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회. 12개의 신물】
"자이로스는 다른 꼭두각시와는 다르게 좀 특별하게 만들어졌소. 애초에 신물로 인해 죽었던 몸을 강제적으로 재구성해 데스나이트로 만들었기 때문이오, 그렇기에 그는 다른 꼭두각시들과는 다르게 영혼이 있어 자아를 가지고 있었지."
"그럼 그가 지금은 왜 멍하니 다른 꼭두각시와 다를 바 없이 있는 건가?"
"데스나이트는 보통 데스나이트로 만든 자의 마나를 먹고 살고 있소, 주인에게 몸과 영혼을 유지시킬 힘을 받아 움직이는 것이란 소리요. 그러나 그가 지금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데스나이트로 만든 시전자 즉 클루드의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오."
"그랬군... 그렇기에 지금이 메세츠데로 가기에 적당한 시기라 한 것이란 말이었군?"
데미아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묻자 스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 가지만 더 물읍시다! 그 클루드라는 자는 도대체 얼마나 강한 것이오?"
루드위그는 아직 클루드의 진정한 힘을 제대로 견식 하지 못해 궁금증이 일었는지 물었다. 그럼에 그의 힘을 목격한 이들의 표정이 한없이 굳어졌다. 동시에 그들의 마음속에 조그마한 두려움이 피어올랐다. 그만큼 클루드의 능력은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막을 방도가 없을 정도로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나도 그의 진정한 힘을 제대로 본 적은 없소, 아직 불안전했기 때문이지.. 아무튼, 확실한 건 그 불안전한 힘으로도 이곳 내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은 깡그리 몰살 시킬수 있다는 것이오 이것 하나는 확신하오."
".. 허허.. 그게 정말인가? 그가 그렇게나 강하단 말이야? "
여전히 믿기 힘들다는 듯이 루드위그가 묻자. 데미아스가 루드위그를 보며 대답했다.
"내가 증명할 수 있다네... 그의 힘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다네.."
"흠.."
요르문 간드에서도 유명하며 검성이라 불리는 데미아스의 말에 루드위그가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도대체 그가 어떻길래 이리도 두려워하는지 여전히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그 잘난 검성이란 자도 저리 침울하고 두려움을 보인다는 것에 이내 고개를 끄덕여야만 했다. 그러면서도 천성 전사의 몸인지라 호승심이 일고 궁금함이 이는건 어쩔 수가 없나보다. 루드위그의 표정은 여전히 기대감으로 가득차 있었으니 말이다.
"너무 걱정 말게, 그렇기 때문에 자네의 대족장과 우리의 성녀가 함께 있지 않은가?"
추기경 수잔의 말마따나 루드위그가 지금 이곳에 라그나르를 대신해서 오게 된 이유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럼에 잠시 벨리알을 목격했던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그럼 그들은 이제 어디로 가는 것이오?"
"아스란 가에 있네 그곳에 모든 신물이 모여 있으니 말이야. 그곳에서 어디로 갈지는 아직 연락받은 바가 없네. 뭐 곧 연락을 주지 않겠는가?"
수잔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 모인 이들 역시 그들의 다음 행선지가 어디인지 꽤나 궁금했는듯했다.
"클루드나 벨리알이나 그들은 신물의 주인들에게 맡기지요, 우리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하는게 좋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클루드란 자의 시야를 돌리고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해줘야겠지요."
데미아스가 좌중을 돌아보며 묻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데미아스의 말에 동의한다오. 이렇게 기다리며 클루드가 다시 기세를 회복하는 걸 지켜볼 바에 스완의 말대로 지금이 가장 승기가 높은 적기가 아닐까 싶네! 만약 시간을 끌었다가 클루드가 다시 마계인들을 소환해 자기의 수하로 둔다면? 다시 그들이 전열을 정비하고 체계를 확립시킨다면. 우리의 승률은 더욱 떨어질 게 분명하네 그러니 지금 우리들이 신물의 주인들을 도와주는 방법으론 메세츠데를 공격해 그들의 시선을 끌게 해 신물의 주인들에게 시간적 여유를 줄 수 있게 해야 한다 생각하네. 그리고 그들이 모든 걸 끝내고 곧장 클루드에게 향할 수 있게 길을 만들어줘야겠지. "
"그렇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지크문드의 말에 추기경 조셉까지 거들며 동의했다. 이내 다른 이들도 한둘씩 동의를 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지크라엘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좋습니다. 모두가 동의한 것으로 알고 병사들을 정비시키도록 하지요."
"좋소! 나도 어서 제대로 싸워보고 싶소!"
뒤이어 루드위그가 그 우락부락한 근육을 꿈틀 거리며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 ☆ ☆
"정비는 끝났네, 병사들은 푹 쉬었고 이제 출진만을 기다리고 있어."
지크라엘의 앞에 선 데미아스가 말을 하자 지크라엘이 서서히 고개를 끄덕이며 결의에 찬 눈으로 데미아스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라그나르의 대신 온 루드위그가 자신의 몸만큼이나 커다란 말에 올라타며 자신의 전사들을 한차례 훑어보고는 지크라엘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추기경들도 각자의 말을 타고 지크라엘의 옆으로 다가와 모든 준비가 끝났음을 말해주자 지크라엘이 천천히 황금빛이 가득한 투구를 착용했다.
전 황제 제이서스가 착용했던 투구였다. 제이서스가 죽고 오랜 시간 잠들어있던 그 투구가 이내 기나긴 어둠에서 빛을 발하며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데미아스나 지크문드도 마치 황제가 살아 돌아온 것만 같은 기분을 받아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절로 그려졌다.
"그럼...이제 슬슬 연합군을 출정시키게나."
"알겠네.. 재상.. 아니 총사령관."
데미아스가 살짝 고개를 숙여 호칭을 변경해 부르자 지크라엘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자신이 아닌 황제의 갑옷과 투구를 착용한 지크라엘이 총사령관이었기에 다른 연합군의 수장들도 지크라엘을 보며 연합군의 수장을 맡는 것에 불만이 없어 보였다.
"전군!!! 출정하라!"
데미아스가 소리쳤다. 그럼에 병사들이 바를 구르기 시작했고 꼬리를 문 긴 행렬의 병사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얼굴에는 이길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 결의로 가득해 보였고 패기가 하늘 끝에 닿아 있었다.
"성문을 열어라!"
다시금 들려오는 데미아스의 목소리를 뒤로 거대한 성문이 열리며 마치 역전의 용사들처럼 병사들이 메세츠데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계속해서 힘있게 발을 굴렀다.
그러자 브루클린 영지를 물론 양옆에 자리한 산에 살고 있는 동물들이 놀란 얼굴로 긴 행렬의 병사들을 바라보았고 숲 속에 몸을 숨기던 새들도 깜짝 놀라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동시에 요르문 간드의 호기로운 뿔피리 소리가 출정을 알리는 듯 영지를 크게 울렸으며 병사들이 성문을 나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 나라의 연합군이 마지막 전투를 위해 메세츠데로 향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