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338화 (338/412)

【338회. 12개의 신물】

지크문드의 말에 스완이 인상을 쓰며 고개를 저었다.

"육체는 제물이 되었소, 오직 남은 건 일족의 영혼뿐이지. 난 그들에게 평온한 안식을 줘야만 하오. 그들을 지키는 하이엘프로서 내가 해야만 한 일이오 그리고 나 역시 그들과 함께 죽을 것이오.. 그것을 도와줄 수 있겠소?"

"어떻게 도우면 되겠나?"

"그를 죽이고 아귀의 스태프를 부수면 되오 간단하지만, 나로서는 절대 무리인 방법이지.아니 어느 누가 가능한 방법이겠소? 그 스태프의 주인이 벨리알인 것을.."

스완이 착잡한 심정으로 대답하자 지크라엘이 대답했다.

"그러기 위해 지금 당장 신물의 주인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네 이내 곧 라우엘님을 깨울 테지.. 그렇다면 자네가 원하는 바도 이룰 수 있을 거라네. 자넨 우리와 원하는 게 같네. 그러니 부탁함세, 우리도 메세츠데의 정보를 가르쳐주게. 무엇이든지 상관없네. 아주 작은 정보라도 괜찮네! 우리 연합군이 신물의 주인에게 길이 되어 줄 걸세... 그 일에 자네의 힘이 꼭 필요해!"

"..."

다시 스완이 입을 닫았다. 이내 몇 분이 흐르고 무언가 고민에 빠진 듯했으나 그는 그 무거운 입을 열 생각이 없는지 오랜 시간 말이 없자 지크문드가 짙은 아쉬움이 섞인 한숨을 내쉬며 지크라엘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포기를 하려는 듯하며 이내 지크문드가 몸을 일으켜 뒤로 돌아서려 할 때였다.

"그대들이.. 원하는 정보가 무엇이오.."

☆ ☆ ☆

브루클린 저택의 임시로 만든 회의실이었다. 그 안에는 데미아스를 비롯해 여섯의 추기경들과 지크문드 그리고 지크라엘이 자리하고 있었고 요르문 간드에선 라그나르 대신 부족장인 루드위그가 자리하고 있었다.

"미안하게 됐소.. 모두 다 알다시피 족장이 신물의 주인인지라. 마리에테라는 엘프와 함께 어디론가 훌쩍 떠났다오! 그래서 내가 대신 왔소!"

나이가 조금은 들어 보이지만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는지 우락부락한 근육을 자랑하는 루드위그가 그의 모습답게 호탕하게 웃어 보이며 살짝 고개를 숙여 대답하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을 이해 못 해줄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괜찮습니다. 요르문 간드의 전사들이여 이렇게 저희를 잊지 않고 도와주시러 온 것만 해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구려! 허헛!"

"그나저나 어떻게 되었는가? 정보를 좀 얻을 수 있었는가?"

루드위그와 지크라엘의 대화에 잠자코 듣고 있던 추기경 조셉이 다급히 본론으로 넘어가며 물었다. 그러자 지크라엘이 잠시 목을 가다듬고 모두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사로잡은 그들의 수뇌에게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들은 지금 현재 남하한 병사들만큼의 수가 메세츠데에 남아 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그, 사람 같지도 않은 자들이 순순히 불었다는 것이오? 조금은 믿기가 힘듭니다? 허헛."

지크라엘의 말에 루드위그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묻자 이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영혼을 잃고 빈 껍데기만 남은 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자도 한 분 있었습니다. 그는 엘프였지요."

"엘프? 허! 엘프가 악마와 손을 잡았단 말이오? 말세로군 말세야.. 아니지? 애초에 말세가 맡긴 하군!""

지크라엘의 말에 루드위그 다시 한번 호들갑을 떨며 대답하자 지크라엘이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사정이 있었다고, 그는 자신의 일족을 볼모로 잡혀 어쩔 수 없이 클루드의 명을 따라야만 했던 자였네."

"거짓말일 수도 있지 않겠소?"

여전히 의심이 남았는지 루드위그가 인상을 굳히며 묻자 옆에 있던 데미아스가 루드위그의 말을 거들었다.

"보통 엘프들은 거짓을 말하지 못한다고 하네 만... 클루드 와 같이 있던 자이기도 하니 나도 조금은 의심스럽소. 재상"

"자네도 그렇게 느끼는가? 하지만 저희는 방도가 없네.. 정보가 너무 부족해.. 이제는 모아니면 도일세. 그렇기에 만약 거짓이라 할지라도 조금에 단서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네. 솔직히 말해 그게 거짓인지 아닌지는 확실하게 판단이 서지 못해, 그래서 지금 모두의 앞에 그를 들여보내려 하네. 다른 분들은 괜찮겠습니까?"

지크라엘이 모두를 보며 정중하게 묻자 잠시 웅성이던 회의실이 금세 잠잠해지며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그럼에 문 앞을 지키고 있는 병사에게 소리쳤다.

"좋습니다. 직접 그에게 듣고 모두가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겠지요, 그 자를 들여보내 주게."

지크라엘의 명령에 나무로 된 문이 자그마한 소음이 일며 열리기 시작했다. 그럼에 모두의 시선이 문으로 향했고 문 앞에는 다 해져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흑의를 입은 스완이 천천히 걸음을 옮겨 들어오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마나 구속구 장착되어 만의 하나라도 불상사가 있을까 하는 사전의 대비를 하는 모습이 보이자. 모두의 표정에 조금은 안심이 자리잡았다.

"이자가 제가 들은 정보를 준 메세츠데의 수뇌부였던 스완이란 하이엘프입니다."

"하, 하이엘프? 그냥 엘프도 아니고 그 고귀한 하이엘프 말이오?! 그런 자가 왜? 악마와 손을 잡았는가? 정말 도통 모르겠군!"

루드위그가 꽤나 놀란 표정으로 물었으나 스완은 말없이 청중을 훑어 봤다. 그러한 모습에 루드위그가 조금은 답답했는지 인상을 쓰며 무어라 다그치듯 말하려 할 때였다.

"그 사정까지 얘기해야만 하오?"

지크라엘과 지크문드를 보며 스완이 묻자 지크라엘이 난감한 표정으로 루드위그를 향해 말했다.

"내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루드위그. 조금 전에, 그도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했네 물론 용서 받기는 힘들지만 말일세."

"하, 하지만.. 하이엘프가.. 거 엘프 친구 너무 불쾌하게 생각하지 말게, 내가 그만큼 엘프들을 고귀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네,"

"호? 자네처럼 근육밖에 모를 것 같은 사람이 엘프들은 그래도 고귀하게 생각은 하는가?"

그럼에 조셉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루드위그에게 묻자 루드위그가 괜스레 쑥스러워하며 대답했다.

"그, 그저 그냥 신기하잖소? 그 숲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말이오."

"허허.. 별게 다 신기하오? 사자도에도 그런 인간들이 있소 언제 한 번 들려 보시오 큭큭."

"흠흠.. 일단 들어보는 게 어떻겠소 저자의 말을."

이내 얼굴을 붉힌 루드위그가 급히 말 길을 돌리며 말하자 장난기 가득한 표정의 조셉이 무어라 하려 했으나 조용히 있던 수잔이 조셉을 향해 쌍심지를 키며 제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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