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회. 여신 라우엘】
"자네 말대로 이곳에서 야영을 하도록 하지 병사들을 시켜 나무들을 베어내게! 그렇지! 먼저 초병부터 세우게! 야영지를 만들다 습격을 받으면 그만큼 곤란한 일이 없어!"
"알겠네."
지크라엘의 말에 데미아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병사들에게 다가가 임무를 할 당했다. 그러자 몇몇은 야영지에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아 빙글 두르는 형식으로 초병을 세웠고 몇몇은 나무들을 베어내기 시작하며 야영지를 펼치기 시작했다.
지크라엘은 그런 병사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 그 주위에 추기경들과 함께 각 연합군의 수장들이 모여들었다. 그럼에 지크문드가 모두를 보며 먼저 입을 열었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습격해 올 거네. 특히 그들의 지휘체계가 무너졌으니 더 집요하고 악독하게 우리의 힘을 줄이려고 안달이 나 있을 거야. 주변 정찰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함이 옳네!"
그럼에 루드위그와 지크라엘이 동시에 눈살을 찌푸렸다. 추기경들 역시 썩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조금 전 습격이 떠올라서 일 것이다.
"그들은 특히 이곳에 지리적 요건을 잘 알아.. 우리가 여기에 야영을 함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네 물론 그놈들이 습격을 해 올지는 모르겠으나 경계를 더욱 강화하는 게 좋겠네. 이제 무턱대고 행군의 속도를 높일 수는 없겠어 "
지크라엘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메세츠데 가는 길목이 험난할 것이라 생각은 했으나 그 생각보다 상상이상이었다. 특히 이 끊임 없이 불어오는 강풍과 추위가 한 몫 단단히 했는데 그 피해는 특히 보급품이 상대적으로 좋지 못한 일반 병사들과 함께 이렇게 추운 겨울을 한 번도 지낸 적이 없는 요르문 간드의 전사들이 크게 받고 있었다.
아무래도 생전 느껴보지 못한 강추위에 병사들의 체력은 급속도로 빠져나감은 물론 절로 움츠러드는 몸에 기습적인 공격을 받아도 굳어진 몸은 제대로 움직일리 만무했다. 게다가 동상으로 인한 피해도 무시할 수가 없었음은 물론 오늘 같은 습격이 있더라면 마음 편히 쉴 수도 없어 심신이 모두 지칠 것이 분명했다. 그럼에 지크라엘이 침을 성을 삼켰다.
"병사들은 어떻습니까?"
지크라엘이 다른 이들을 보며 묻자 데미아스가 한 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당연하게도 너무 지쳐있네 특히 이 지긋지긋한 눈 때문에 더 그렇지 아무래도 너무 강행군으로 달려와서 그런 것 같아 앞으로는 병사들을 위해서라도 행군의 속도를 조금은 줄여야 할 것 같아 대 휴식보단 소 휴식으로 조금씩 쉬면서 행군을 하는 게 더 편하고 빠를지도 모르겠네. 이대로 계속 강행군을 했다간 메세츠데에 도착하자마자 병사들은 퍼져 제힘을 못 낼 걸세."
"맞는 말이오. 특히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사제들은 더욱 그러합니다. 간신히 신성력을 이용해 힘을 북돋아 주긴 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지라.."
"우리 요르문 간드도 그렇습니다. 이런 눈은 생전 처음 보는 놈들이 대다수일 테니 아무래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지요!"
수잔이 자신의 허리를 두드리며 대답했고 뒤이어 루드위그가 대답했다. 그럼에 루드위그에 몸을 떨고 있던 라게르사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에 지크라엘이 간부들을 바라봤다.
특히 가장먼저 신경이 쓰이는 것은 이들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추기경들이었다. 그들은 벌써 십 년은 늙은 것처럼 힘들어했는데 아무래도 나이가 많은 조셉이나 수잔 역시 엄청난 실력자라 해도 나이 앞에선 장사가 없다는 말이 맞는 듯했다. 아무리 마차를 탄다고 해도 지치는 건 똑같아 보였다.
그럼에 지크라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휘관인이 이들의 얼굴에도 꽤나 지쳐있는데 병사들은 더 할 것임이 분명했기에 연합군의 수장으로서 지크라엘은 결정을 해야 했다.
