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347화 (347/412)

【347회. 여신 라우엘】

"저 아이를 내게 준다면 그냥 넘어가 줄 수도 있는데 말이야? 어때? 호홋!"

"그럴 순 없다는 거 잘 알지 않아?"

터무니 없는 메드니스의 제안에 레이니가 콧방귀를 뀌더니 이내 서슬 퍼런 예기를 뿜어내는 레오니르를 빼 들며 소리쳤다. 그럼에 다른 이들도 레이니 옆에 자리했고 그들의 눈엔 진득한 살기가 흘러나와 메드니스에게 쏘아지자 메드니스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다시 마리에테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네 진심이 뭐야?"

"진심?"

도저히 메드니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듯 잔뜩 인상을 쓰며 되묻자 메드니스는 그런 마리에테의 모습이 재밌다며 키득거렸다.

"도대체 원하는 게 뭐냐는 말이야!. 우릴 방해하러 온 거야? 아니면 다른 진짜 뜻이 있어서 온 거야?"

"글쎄?... 흐음~"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잠시 딴청을 부린 메드니스가 다시 마리에테를 바라보았고 이내 나름 진중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순간 마리에테는 그녀가 이렇게도 진중한 표정도 지을 줄 아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자신 역시 조금은 진중한 표정이 되어가자 그녀가 차츰 입을 열었다.

"좋아! 내 진심을 말할게! 마리에테 네가 날 도와줘. 그렇다면 나도 오늘은 여기서 물러나도록 할게!"

"흥! 당신이 뭐라고? 우리에게는 신물의 주인들이 있어. 당신 따위 무섭지 않아!"

메드니스의 말에 안느란테가 소리치자 항상 웃는 낯이 아닌 차갑고도 냉랭한 메드니스의 시선이 안느란테에 닿았다. 그럼에 안느란테가 흠칫 놀라 루크의 뒤로 몸을 숨기자 메드니스가 이내 깔깔거리며 비웃었다.

"그렇긴 하지 너희에겐 신물이 있어.. 하지만 나에게도 너희에게 솔깃할 만한 무기가 있어. 손해는 아닐 거야."

"우리에게 왜 이런 제안을 하는 거죠?"

뒤이어 루크가 여전히 의심스런 눈초리로 묻자 메드니스가 진중한 얼굴로 대답했다.

"난 더이상 벨리알을 믿지 못해. 그 역시 자신의 힘을 위해 날 죽일 게 분명하거든 "

"그가.. 왜? 넌 그에 오른팔이 아니었나?"

"오른팔? 헛소리! 벨리알은 오직 지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적인 괴물이야. 그에게 나를 비롯해 그 누구도 한낱 소모품일 뿐이라고."

".."

메드니스가 잔뜩 언성을 높이며 대답하자 이내 잠시 거칠어진 감정을 자제하려 했다. 그럼에 마리에테가 물었다.

"그렇다면 네가 말한 그 솔깃할 만한 무기는 뭐야?"

"오~ 조금은 관심이 가나 봐?"

메드니스의 말에 마리에테가 표정을 찌푸리자 그녀가 다시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키득거리며 대답했다.

"뭐~ 못 보여줄 건 없지 이 무기라면 벨리알에게 충분히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무기지.. 아마 너희가 부르려는 라우엘도 이 무기가 있다면 좀 더 쉽게 벨리알을 상대할 수 있을걸?."

"보여 봐."

마리에테가 여전히 메드니스를 믿지 못하는 듯 의아한 얼굴로 묻자 메드니스가 품속에 하나의 단검을 꺼내 보였다.

"마리에테 너라면 이 무기를 알 텐데?"

마리에테가 꺼내 보인 무기는 다름 아닌 붉은빛으로 빛나고 있는 단검이었다. 그 단검은 그저 그녀의 품속에 꺼내진 것만으로 오한이 찾아올 정도로 섬뜩한 기운을 품고 있어 절로 불쾌감을 들게 했다. 이내 마리에테의 얼굴이 놀란 토끼 눈을 하며 중얼거렸다.

"신을 죽인 창..."

"창이야? 아무리 봐도 난 단검으로 보이는데?"

메드니스가 손에 들린 단검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묻자 마리에테가 넋을 잃은 듯한 눈으로 단검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고대에 인간들이 신에게 맞서 싸울 때 만들어진 창이야.. 여러 신들의 피가 담긴 창이지... 하지만 태초의 신에 의해 그 견고한 창대는 부러지고 이 세상 어딘가에 날붙이만이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해졌는데.. 어째서... 그 섬뜩한 물건이 당신에게 있는 거죠?"

마리에테의 말에 메드니스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이건 내깨 아니야. 클루드가 가지고 있던 거지. 루시라는 신의 몸을 찾기 위해 잠시 나에게 맡긴 거야."

"그랬군... 흑마법사들은 그 검으로 루시의 봉인을 풀은 것이었어! 내말이 맞아?"

"나야 모르지. 아무튼, 어때? 이 무기라면 날 도와줄 수 있을 정도에 가치가 있지 않아?"

메드니스가 다시 단검을 품속에 집어넣고는 묻자 마리에테가 혼자 결정을 할 수 없어 다른 이들을 바라봤다. 그러자 조용히 바라만 보고 있던 라그나르가 먼저 대답했다.

"일단 저 마계인보다 벨리알을 상대하는 게 더 중요하니 그 부탁이 도를 넘는 거만 아니면 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네."

"호~ 저 오빠 말 잘하네~"

라그나르의 말에 마리에테가 손뼉을 치며 그의 말을 거들었다. 그럼에 라그나르가 불쾌하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리자 메드니스가 급히 시선을 돌리며 딴청을 부렸다.

"저도.. 그러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뒤이어 크리스티나도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지만, 라그나르의 말에 동의를 하며 대답했고 뒤를 이어 루크와 다른 이들도 동의하자 마리에테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이내 메드니스에게 소리쳤다.

"좋아. 네가 원하는 게 뭐야? 터무니 없는 거라면 말조차 꺼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걱정하지 마 그렇게까지 터무니없지는 않으니. 궁금하지? 킥킥 마리에테 내가 필요한 건 바로 자유야."

"자유?"

"그래.. 난 언제나 바람과도 같아, 하지만 벨리알 때문에 그 자유를 잃어버렸지.. 그리고 너 때문이기도 하고."

"어떻게 자유를 달라는 거지?"

"너희들이 만약 벨리알을 죽인다면 더이상 날 쫓지 말아줘 마리에테! 그렇다면 나도 더이상 널 상관하지 않겠어. 어때? 내 제안이"

메드니스의 말에 마리에테가 눈살을 찌푸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