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351화 (351/412)

【351회. 여신 라우엘】

"어떻게 날.. 알아챈 거야.."

"쯧쯧.. 보통 암살을 할 때는..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네.. 그 조그마한 기운은 기사든 마법사든 누구든 느낄 수 있을 테지.. 그래서 괜히 암살자들이 마법을 배우지 않은 이유라네. 마법을 사용할 때에 마나는 너무 이질적이고 독특해 조금만 집중하면 검술이나 마법을 배우지 않은 평범한 사람도 단번에 알 수 있기 때문이지.. 거 참.. 암살자에게 이런 이론을 가르쳐주는 것은 처음이구먼.. 그나저나 오랜만이구나 카시오?"

"... 그랬다니.. 젠장 몰랐었어...."

카시오가 이내 울상이 되어 지크문드와 데미아스를 번갈아 봤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자네는 너무 어려... 기본기가 너무 부족하다네. 아무리 고급 마법을 사용한다 해도 기본적인 것이 부족하면 아무리 고 등급의 마법을 부릴 줄 알아도. 이렇게 쉽게 들켜버린다네 그리고 우리가 아닌 다른 자였으면 자네의 목은 이미 그 몸에 붙어있지도 못할 거야.. 자 그럼! 이 추운 곳까지 우릴 따라온 이유는 무엇인가?"

"그,그런.. 나, 난.."

울상이 된 카시오가 횡설수설하며 말을 더듬었다. 동시에 그의 억울함과 분함이 잔뜩 들어있는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한차례 쏟아지자 데미아스가 어이없는 얼굴로 인상을 찌푸리고는 이내 지크문드를 바라봤다.

지크문드도 헛웃음을 지어 보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거 태생이 암살자는 못 할 상이군... 저렇게 감정을 쉽게 보여서야 원."

"흠..클루드가 보냈나? 아니지 클루드가 아무리 제정신이 아니라 해도.. 이런 어설픈 아이에게 암살을 시키려 하지 않을 테지 그는 멍청하지 않으니까...그렇다면.. 혹시 복수라도 할 작정으로 온 건가?"

지크문드의 중얼거림이 끝나고 데미아스가 잠시 어이없다는 듯이 웃어 보이더니 카시오에게 물었다.

"그건..."

차갑게 가라앉은 눈엔 일말의 자비심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어느새 카시오에게는 트라우마가 된 작은 소도를 꺼내 카시오의 눈앞에 아른거리게 하고는 이내 카시오의 목 언저리에 올려놓는다. 그러자 카시오가 흠칫 놀라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무래도 오래전 윈랜드에서 소도를 이용해 협박을 하던 데미아스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나 보다.

연이어 마치 천막 밖에서 부는 차가운 한기를 머금은 듯한 목소리가 재차 이어졌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건가? 아니면 내 말이 맞아 할 말이 없는 것이냐? 더이상 할 말이 없다면 날 암살하러 왔으니 그냥 죽여도 되겠는가?"

무심하고도 무덤덤한 데미아스의 말을 끝으로 그의 손에 서서히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자 카시오가 다급히 소리쳤다.

"다, 당신은..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야! 그래 맞아! 난 복수하려고 왔어 야낙 오빠를 죽인 당신을! 어째서 야낙 오빠를 죽인 거야! 꼭 죽어야만 했어?!"

"그를 죽이면 내가 죽기 때문이지 않겠느냐? 마계인이라면 더 잘 알지 않겠느냐?"

"야, 약육강식을 말하는 거야?"

"그렇지. 특히 여긴 전장이니까 말이야. 야낙과 난 적으로 만났으니 누구 하나 죽어야만 싸움이 끝나는 건 당연한 것이다. 그러니 그걸로 잘잘못을 따지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지 않겠느냐?"

"..."

카시오의 외침에 데미아스가 무덤덤하게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자.. 그럼 넌 날 암살을 하러 왔고 난 그걸 알았으니 널 죽여야만 하겠구나?

