모든 감각을 잃어 그저 어둠 만이 가득한 세상을 허우적거리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한 가지의 의문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혹시 이 안개로 인해 자신이 죽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었다. 그 안개로 인해 죽었으나 죽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해 이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지금의 상황은 말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부정을하게 만들 정도로 지독한 어둠이었다.

그럼에 데미아스는 어쩌면 죽은 뒤의 세상이 이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아냐.. 그럴 리가 없어...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몸에는 어떠한 이상도 없었는데."

터무니없는 자신의 생각을 부정하며 다시 한번 천천히 자신의 손을 들어 보였다. 아니 들어 보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보이는 건 없었다. 심지어 자신의 목소리 역시 그러했다. 마치 입만 버금 거리는 듯이, 애초에 자신이 말을 한 것인가? 하는 자각조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완벽한 어둠, 또는 자신의 몸이 어둠으로 변해 주변의 어둠과 동화가 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지독한 어둠이다. 그럼에 데미아스의 마음에 차츰 두려움이 일기 시작했다. 이러한 두려움이 얼마 만이었던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 전이 었으나 아주 오래 느꼈던 그 두려움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내 데미아스의 생각을 천천히 갉아 먹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데미아스의 몸이 차츰 떨려왔다. 물론 자신이 몸을 떠는 것조차 자각하지 못했으니 다행이었다. 만약 자신이 겁을 집어먹고 몸을 떨었다는 것을 알면 자존심 때문이라도 부끄러워서 차라리 죽음을 택할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한편 마리에테 역시 난감함을 표하고 있었다. 데미아스가 느끼는 것 그대로 자신 역시 느끼고 있었는데 그녀 역시 시끄럽게 울어대던 케프릭 코너스의 힘 하며 진실을 밝혀주던 버고의 빛조차 암흑에 물들어 그 빛을 완전하게 잃은 상태였다.

이내 이 어둠 속을 걸어 볼까? 하는 생각을 했으나 자신이 걷고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어떠한 감각도 느껴지지 않자 마리에테의 표정이 더욱 굳어지며 난감함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이내 마리에테의 머리에 떠오르는 서지테리어스의 기억에 급히 손을 움직여 서지테리어스의 화살을 쏘아내려 했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머릿속으론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자신의 손을 비롯해 모든 감각이 사라져 지금 손에 활을 들고 있는 건지 아닌지조차 알 수가 없었기에 시위를 당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럴 수가.."

이내 마리에테의 모습이 짙은 절망감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상태에 빠져 있다면 아무리 발버둥쳐도 이곳에 빠져나갈 방법이 없을 거란 확신 때문이었다. 클루드의 말대로 이대로 평생을 어둠에 동화되어 살아야 한다는 것에 두려움까지 일기 시작하자. 그녀의 마음이 점차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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