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332화 (332/412)

【332회. 12개의 신물】

한편 가족을 다시 만난 데미아스와 그리고 사무엘과 나서스는 기쁨도 잠시였다. 왠지 모르게 무엇 때문에 불안해 보이고, 급해 보이는 루크 때문에 해후를 나누기도 잠시 급히 집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며 결국 모두를 데리고 돌아갔고 데미아스 일행은 결국 연합군에 남게 되어 다시 씁쓸하게 이별을 맞이해야만 했다. 그런 마음도 모르고 루크의 마차는 이내 아스란으로 돌아갔고 그렇게 아스란가에 도착했을 때였다.

"루시!"

급히 저택 안을 누비며 루크가 소리쳤다. 동시에 라이아를 비롯해 세리스와 릴리가 마지막으로 로제스까지 뛰쳐나와 반가운 얼굴로 루크를 맞이했다.

"루크! 괜찮니?! 어디 다친 곳은 없고?! 레이니랑 엘레니아는? 안느란테도 에이리스도 괜찮니?! 정말 모두 괜찮은 거야?"

라이아가 급히 모두를 보며 말했으나 루크는 그녀의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급히 말을 이었다.

"어머니.. 루시는요!"

"루, 루시 말이니?.. 그게..."

루크의 말에 라이아가 뒷말을 흐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럼에 루크가 이상함을 느끼며 세리스에게 물었다.

"세리스! 루시는 어디에있어?"

"오빠... 그게 나도 잘 모르겠어.. 어느 순간 사라졌다니까..."

"사라.. 지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루크가 믿기지 않은 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묻자 세리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뒤이어 릴리도 별다른 말이 없자 루크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뒤이어 로제스를 바라보자 로제스도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젓자. 루크가 급히 자리를 박차고 루시가 사용하는 방이 있는 2층으로 단숨에 뛰어 올라갔다.

"루시!"

급하게 루시의 방문을 열어젖히며 소리쳤으나 루시의 방은 여느 때와는 다르게 너무나 고요했다. 예전이었으면 언제나 같은 웃음으로 자신에게 달려와 안겨야 할 그녀의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루, 루시.."

뒤이어 혹여나 자신의 방에 있지 않을까 싶어 자신의 방으로 향했으나 그곳에서도 루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내 레이니가 조심스럽게 루크를 불렀다.

"루크.."

"누, 누나.. 루시가.."

"괜찮아... 괜찮을 거야.... 우리 같이 찾아보자.."

결국 레이니 품에 앉긴 루크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마지막 루시의 모습이 벌써부터 루크의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 같았다.

☆ ☆ ☆

"흐... 꺼지란 말이다.."

메세츠데 황성이었다. 브루클린 영지에서 루시로 인해 패배를 맞본 클루드가 어느세 메세츠데 황성으로 돌아왔는지 황제의 의자가 있는 알현실에 앉아 연실 고통에 찬 머리를 부여잡으며 신경질적으로 소리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벨리알! 어서 이 년의 힘을 가지고 내 몸에서 나가란 말이야! 난 약속을 지켰어!!"

클루드가 언성을 높이며 소리쳤다. 동시에 괴로운 듯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무래도 계속해서 들려오는 벨리알의 음성 때문에 고통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 음성 사이로 들리는 알 수 없는 여성의 음성, 동시에 클루드의 몸 안에는 각기 세 개의 힘이 한창 싸움을 일으키고 있자. 몸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며 멋대로 힘이 사라지다 다시 생겨나곤 했고 온몸에 찬기가 돌다가도 무척이나 뜨거워지는 고통이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클루드의 몸은 거진 만신창이가 되어 가며 제대로 힘이 나오지 않았다. 이대로 있다가 곧 마나고 뭐고 자신의 몸이 폭발할 것 같은 기분에 두려움이 일기도 했다. 한시라도 빨리 벨리알과 루시를 몸 안에서 빼내야 했으나 어떠한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몸을 두고 그 둘이 싸우는 것 같아 불쾌하기까지 하자 클루드는 더는 벨리알에게 존대를 하는 일도 없어졌다.

"젠장.. 꺼지란 말이야!! 난 약속을 지켰다 벨리알! 약속을 지키란 말이야! 이 망할 년을 데리고 내 몸에서 나가!!"

고통에 찬 머리를 부여잡으며 소리쳤으나 벨리알과 루시의 힘은 여전히 클루드의 몸 안에 한참을 치고받고 싸우곤 했다. 그럴 때마다 클루드는 헛구역질이 나왔고 몸에 마나가 저절로 빠져만 갔다.

"제, 제기랄!"

그런 그의 모습 속에 먼발치서 메드니스가 바라보고 있었다. 동시에 난감함을 띠는 그녀의 모습, 그녀가 난감한 얼굴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흠.. 어쩌면 좋으려나.. 신의 몸을 갖은 아이를 찾으려 했는데.. 이미 클루드의 몸 안에 있잖아? 정말이지 난감하네... 이럴 땐 도망쳐 있는 게 상책이겠지..? 호홋..어쩌면.. 저 클루드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좋은 기회일지도 모르겠어 호홋!"

비릿하게 미소를 지은 메드니스가 이내 조그맣게 연기를 뿜어내며 모습을 감췄다. 동시에 다시 클루드의 신음과 함께 비명을 토해냈다.

"끄아악!!"

☆ ☆ ☆

깊게 자리 잡은 숲속 한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여기저기 상처와 함께 지친 표정이 만연하다. 게다가 얼마나 걸었는지 옷은 다 해진 상태로 그 형태가 어떠한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그럼에 간신히 로브를 몸에 둘러 쌓지만, 그 로브마저도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있어 찬 바람이 휑하니 들어왔다. 그런 소녀의 모습은 옷뿐만 아니라 얼굴도 꾀지지 했는데 특히 검은 머리는 이내 떡이 잔뜩 져 윤기가 보이지 않았고 흰 피부도 까무잡잡하게 더러워져 있었다. 그러므로 그녀가 얼마나 이 숲을 헤매고 다녔는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힘들어..."

조심스럽게 한 참을 걷던 소녀가 이내 멈춰 섰다. 그러자 저만치 앞에 나무 그루터기가 보이자 급히 달려가 그루터기에 자리를 잡아 휴식을 취했다. 벌써 얼마나 걸었는지 다리가 욱신거리며 아파져 왔다. 심지어 신발도 다 해진 상태라 발바닥까지 너무 아파와 더는 걷기가 힘들었다.

"야낙.. 오빠.."

그렇기에 그루터기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린 소녀 카시오가 나지막이 중얼거리자 그녀의 눈가에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동시에 지난 기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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