"그, 그런!"

"아니면 우리의 흥미가 동할만한 정보가 있나? 있다면 살려주도록 하지."

데미아스가 차갑게 대답했다. 동시에 소도에 푸르스름한 마나가 일렁이며 조금이라도 만족스런 정보가 없더라면 카시오의 목을 단번에 베어버리겠다는 무언의 압박을 넣었다. 그럼에 카시오의 안색이 파리해지며 몸을 벌벌 떨었다.

"자, 자네.. 너무 심하지 않은가?"

아무래도 마계인이라 해도 너무 어린 카시오에게 또 연민의 감정이 드는 지크문드 였다. 게다가 지금 카시오의 모습을 보라 어디 진흙탕에라도 굴렀는지 온통 꾀죄죄하며 머리도 떡이져 있음은 물론 옷도 여기저기 해져 있어 찬 바람을 그대로 받아내고 있어 피부도 까칠하다. 그래서일까? 아까부터 간헐적인 숨에 쇳소리가 흘러나오는 것과 얼굴이 창백한 것이 지독한 감기라도 걸린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카시오의 불쌍한 모습에도 데미아스의 행동은 여전히 한없이 차가웠다. 적을 대할 때는 아무리 어린 적이라도 고지식하고 차갑게 대하는 그의 모습은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도 여전했기에 지크문드가 결국 고개를 저으며 둘을 바라봤다.

자신이 어떠한 말을 해도 저 무덤덤한 눈에는 일말의 자비심을 불러낼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었다. 만약 정말로 그가 마음을 먹으면 승리를 위해서 어린아이의 목도 거리낌 없이 벨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난.."

덜컥 겁을 집어먹은 카시오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몸을 벌벌 떠는 것이 꽤나 안쓰럽게 보여 지크문드의 표정을 찌푸리게 했다. 그러나 너무 뜸을 들인 것인가. 데미아스의 소도가 그녀의 목에 가까워지며 조그마한 힘이 들어가자 조금은 짧은 혈 선이 그녀의 목에 한차례 생겨나자 카시오가 더욱 겁을 먹고는 쏟아지는 눈물을 닦아내지도 못한 채 급히 입을 열었다.

"나, 난! ... 크,클루드에게 도망쳤어.. 야낙 오빠가 죽고.. 메드니스 언니가.. 클루드가 내 힘을 원한다고 날 죽일 거라고 했어.. 그, 그래서... 도망쳤단 말이야.. 그러다가 너, 너희 행렬을 보고 뒤를 쫓아 왔어. .그, 그게 다야.. 내가 그 이상한 도시에서 도망친 이후로 내가 겪은 일은 이게 다란 말이야.."

카시오가 몸을 떨며 간신히 말을 이었다 .그럼에 데미아스의 칼날도 조금은 느슨해졌다.

"클루드가 자네의 힘을 원한다고?"

지크문드가 물었다.

"..마, 마계인의 힘은 흑마법사들에게..없어선 안 될 힘이니까.. 아무래도 힘을 많이 잃은 것 같아.. 그, 그래서 도망친 거야..나도 자세히는 몰라..그냥.. 메드니스 언니가 도망치라 했단 말이야.."

"흠.. 듣기로는 야낙이나 그 메드니스도 클루드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하는데.. 넌 어떻게 된 거지?"

"난.. 복종의 계약을 맺지 않았어.. 난 아직.. 어리고 힘이 약하니까... 말했잖아... 벨리알이 소환할 때 일부로 내가 그 힘을 훔쳐 야낙 오빠를 찾아 이곳에 온 거라고.. 그, 그래서...흑....흑.. 이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흑흑.."

결국 횡설수설하다 말고 다시 또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리는 카시오의 모습에 데미아스가 이내 검을 거두었다.

"왜 돌아가지 못하는가?"

"돌아가려면 균열을 열어 내가 살던 곳으로 가야 하는데 아직 내 실력으론 무리야... "

"그랬었군.. 쯧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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