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334화 (334/412)

【334회. 12개의 신물】

"도망쳐."

"뭐..?"

"도망쳐, 넌 아직 클루드에게 복종의 계약을 하지 않았잖아? 만약 클루드의 눈에 띈다면 넌 클루드의 먹이가 될 거야."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도망쳐. 자 그 수갑 풀어줄게."

이내 메드니스가 하나의 기다란 채찍을 소환해 내 휘두르자 카시오의 수갑이 힘없이 부서져 내렸다. 그럼에 그제야 카시오의 몸에 마나가 돌기 시작했다.

"... 메드니스...언니.."

"도망쳐. 다신 클루드에게 다가오지 마. 다가온다면 넌 그의 꼭두각시가 되거나 클루드의 양분이 될 테니 말이야."

"그치만.. 난 갈 곳이 없어!"

"어디든 상관 없어, 클루드가 없는 곳이기만 하면 돼."

"어, 언니..."

"가라고!"

여전히 우물쭈물하는 카시오의 모습에 메드니스가 처음으로 언성을 높이며 소리치자. 카시오가 이내 뒷걸음질치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쳐!!"

뒤이어 메드니스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고 카시오는 두려움이 가득 찬 얼굴로 계속해서 걸음을 옮겨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눈물이 끊이질 않았고 야낙의 목소리와 얼굴이 앞에 아른거렸다.

"오빠... 야낙 오빠..."

정신 없시 달리길 이내 그녀가 당도한 곳은 인간들 사이에서 암흑의 숲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몬스터들이 득실거리는 그 숲에 카시오는 뭣도 모르고 들어섰다.

다행히도 마나를 다시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으나 그러한 안심도 잠시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마나가 회복되는 속도보다 사용하는 일이 더 많았음은 물론 몬스터들이 애초에 항마력이 있어 쉬운 마법으로 처리하기 힘들었다. 그러자 이젠 맞서 싸우기보단 도망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기로 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내 일 주일여가 넘게 지나간 시점이었다. 더는 야낙의 죽음을 애도할 새도 없이 자신의 몸을 노리고 몰려드는 몬스터들의 모습에 카시오는 계속해서 도망치다 겨우 이 나무 그루터기에서 몸을 쉴 수 있었던 것이었다.

"얼마나 지난 거지?"

깜빡 졸았나 보다. 아무래도 며칠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 앉기만 하면 잠이 솔솔 쏟아진다. 아무래도 몸과 마음에 피로가 꽤나 쌓여 너무 지친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보다 조금 전 하필 꿈에 야낙이 나와 자신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며 마음을 지치게 함에 카시오의 얼굴과 어깨가 더욱 축 처진다. 한동안 도망치는라 야낙의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는데. 다시 또 떠오르니 슬픔이 차올랐다.

"오빠..."

축 처진 어깨로 잠시 야낙의 이름을 중얼거린 카시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주위를 돌아보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으나 며칠 이 숲에 있어 보니 이제는 어서 움직여야만 했음을 잘 알았다. 게다가 자기도 모르게 잠들어 더욱 움직여야만 했다. 혹여나 자신의 냄새를 맡고 몬스터들이 몰려올 것임이 분명했으니 말이다.

"야낙 오빠.. 꼭 복수할 테니 기다려줘.. 그 클루드 나쁜 놈도.. 오빠를 죽인 그자도 다 내 손으로 복수할 테니깐.."

그렇게 다짐한 카시오는 부들부들 떨려오는 다리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이내 다시 걸음을 옮겨가기 시작했다. 일단 복수고 뭐고 어떻게든 이 숲을 빠져나가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었다.

☆ ☆ ☆

오랜만에 아스란 저택 안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전쟁의 승리를 만끽하기도 전에 아직 남아 있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신물의 주인들이 이내 하나둘씩 아스란 저택으로 모이게 된 것이었다. 그럼에 모두가 보는 앞에서 에이리스가 나지막이 모두를 보며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그녀의 말에 잠시 차를 음미하던 마리에테가 에이리스를 바라보다 여유롭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모든 신물이 다 모였으니, 이제 라우엘님을 모시는 제단으로 향해야겠죠."

"제단 말인가?"

뒤이어 마리에테와 같은 차를 마시던 라그나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마리에테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차를 한 모금 음미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려 있자 마리에테가 이내 어색한 웃음을 보이며 대답했다.

"오랜만에 차를 마시느라.. 호호, 꽤 맛있네요."

마리에테가 루크를 보며 묻자 여전히 루시가 사라졌음에 오는 슬픔을 다 이겨내지 못했는지 씁쓸한 얼굴로 힘없이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마리에테가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그나저나 대답을 하지 않았네. 제단이라니 무슨 제단을 말하는 건가?"

"당연히 라우엘님의 제단이지요."

자신의 병사들과 라게르사를 연합군에게 맡기고 단신으로 이곳에 온 라그나르는 조금은 조급함이 느껴졌었다. 아무래도 연합군에 있는 자신의 병사들과 라게르사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럼에 마리에테가 천천히 찻잔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신물이 하나가 되어 라우엘님을 부를 수 있는 곳, 그 제단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곳이에요."

"그 제단이란 게 설마.."

이내 아직 내상이 다 치료되지 않아 파리한 안색의 크리스티나가 무언가 떠오른 듯이 묻자 마리에테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전달자 님께서 아마 가장 잘 아는 곳이겠군요."

"전달자?"

마리에테의 말에 레이니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마리에테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렇지, 인간들은 성녀님이라 부르시죠? 저희는 라우엘님의 목소리를 듣는 분들을 전달자라고 부르거든요. 하하 저도 모르게 익숙한 단어로 나왔네요,"

"다 다른 가 보군..."

이내 라그나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레이니가 이번엔 라그나르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하자 라그나르가 말했다.

"우리는 주술사라고 부르지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저 여자가 잘 알고 있는 곳이라니 어딜 말하는 건가 마리에테?"

뒤이어 라그나르가 아직도 아리송하게 말하는 마리에테를 보며 묻자 마리에테 대신 성녀 크리스티나가 대신 대답을 이었다.

"남쪽에 위치한 라우엘님의 교단이자, 가장 신성한 빛의 도시, 마흐무드의 교황청을 말하는 것인가요?"

"맞아요 크리스티나님."

성녀라 부르기에 무언가 어색한지 마리에테가 이내 이름으로 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에 성녀가 손뼉을 한차례 치며 대답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