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회. 12개의 신물】
메세츠데의 끝을 알 수 없는 진군은 겨우 브루클린 영지 앞에서 멈출 수 있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으나 그 피해는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상상을 초월했다.
그동안 메세츠데 병사들이 윈랜드로부터 시작해 빠른 속도로 남하하며 지나친 마을은 완전히 지도에 지워졌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는 물론, 브루클린 영지에서 이리저리 도망친 몬스터들이 슬슬 사방에서 출몰했기 때문에 의외에 피해가 속속들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벨리알이 잠시 모습을 감춰 그의 힘을 받고 강해진 몬스터들의 힘이 상당 부분 약해졌기에 다행이었으나 몬스터는 몬스터였기에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작은 마을에는 그 피해가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전쟁의 여운도 다 끝나지 않을 시점이었다. 아즈문의 지크라엘을 비롯해 요르문간드의 라그나르와 라게르사, 마흐무드의 성녀와 추기경들이 한데 모여 후일을 논하기 위한 회의가 한창 이루어지고 있었다.
지크라엘은 메세츠데의 내에 지도를 펼쳐 탁상 위에 올려놓으며 모두를 바라보자 다른 이들의 얼굴에 궁금증이 일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지크라엘은 부수적이거나 돌려 말하기보단 빠르게 본론을 얘기하려는지 잠깐의 뜸도 들이지 않고 지크라엘이 말을 이었다.
"지금이 가장 메세츠데를 점령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메세츠데를 말인가?"
지크라엘의 말에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지크라엘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벨리알이 그 알 수 없는 빛에 의해 모습을 감춘 이후 메세츠데의 꼭두각시들이 모두 영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멈췄습니다. 그렇기에 지금이 가장 적기가 아닐까 합니다."
"...허 이제 전쟁이 막 끝났는데. 또 전쟁을 하잔 말인가?"
조셉 추기경이 난감한 표정으로 묻자 지크라엘은 여전히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물론 지크라엘의 말에 조셉도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으나 이제 막 전쟁이 끝난 지 삼일뿐이 지나지 않았기에 병사들이 버텨줄지가 의문이었다.
"너무 이르지 않겠는가? 병사들이 괴로워할 거야."
"하지만 지금이 적기 입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고 이런 기회가 올 거라는 확신을 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더 늦어진다면 다시 벨리알이 모습을 드러낼지 모릅니다."
"흠...만약 우리가 북진을 할 때 벨리알이 다시 기세를 회복하면 어떡하려 그러나?"
"조셉 추기경님, 마리에테님에게 들은 바로는 한동안 벨리알이 제대로 힘을 사용하지 못할 거라 했습니다.."
"고작 그녀의 말 만으로 도박을 하자는겐가? 우린 너무 정보가 없네..."
너무나 단호한 지크라엘의 말에 조셉은 물론 조용히 지크라엘을 지켜보던 데미아스와 성녀 그리고 요르문 간드의 족장들도 잠시 침을 성을 삼켰으다. 어떻게 보면 도박과도 같은 일이었기 때문이었기에 조셉이 난처한 다른 이들을 대변해 말했다. 한편 라그나르도 조셉의 말에 조금은 동의를 하는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벨리알이 다시 기세를 회복하기 전에 메세츠데를 점령한 다라.... 승리의 기쁨을 잔뜩 누리고 있는 병사들의 조금 미안해지는군.."
그러나 지크라엘은 어쩔 수 없다 생각했다. 지금이 아니면 벨리알을 잡을 시기가 없다라고 생각했으니. 혹여나 다시 그가 기세를 회복하고 병력들을 끌어모은다면 더는 그들을 막아낼 힘이 없는 세 나라였기에 지크라엘은 자신의 뜻을 쉽게 굽히지 않았다.
"어쩔 수 가 없는 것을 병사들도 잘 알겁니다. 이대로 있다가 벨리알이 힘을 다시 회복한다면 이러한 도박의 기회도 다신 얻지 못할 겁니다."
"흠... 그러나 메세츠데 정보가 너무 없네, 제대로 된 정보도 없이 메세츠데를 어떻게 칠 작정인가?"
"... 그렇기에 지금 이 저택을 보수하면서 감옥을 만든 겁니다. 조셉 추기경,"
지크라엘의 말에 조셉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내 전쟁이 끝나고 잡아들인 패잔 병들이 떠올랐으나 그 생각도 잠시 이내 표정을 굳히며 대답했다.
"흠, 그들이 순순히 말을 해줄까? 언뜻 보니 영혼이라곤 없는 꼭두각시일 뿐이던데 말이지."
" 그것은 이제부터 제가 직접 확인해 봐야겠지요."
조셉의 말에 지크라엘이 아직은 확실하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의 말대로 지금 이 영지에 잡혀 있는 패잔 병들 대부분 영혼은 없는 꼭두각시였기에 그들은 마치 목석같이 그저 멍하니 서서 초점이 없는 눈으로 마치 동력을 잃은 기계처럼 서 있었을 뿐이었다. 그럼에 조셉이 불신을 갖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제가 직접 가서 정보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때까지 각 나라의 수장들은 병사들을 좀 다독여 주길 부탁드립니다. 언제고 바로 출전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러면 제가 메세츠데의 정보를 꼭 얻어오겠습니다."
"흠.. .출전 준비야 솔직히 문제가 되지 않으나. 정말 그들에게 정보를 얻어 올 수 있단 말인가?. 만약 알려준다해도 함정일 가능성이 농후하네"
조셉이 여진히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묻자 이번엔 지크문드가 대신 대답했다.
"솔직히 모가 아니면 도가 아니겠는가? 재상의 말은 조금이라도 희망이 있을 지금이 가장 메세츠데를 점령할 적기일 테니 말이니."
"흠... 뭐 그건 동의를 한다만.. 어휴 나도 잘 모르겠구만.. 그나저나 자네들은 다른 곳으로 떠난다고 하지 않았나?"
조셉이 이내 고개를 끄덕이다. 잠시 무겁게 가라앉은 회의실의 분위기를 바꿔보려 주제를 바꾸며 라그나르에게 묻자. 라그나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신물이 모였으니 마리에테를 따라 잠시 연합군과 떨어져 있을 생각이오,"
"저랑 쥬디스도 가야 할 거에요."
뒤이어 성녀가 자신의 뒤에 있는 쥬디스를 가리키며 말하자 조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는 성녀와 성기사 단장이 없고 요르문 간드는 대 족장이 없는 상태에서 병사들을 출전 준비를 해야겠구만... 그리고 출전을 한다해도 그들이 신물이 다 모우고 라우엘님을 깨우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니 결국 족장과 성녀 쥬디스가 없는 곳에서 전투를 할 수 도 있겠구려... 쉽지 않겠네."
"부탁드립니다. 추기경님"
뒤이어 지크라엘이 고개를 꾸벅 숙여오자 조셉이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그렇게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네! 내 나이가 많다만 자네들과 비슷한 처지가 아닌가? 아무튼, 자네는 그들에게 얻을 수 있는 건 모든 좋으니 얻어 와 주게!"
조셉 추기경의 말에 지크라엘이 고개를 끄덕이자. 첫 회의는 이렇게 쉽게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