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9회. 여신 라우엘】
지크문드가 소리치자 그를 따라 연이어 데미아스가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활을 쏘려 한다!! 모두 방패를 들어라!"
그 모습을 가장 먼저 확인한 데미아스와 지크문드가 동시에 소리쳤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앙상한 나무 숲 사이로 바람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화살들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습격이다!!"
검으로 화살을 쳐내며 데미아스가 다급히 소리쳤다. 그럼에 지크라엘과 루드위그도 당황하지 않고 각자의 무기를 빼 들며 날아오는 화살을 쳐내며 소리쳤고 이내 놀란 말들이 투레질하는 소리가 숲을 울렸다.
"사제들과 추기경님이 탄 마차를 지키며 원형 진을 세워라! 궁수들은 방패 병 뒤에 몸을 숨겨 받아쳐라!"
지크라엘이 모두에게 소리치자 모두가 지크라엘의 말을 제창을 하고는 이내 사무엘과 나서스를 필두로 곧장 사제들을 중심에 둥그런 원형의 벽을 만들었고 이내 몸을 가리고도 남을 커다란 방패를 들어 인간으로 만들어진 방벽을 만들었다. 동시에 방패 병들 사이에 자리한 궁수들이 활의 시위를 메기며 빠르게 반격을 가했다.
아무래도 이러한 훈련도 사전에 받았었는지 그들의 움직임은 너무나 간결하면서도 빨랐고 정확해 다행히도 기습적인 습격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버텨라! 버텨야 해! 방패 병들은 절대 화살이 진 안으로 들어오게 해선 안 돼! 적들의 화살에도 한계가 있다. 그러니 더 견고하게 버텨라!"
데미아스와 지크문드가 소리쳤다.그럼에 그들의 말대로 점차 화살의 숫자가 줄어든다.
그렇게 한동안 이어진 화살 비가 어느샌가 완전하게 잦아들었다. 아무래도 데미아스와 지크문드의 말대로 화살을 다 소모한 것이리라.
그렇게 잠시 주춤한 몇십만의 연합군은 서서히 그쳐가는 화살 비를 견뎌내며 적들이 달려올 것에 대비해 기다렸다. 각자의 무기를 꼬나쥐며 온통 나무로 가득한 사위를 숨까지 죽여 바라보았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적들은 화살 비만 쏟다 돌아가 버린 듯 숲 속에는 정적만이 가득했다.
그럼에 병사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전해졌고 혼란에 빠진 듯했다.
"또... 이 전법이군! 치고 빠지다니 야비한 녀석들이야."
지크문드가 인상을 쓰며 대답했다. 동시에 윈랜드에서의 기억이 떠올랐다. 적은 숫자로 최대한 이득을 보며 방어에 대비를 하는 자들의 진을 빼게 하는 방법이었다. 메세츠데의 진형에서 자주 사용하던 그 습격은 고작 화살을 소모할 뿐이었지만 길이 좋지 않고 제대로 된 지형을 알지 못하는 연합군에게는 참으로 신경 쓰이는 전법이었다. 그러면서도 다시 한번 벨리알이 힘을 잃었다 해도 메세츠데 적들을 얕보아선 안 된다는 경각심을 들게 했다.
아무래도 메세츠데의 도착하기 전 연합군들을 지치게 할 속셈이 분명했다.
"어서 이곳에서 벗어난다! 부상자들은 서로서로 도와 빠르게 벗어난다!"
뒤이어 잠잠해진 숲을 여전히 경계가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며 지크라엘이 소리치자. 병사들이 부상자들을 급히 이끌고 급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사위를 경계하는 것이 꽤나 고단해 보였고 금세 지친 모습을 보였다.
"젠장 이놈의 눈만 없었다면!"
그렇게 얼마나 더 걸었을까? 점차 깊어지는 쌓인 눈과 강해지는 눈발에 루드위그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며 투덜거렸다. 아무래도 이 지랄 맞은 날씨는 연합군을 쉽사리 이 숲에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는 속셈인 것 같았다.
"젠장! 해가 다 지겠어.."
뒤이어 마차에 타고 있던 추기경 조셉까지 몸을 벌벌 떨며 궁시렁거리자 수잔이 잔뜩 인상을 구기며 대답했다.
"큰일이군.. 해가 저물어 가네 아무래도 숲은 더욱 빨리 어둠이 찾아올 거야. 오늘 밤은 결국 이곳에서 보내야겠어..쯧쯧"
아무래도 오늘 밤은 이 숲에서 보내야 할 것 같다는 수잔이 혀를 차고는 마차의 창문 사이로 고개를 내밀어 다른 병사들을 바라보며 걱정어린 시선을 보냈다. 그럼에 일반 병사들하며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사제들은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힘들어 하고 있었다.
"게다가 부상자들은 빠른 치료가 필요하지 이러다간 부상자들은 다 죽고 말테야.."
뒤이어 조셉이 대답하자 수잔이 걱정어린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연합군 내부에는 조금 전 습격으로 인해 부상자까지 있어 늦은 밤에 이 숲을 빠져나가기엔 무리일거라 생각했다.
그럼에 수잔의 시선이 데미아스에게 닿자 수잔의 무슨 말을 할지 예상한 데미아스가 곧장 지크라엘에게 향했다.
"지크라엘! 병사들이 많이 지쳐있네 조금 전 습격 때문에 부상자도 제때 치료가 필요해 게다가 이 밤에 이 정도의 눈발을 헤치고 더이상 앞으로 갈 수가 없네!. 지금 속도를 내 숲을 벗어난다 해도 다음 습격 때가 되면 부상자가 더 많아질 거야. 그럼 우린 더 속도가 늦춰질 테고!"
데미아스가 급히 지크라엘에게 일르자 지크라엘이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돌아봤다. 서서히 해가 져 짙은 땅거미가 내려앉아 있는 숲은 더욱 평지보다 더 어둑어둑해져 앞 뒤가 쉽게 분간이 가지 않았다. 자칫하다간 길을 잃어 같은 길을 뱅뱅 돌 위험도 있었다.
"차라리 나무들을 베어 평탄하게 만들고 야영지를 펼치는 게 좋을 것 같네. 이대로 갔다간 싸우기도 전에 병사들이 지쳐 죽던가 얼어 죽던게 둘 중 하나가 될 걸세."
"흐음.. 하지만 너무 위험하지 않은가 여기는? 또 습격이 오면 어쩌나?"
지크라엘이 인상을 쓰며 되묻자 데미아스가 주위를 훑어보고는 대답했다.
"그래도 몇몇 정찰대가 확인한 바로는 저 앞에 약간 둔덕이 진 곳이 있다네 그 위로 가면 그나마 주위가 잘 보인다고 하니 그곳에 나무들을 베어 야영지를 만드는 게 어떨까 싶네?"
데미아스의 말에 지크라엘이 길게 꼬리를 문 연합군을 보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몸을 잔뜩 움츠리며 벌벌 떨고 있었고 얼굴은 마치 시체같이 창백하다 못해 너무나 백짓장이 되어 있었다.
"... 알겠네 자네말대로 하는 게 좋겠네. 어서 그리로 가서. 야영지를 만들기로 합세!"
결국 지크라엘이 데미아스의 말에 동의를 하며 연합군을 이끌고 정찰대가 확인한 곳으로 향했다. 확실히 그곳에는 조금 높게 솟아오른 봉우리가 있었고 그 정상에는 조금은 평탄했으면 상대적으로 얇은 나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럼 과 동시에 조금 경사가 있어 주위를 살피기에도 용이해 충분히 지리적 요건으론 야영지를 펴기에 좋은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