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341화 (341/412)

【341회. 12개의 신물】

한편 신물을 가지고 마흐무드로 이동하고 있는 일행들의 마차였다. 총 3대의 마차를 나눠 타며 마차는 아무런 방해 없이 순탄하게 마흐무드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차츰 저무는 태양에 말들은 단내가 날 정도로 지쳐 결국 세 대의 마차가 멈추게 되었다.

아무래도 잠시 쉬어가야 할 듯이 마부들은 지친 말들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고 결국 마리에테에게 야영을 해야겠다고 말하자 다급한 마음도 잠시 말에게 휴식을 줄 겸 야영지를 펼치기로 했다.

그렇게 각자의 일거리를 도맡아 야영 준비를 끝내고 난 뒤였다. 저만치 루크가 홀로 저무는 태양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후.."

루크의 한숨이 깊어져만 갔다. 저무는 태양을 보니 괜스레 루시에 모습이 아른거려 마음을 심난하게 만들었다. 그럼에 한숨이 끊임이 없자 뒤편에 자신의 잠 자리를 정리한 에이리스가 조심스럽게 다가오며 루크에게 물었다.

"괜찮니?"

에이리스의 물음에 루크가 씁쓸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괜찮아요.. 그나저나 쉬지 않고 왜?"

"나? 호호! 난 괜찮아. 마차를 타고 이동하는 게 아무래도 익숙해졌나 봐!"

"그러세요?"

"응.. 그나저나 루시 생각하니?"

에이리스가 조심스럽게 루크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말을 꺼내기가 조금은 부담스러웠나 보다. 그럼에 루크는 나름 자신의 감정을 숨기며 멋쩍게 웃어 보이고는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에이리스가 두툼한 옷을 천천히 여미며 루크의 옆에 앉아 말을 이었다.

" 너무 걱정하지마렴, 꼭 루시를 되찾아 올 수 있을 거야. 그는 강한 여인이잖니?"

"그렇죠... 저보다 더 강한 분이지요.. 하지만 계속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하하.."

루크가 씁쓸한 표정으로 이내 숨기려던 표정을 더는 감추지 못하고 멋쩍게 웃으며 대답하자. 그럼에 에이리스의 얼굴에 자그마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러고는 길게 한숨을 토해내자 하얀 김이 에이리스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많이 춥네,"

"그러게요..."

"루크."

'네?"

에이리스가 나지막이 루크를 부르자 루크가 에이리스를 바라봤다.

"이 추운 겨울도 언제고 지나갈 거야. 그리고 봄이 오고 새로운 싹이 자라겠지?"

"그렇죠..그런데 그건 왜?"

에이리스의 말에 무슨 뜻인지 몰라 루크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지금 루크에겐 긴 겨울이 온거라 생각해. 그리고 그 겨울은 이제 끝을 향해 달리고 있어... 그러니 조금만 더 힘내보도록 해.. 우리의 돌아갈 곳은 매일 찬 바람이 부는 곳이 아니잖니?"

"....아.."

이내 루크의 시선이 에이리스에게 닿았다. 뒤이어 고개를 돌리자 다른 이들의 얼굴을 바라봤다. 근래 웃음을 본 것이 얼마나 지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럼에 에이리스의 웃음이 왠지 모르게 힘이 되어주자. 루크의 얼굴에도 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뒤이어 야영 준비가 끝났는지 다른 이들이 루크 옆에 다가와 털썩 주저앉아 모두 아무 말 없이 저무는 석양을 지긋이 바라봤다. 각자 각자의 고민이 있을테니 말이다. 그렇게 잠깐의 정적 속에 익숙한 목소리가 루크에 귓가에 닿았다.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도 못했는데 반가워요 루크님."

루크의 시선이 절로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향하자 그 앞에는 평소와는 다르게 화려한 사제복을 입은 크리스티나가 보였다. 저택에서 봤을 때는 조금 파리한 안색에 많이 야위어 보였는데 그래도 많이 회복되었는지 추운 날씨에 살짝 얼굴이 불그스름한 것만 빼면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예, 크리스티나님도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그럼요!"

뒤이어 마리에테도 다가오며 크리스티나의 옆에 섰다. 동시에 마리에테의 시선이 다른 이들을 훑어보다 다시 루크에게 닿자 마리에테가 조금은 상기된 얼굴로 물었다.

"호홋! 루크님은 인기가 참 많으신 분이군요? 혹시 이것도 라우엘님의 힘 때문일까요? 호호!"

마리에테의 말에 루크가 자신의 양옆에 있는 여인들을 힐끔 바라보자 멋쩍어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런 루크의 모습에 재밌는지 마리에테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웃어 보였다.

"라우엘님이 아주 예전에는 인연과 행복을 담당하는 신이기도 했으니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하.. 하하..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저도 라우엘님을 보게 된다면 꼭 감사하다고 해야겠어요."

마리에테의 농이 섞인 말에 루크도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에 말을 내보이자 마리에테가 조금은 놀란 표정을 짓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빠르게 인정하시네요?"

"이런 분들을 만나는게 그저 보통의 운만으론 부족하니까요."

"호호 그렇지요."

루크가 모두를 보며 말하자 다른 여인들의 얼굴이 금세 붉어진다. 그럼에 마리에테가 계속해서 미소를 지어 보이다 이내 얼굴을 붉히면서도 헤벌레하고 있는 안느란테에게 닿았다. 그러자 더욱 장난기가 짙어졌다.

"그나저나 이곳에서 저희 일족을 만나는 것도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바빠서 제대로 인사도 드리지 못했는데 말이지요."

마리에테가 직접 적으로 안느란테에게 말하자 안느란테가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키고는 대답했다.

"바,반갑습니다. 푸른 달빛의 숲 속 일족 안느란테 에스카시요가 하이엘프인 마리에테 아르메아스 레예린님을 뵙습니다."

다급히 몸을 숙여 보이며 정중하게 인사를 나누는 안느란테의 모습에 모두가 그런 안느란테의 모습을 처음 봤는지 꽤나 놀란 얼굴을 보였다. 그럼에 마리에테도 살짝 무릎을 굽혀 인사를 받아내고는 다시 루크와 안느란테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저도 반가워요 안느란테, 그나저나 의외군요! 엘프가 인간을 사랑하고 있다라.. 그만큼 이분이 매력적인가 보죠?"

마리에테의 가는 눈빛이 이내 루크에게 닿자 루크가 얼굴을 붉히며 쑥스러움에 웃어 보였다. 그러자 안느란테가 인상을 쓰며 조심스럽게 루크의 팔을 잡아 자신에 품에 끌어당겼다.

"호오~ 질투? 그러니 더 그대가 궁금한데요? 어때요 전? 호홋!"

장난기가 일었는지 마리에테가 안느란테의 눈치를 보며 루크에게 나지막이 말하자 안느란테의 표정이 조금 더 굳어졌다. 그럼에 마리에테가 또 다시 풋 하고 웃어 보이고는 재밌다는 듯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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