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7회. 12개의 신물】
브루클린 저택의 임시로 만든 감옥이었다. 메세츠데 적군들의 수뇌부를 가둬놓기 위함에 저택을 급히 개조해 만든 1층 방들은 이내 문과 벽을 허물어 쇠창살과 강철을 덧대어 감옥처럼 개조했다. 그곳에는 패잔병인 스완과 자이로스를 비롯해 케이건과 브룬과 몇 몇의 아직 목숨을 보전하고 있는 병사들이 각각 각방의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앞에 지크라엘이 천천히 걸음을 움직였고 이내 자이로스가 있는 방 앞 쇠창살 앞에 멈춰서며 자이로스향해 물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가 자이로스? 그전에 날 알아는 보겠는가?"
지크라엘의 물음에도 자이로스에게서는 어떠한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저번 클루드가 갑작스레 빛으로 산화해 모습을 감추고 나서부터 이러했다. 브룬과 케이건이란 자 역시 똑같이 멍한 얼굴로 마치 동력이 다 한 골렘처럼 힘없이 축 처진 어깨로 멍하니 눈만 뜨고 있는 모습이 마치 산송장 같았다. 그는 이곳에 갇혀 있기 전부터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으니 이내 지크라엘이 인상을 썼다.
"클루드라는 자가 사라지고 나서 완전히 빈 껍데기가 되어 버렸네 재상."
"..그런 것 같소 지크문드.. 어떻게 방법이 없겠소?"
이내 지크문드가 브룬과 케이건을 한차례 훑어 보았으나 이내 고개를 젓고는 맨 끝 방에 위치한 스완의 방으로 향했다. 그럼에 자리에 우두커니 앉아 있던 스완의 얼굴이 보였고 이내 스완의 눈동자가 지크문드로 향하자 지크라엘이 조금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이 자는... 움직이는 것 같소?"
"그렇소.. 이자라면, 얘기가 통할지도 모르겠네 재상."
지크문드가 이내 눈짓으로 스완을 가리키자 지크라엘이 천천히 스완의 앞에 섰다.
"메세츠데 녀석들 사이에 엘프가 있다는 것이 놀랍네 지크문드."
"무슨 이유가 있어 엘프이면서도 악마를 따랐던 것이겠지 않겠나? 물론 직접 말하지 않은 이상 그 자세한 내막은 누구도 모를 테지만 말일세."
이내 지크라엘이 고개를 끄덕이며 스완을 바라봤다. 동시에 스완의 흙빛이 가득한 눈동자가 지크라엘에게 닿았다.
"엘프라고 들었는데. 그것도 하이엘프라지? 왜 하이엘프가 악마들과 함께 있는가? 엘프들은 보통 악마들과 척을 지고 사는 종족 아닌가?"
"말해줄 이유는 내게 없소.."
지크라엘의 질문에도 스완은 그저 모르쇠로 대답하며 지크라엘의 시선을 피했다. 그럼에 지크라엘이 지크문드를 바라보자 지크문드가 씁쓸하게 웃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뭐 주워듣기로는 자네의 소중한 사람들이 클루드에게 잡혀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솔직히 하이엘프가 되는 자가 악마와 손을 잡는 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더군,"
".."
지크문드의 말에 스완의 시선이 다시 지크문드에게 향했다.
"들어본 바로는 자네가 푸른 바다의 일족이라지? 그 일족을 지키는 하이엘프... 자네에 대해 꽤 여러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네 자네도 봤을 거야 안느란테라는 이름을 가진 엘프, 그리고 마리에테라는 자에게도 들었고 카시오라는 그 어린 마계인에게도 들었지 흠.. 그들에게 들어본 바로는 하나 공통점이 있다네 자네 같은 엘프는 절대 악에 물들지 않을 사람이란 것과 분명 일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거라고 말이야. 그러니..
말을 해주겠나? 하이엘프였던 자가 왜 흑마법사의 수족이 되었는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악마와 손을 잡았는지 말이야? 정말 그들의 말이 맞는가? 자네의 소중한 사람.. 그래 그대의 일족이 클루드에 볼모가 되어 잡혀 있는 것인가? 말해주게, 우린 자네를 도와주고 싶네!"
".."
지크문드의 말에도 스완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도 지크문드는 집요게 스완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자네를 도와주고 싶네 거짓이 아니야! 정녕 내가 한 말이 맞다면 말이지. 그러니 우리에게 메세츠데의 정보를 가르쳐주게. 지금 벨리알을 잡을 절호의 기회일세! 자네는 본성은 공명정대한 엘프라 하지 않았던가? 부탁일세!"
".."
지크문드의 말에 스완의 눈이 잠시 파문이 일었으나 금세 흙빛으로 물들며 시선을 돌렸다.
" 부탁일세! 그들을 도와선 안 되네 그는 악마야! 그리고 자네는 절대 그들과 함께 어울릴 수 없는 존재이지 않은가? 그러니 부디 부탁하네 스완!"
지크문드가 답답한 마음에 조금은 언성을 높여 말했다. 그럼에 스완의 돌아간 시선이 차츰 지크문드를 훑어 지나가며 이내 그 무거운 입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 클루드.. 그가 가지고 있는 스태프에는 우리 일족의 영혼이 들어있소."
"스태프?"
"그렇소, 아귀의 스태프라고 하지.. 그 스태프는 우리 일족의 영혼을 삼켜 만든 스태프요 그리고 난 클루드가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면 그 스태프에 갇혀있는 일족들의 영혼을 해방시켜주겠다는 약속을 했네."
"그랬군... 역시 그랬어! 자네 같은 하이엘프가 악마를 따를 일이 없다 생각했네! 결국, 그 일 때문에 자네 일족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었어!"
지크문드가 지크라엘을 보며 말하자 지크라엘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브루클린의 협곡에서 들었던 그 불쾌한 스태프의 힘이 떠올랐다. 그저 높이 들어 올려 조금의 힘만을 끌어낸 것만으로도 귀를 찢어발기는 듯한 귀곡성이 울려 퍼지던 스태프의 힘은 절로 두려움을 일게 했고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힘이었다.
그러한 스태프 안에 엘프들의 영혼이 갇혀 있다는 것이 참으로 씁쓸하게 느껴지며 이내 스완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하면 그 영혼을 되찾아 올 수 있겠는가? 그 영혼을 빼낸다 해도. 자네의 일족이 모두 예전처럼 살아 돌아올 수는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