"병사들이 어느 정도 쉬는게 적당하겠습니까?"
"적어도 하루는 푹 쉴 수 있게 해줘야 할 것 같네 지도로 보아 메세츠데는 이곳에서 2주 정도 거리면 도착할 것 같으니 하루쯤은 푹 쉬게 하는 게 어떻겠나?"
수잔과 같이 허리를 두드리던 조셉이 말했다. 그럼에 지크라엘이 다른 이들을 바라보자 루드위그를 비롯해 라게르사, 데미아스와 지크문드까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했다.
그러자 지크라엘이 잠시 고민을 하고는 나지막이 대답했다.
"아무래도 추위는 더 추워질 게 분명하고 앞으로 습격도 더 자주 있을 겁니다.. 그나마 이곳이 주변의 경계하기에도 좋고 하니 모두의 의견대로. 하루쯤 푹 쉬게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병사들에게 약간의 술과 충분한 고기를 나누도록 하지요."
"좋은 생각일세!"
"키야 이 추위에 술이라면 확실히 몸을 데울 수 있을 겁니다."
술과 고기의 얘기에 조셉과 루드위그가 신이 나서 좋아하자 지크라엘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대신, 적당량의 술입니다. 언제고 습격해 올지 모르니 병사들에게 방해물과 함정 설치를 더 견고하게 하라 일러야겠습니다."
"당연하지 않겠나! 하핫!"
지크라엘이 다급히 진중한 얼굴로 경고하며 말하자 조셉과 루드위그가 여전히 신이난 상태로 수긍했다. 그럼에 수잔과 라게르사가 하나가 되어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 보였다.
이내 오늘은 회의도 간결하게 끝이 나고 병사들에게 술과 고기를 나눠 조금은 쉴 수있게 했다.
그런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며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각자 야영지에서 잠이 들 시간이 되었다. 여느때보다 빠르게 해가 저문 이곳에 이제는 경계를 서는 초병들을 제외하고 침묵이 맴돌기 시작하자 그 모습을 몰래 훔쳐 보고 있던 한 인형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
그는 말없이 연합군의 야영지를 바라보다. 이내 초병들 중 몰래 술을 마시고 있는 곳을 발견하고는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동시에 그들이 술을 마시느라 신경을 쓰지 못하는 빈틈을 통해 연합군 야영지 안으로 쉽게 잠입했다.
그는 이내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주문을 외우자 서서히 흐릿해져는 몸은 완벽하게 어둠과 동화되었고 야영지 주변의 배치 되어 있는 초병들의 눈과 귀를 피해 더욱 깊숙히 야영지 안으로 들어섰다. 이내 그가 도착한 곳은 다른 천막보다 좀 더 큰 천막 앞이었다.
"여기에서.. 느껴져.."
나지막이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 검은 실루엣이 조심스럽게 막사 안으로 들어서고는 조용하게 입을 버금 거려 주문을 외우자 그의 몸에 곧 뿌연 안개가 흘러나와 완전히 몸을 감출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럼에 그의 눈에 천막 안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는 두 명의 사내를 볼 수 있었다.
"후우.."
짧게 심호흡을 하며 그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보인다. 그 손은 곧 누워 있는 사내 중 데미아스를 향해 가 있었다.
아무래도 이러한 일은 처음인지 꽤 긴장을 했다는 것이 티가 날 정도로 손에 자그마한 떨림이 보이자. 그가 다시 깊게 숨을 들이켰다. 동시에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숨기려 들며 올린 손에 점차 마나를 이끌어내려 할 때였다.
"그만 멈추게나. 자네는 암살자로서 너무나 많은 문제가 있네."
나지막이 들려오는 목소리 검은 실루엣이 화들짝 놀라며 이내 이끌어내던 마나가 그만 풀려버리자 그의 마나가 허공에 흩날렸다.
"아, 안 돼.."
그럼에 실루엣이 소리치자 지크문드가 씁쓸하게 웃어 보였고 뒤이어 데미아스가 벌떡 일어서자 결국 그 검은 실루엣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어떻게.."
뒤이어 지크라엘이 살짝 손가락을 튕겨 바람 마법으로 그의 몸을 가리는 안개를 치우자 곧 그 안에는 어린 카시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