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333화 (333/412)

【333회. 12개의 신물】

윈랜드가 함락되고 지크문드의 도움으로 감옥에서 빠져나온 카시오는 결국 춥고 배고픔은 물론, 온통 처음 보는 곳에 혼자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들고 무섭기도 해 결국 윈랜드로 돌아왔었다. 애초에 어디로 가야할지도 몰라 그나마 익숙한 윈랜드로 돌아왔다는게 맞았다.

그렇게 정적이 맴도는 윈랜드의 성벽을 조십스럽게 지나쳐 들어 오자 그녀가 처음으로 본 것은 황폐해진 윈랜드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그녀가 본 윈랜드는 여기저기 시체로 산을 이루었음은 물론 하얗게 내리던 눈들은 온통 붉어진 상태로 여기저기 피비린내가 진동을 했다. 그럼에 눈이 절로 찌푸려졌다. 그리 공기가 좋지 않던 마계도 여기보다는 더 공기가 맑았으리라 생각이 들 정도로 혹여나 이곳은 악마들이 사는 지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불쾌감이 들게 했다.

게다가 언제 몰려들었는지 여기저기 까마귀 떼들이 정신없이 울어대는 것이 꽤나 신경 쓰인다. 그들의 울음 소리는 귀가 먹먹하게 아려올 정도였음은 물론 하늘을 뒤덮어 시체를 파 먹는 모습이 헛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치.. 쌤통이다.."

카시오는 잠시 그러한 윈래드의 여기저기를 바라보며 자신을 억압하고 가둬놓은 것에 대한 앙금이 들어 벌을 받은 것이라며 쌤통이라 생각하고 좋아했으나 그러한 기분도 잠시였다. 너무나 절망어린 시체들의 표정을 비롯해 황폐해진 도시를 보니 이내 왠지 모를 안타까움이 들자 좋아하던 모습을 금세 잃어버렸다.

그렇게 조금은 침울한 표정으로 시체들을 피해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배에 자꾸 꼬르륵거리는 것이 배가 너무나 고파 오자 혀를 내두를 정도의 커다란 성벽을 지나쳐 건물이 있던 곳으로 들어서자. 여기저기 무너진 건물들 사이로 조금은 괜찮은 건물들도 몇몇 보인다.

"저기로 가볼까.."

자신이 갇혀 있었던 조금은 익숙한 건물이 그나마 온전하게 있는 것을 보며 카시오는 생각했다. 저기에 간다면 무언가 먹을만한 음식이 있으리라 생각한 그녀가 종종걸음으로 달려가려 할 때였다.

그렇게 걸어가던 중 문뜩 주변에 절로 시선이 갔다. 왜 인지는 모르지만 알 수 없는 기분이 자꾸 카시오의 시선을 쏠리게 하자 카시오가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그 곳으로 향하자 이내 성벽 아래에 이르렀다. 그러면서도 왜 이곳이 이리도 신경쓰이는지 알 수가 없던 카시오가 이내 어깨를 으쓱하고 돌아서려 할 때였다.

"어.."

카시오의 두 눈에 이상할 정도로 익숙한 느낌을 뿜어내는 한 사람의 신형이 바닥에 쓰러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 또 왠지 모를 호기심이 동하자 카시오의 걸음이 그 시체를 향해 점차 가까워져 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주위를 돌아보자 주변이 깨끗한 것으로 보아 홀로 싸우다 죽었는지 이 곳에 시체는 그 시체 하나 뿐이었다.

그렇게 배고픔도 잊고 무언가에 이끌린 듯 그녀가 다가가자 이내 카시오의 눈이 점차 커지며 파르르 떨려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파문이 이는 눈동자 안에는 차디찬 시체로 변한 야낙의 모습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카시오가 헛 웃음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동시에 현실을 부정하기 시작하던 카시오가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쳤다. 그러면서 이 시체가 야낙이 아닐 거라고 계속해서 되뇌이며 현실을 부정했으나. 이미 마음은 그가 야낙임을 부정할 수가 없었는지 카시오의 눈가에 점차 눈물이 터져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아냐.. 아닐 거야... 제발... 오빠... 오빠!"

입으로는 계속해서 부정했으나 카시오의 떨려오는 손이 조심스럽게 야낙에게 다가갔다. 그러면서 뒷걸음질치던 걸음이 다시 야낙에게 가까워졌고 살며시 그의 피부에 카시오의 손이 닿자 마치 얼음장 같이 차가운 느낌에 흠칫 몸을 떨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카시오의 눈이 야낙의 얼굴을 바라보자. 덜컥 심장이 멎는 듯한 느낌을 받아야만 했다.

"거짓말이야.. 거짓말... 오빠.. 제발..."

카시오가 소리쳤다. 그러자 자기도 모르게 바닥에 쌓인 눈 위에 주저앉아 뒷걸음질친다. 어떻게든 그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졌다.

"아냐.. 아닐 거야... 다른 사람이야.. 다른.."

연실 뒷걸음질치던 카시오의 등에 누군가의 손이 닿았다. 그럼에 카시오가 흠칫 놀라 뒤를 바라보자 그곳엔 여전한 모습의 메드니스가 자리하고 있었다.

"여기 있었네? 카시오?"

"어, 언니... 야낙 오빠가.. 야낙 오빠가 죽었어! 아니지? 거짓말이지! 그런 거지?! 그, 그저 비슷한 사람인 거지? 제발.. 그렇다고 해줘.. 언니.."

"흐음.. 카시오, 잘 봐 거짓이 아니야.. 똑바로 눈을 뜨고, 봐.. 그는 야낙이야. 야낙은 죽었어."

카시오의 말에 메드니스가 잔인하리만치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러면서 천천히 걸음을 옮겨 야낙에게 다가갔다.. 이미 차가운 시체가 되어 있음은 물론 등허리는 까마귀들이 파먹었는지 붉은 핏물이 가득해 피비린내가 진동을 했다. 아무래도 비위가 약한 사람이 본다면 헛구역질을 할 정도다. 이내 차갑게 내려앉은 메드니스의 표정이 주위에 까마귀들을 향했고 손을 한차례 털더니 주위에 까마기들이 몸이 반이 갈려 지상으로 떨어지며 새하얗던 눈밭을 붉고 검게 물들였다.

"야낙.. 그 간의 정으로 너에게 해줄 것은 이게 다야."

이내 메드니스가 고개를 돌려 카시오를 바라봤다. 동시에 메드니스의 시선과 카시오의 시선이 겹쳐지자 메드니스의 표정은 너무나 무심하고 차갑게 보인다. 카시오도 그런 메드니스의 표정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꽤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야낙을 보며 다시 눈물을 터트렸다.

"어떡하지.. 언니.. 언니 어떡해 야낙 오빠가 죽었어... 흑....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나쁜 놈들에게 정보를 팔아먹지만 않았어도..흑..다 내 탓이야."

눈물을 토해내며 말하는 카시오의 말에 메드니스의 무심한 시선이 이내 카시오에게 닿았다.

"애초에 클루드가 너희를 소환하지 않았더라면... 모든게 일어나지 않았을 운명이기도 하지.."

"흑..흑.. 언니.. 어떡해야해.. 난 이제.. 흑.."

메드니스의 무심한 말에 카시오가 눈물을 감추지 못하며 말하자 메드니스가 잠시 클루드가 지나간 길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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