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336화 (336/412)

【336회. 12개의 신물】

마리에테의 말에 루크가 벌떡 일어서며 언성을 높여 소리쳤다. 그럼에 마리에테가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루크를 바라봤다.

"... 저도 자세히는 몰라요. 저라고 다 알 수는 없지요. 아무래도 라우엘님을 직접 만나봐야 자세히 알 수 있겠지요. 그렇기에 이제 우린 라우엘님을 만나러 가야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 제발..."

루크는 마리에테의 말이 사실이 아니기를 빌었으나 왠지 모르게 불안한 감정이 계속해서 루크의 가슴에 남아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그때였다. 라그나르가 마리에테를 보며 말을 이었다.

"흠.. 그나저나 그대는 어찌 이러한 지식들을 가지고 있는 가? 그리고 왜 라우엘은 루시페리아라는 자처럼 직접 현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그를 막지 않은 것인가? 이리도 귀찮게 신물들을 모으고 제단으로까지 향하게 만들어야만 했는가? 너무나 비효율 적이야."

아무래도 태초의 이야기 때부터 마흐무드의 성녀도 자세히 알지 못하는 500년이나 된 마흐무드의 제단 또는 신물들까지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마리에테의 모습에 의문이 들었는지 라그나르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동시에 다른 이들도 똑같이 궁금해하자 마리에테가 쏟아지는 시선에 조금은 쑥스러워하며 대답했다.

"라게르사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 않나요?"

"그대의 말대로 어느정도 일 뿐이오 그대처럼 여러 신물들도 그렇고 제단도 그렇고 벨리알이나 라우엘에 대해서도 그렇게 자세히 알지 못하오 그저 단편적일 뿐이오."

라그나르의 말에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시 마리에테에게 시선이 향했다. 아무래도 그들도 마리에테의 지식의 원천이 어디에서부터 나온 건지 궁금했나 보다.

"하긴.. 전달자 중 저보다 오래 산 사람은 없으니까요"

"오래 살았다? 도대체 그대의 나이가 몇 살이오?"

"저도 일일이 다 세어 보진 않았으나. 아무래도 이 지상에 할 일이 많은지 신의 부름이 오지 않았어요. 흠.. 이번 해가 곧 지나갈 테니.. 아마도 이젠 1600살쯤 넘지 않았을까 싶군요?"

"....크흠...그렇소?.. 그렇게 안 보이는데.."

마리에테의 말에 라그나르가 내심 놀란 얼굴로 대답하며 마리에테를 위아래로 훑어 봤다. 하이엘프들은 원래 이러는지 높게 쳐 줘야 고작 30대도 안 되어 보일 정도로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마리에테의 모습에 라그나르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놀람을 금치 못했다. 그럼에 마리에테가 이내 쑥스러워했다.

"오래전부터 라우엘님의 전달자로부터 지낸 세월이 많아 그만큼 지식이 많은 것일 뿐이지요. 그리고 물으셨죠? 왜 라우엘님이 직접 내려오지 않고 신물들과 함께 루시페리아를 이용할 계획을 세웠는지 말에요."

"흠흠.. 그렇소!"

"그것은 모두다 인간들의 죄 때문이에요."

"우리들 말이오?"

라그나르가 인상을 쓰며 대답하자 마리에테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 여러 신들이 있던 그 시기에 죄를 범한 신들이 모두 태초의 신에게 벌을 받고 모습을 감추게 되었지요 그리고 이 세계는 라우엘님 혼자서 맡게 되었던 일 알고 계신가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얘기야 예전부터 유명한 동화와도 같은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요.. 애초에 신들로부터 계기가 되었던 일이었지만 인간들 역시 선을 넘어서게 되었지요. 그렇기에 태초의 신께서 인간들에게까지 벌을 내렸고 그 벌 중 하나가 벨리알이란 악마의 탄생이란 거에요. 공포와 두려움을 먹고 사는 벨리알, 그렇기에 그는 육체가 없는 신처럼 죽지도 않고 오랜 시간 인간들 사이에서 영위할 수 있었지요.

그렇기에 벨리알로 일어난 일들은 보통 인간들로부터 만들어진 죄였기에 신들이 개입을 할 수 없어요, 모두 인간들이 감수해내야 하는 벌이기도 하죠. 하지만 라우엘님은 언제고 벨리알이 신들의 영역까지 범접할 것을 알고 자신의 힘을 조금씩 남겨 이 세상의 균형을 깨트리지 않을 정도의 힘을 12개의 신물로 나눠 세상에 퍼트려 놓은 것이지요 그리고 조금은 매정할지 모르나 루시를 이용해 벨리알을 죽일 계획을 세운 것이기도 하죠. 그렇기에 루시페리아가 희생을 한 지금이 아니면 라우엘님께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방법은 없어요. 지금 인간들로 인해 만들어진 악마를 죽일 유일한 시기이기도 하고요."

"그랬던 건가?.. 참으로 허무맹랑하지만... 그 벨리알이란 녀석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군.. 허나 그건 다 옛 선조들의 죄가 아닌가? 그걸 지금의 세대까지 꼭 이어받아야만 하는 건가?"

마리에테의 말에 라그나르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대답하자 마리에테도 씁쓸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약한 인간들의 탐욕은 없어지지 않으니까요.. 벨리알의 힘이 약해지려면 인간들은 자신의 분노와 탐욕을 억제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해요. 애초에 그들은 그 분노와 탐욕으로 인해 태초의 신께 벌을 받은 것이니까요."

"...."

마리에테의 말에 라그나르가 별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자신 역시 대족장이 되기 위한 탐욕으로 전 족장의 목을 치고 대족장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만약 벨리알이 죽게 된다면.. 루시는 영영 볼 수 없는 건가요?"

마지막으로 루크가 물어왔다. 그럼에 마리에테의 씁쓸한 표정이 루크에게 닿았으나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 역시 그 점은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 루크의 시선이 침울해진다. 마리에테가 말을 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일단.. 라우엘을 만나서 얘기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마리에테가 신의 대리자로서 오래 살았다 해도 직접 당사자에게 듣는 것이 확실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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