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2회. 여신 라우엘】
지크문드가 난감한 듯 카시오를 보며 대답하자. 데미아스도 어찌해야 할 줄 몰라 지크문드를 바라봤다. 이내 지크문드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대답했다.
"이 아이에겐 딱히 알아낼 정보도 없을 것 같군.."
"흠.."
"아, 안 돼 제, 제발 죽이지 말아줘.. 난 죽기 싫어!"
데미아스도 고개를 끄덕이자. 카시오가 서서히 더욱 오열하며 데미아스에게 두 손을 빌며 애원했다. 그럼에 데미아스가 지크문드를 바라보자 지크문드가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젓자 데미아스는 더는 신경쓰지 않겠다는 듯이 돌아서서 다시 침상에 몸을 누었다.
그럼에 지크문드가 한숨을 내쉬며 카시오의 손을 이끌고 천막 밖으로 나섰다. 그러자 한차례 차가운 바람이 카시오와 지크문드를 훑어 지나가자 지크문드가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꽤 춥구만.. 자네는 춥지도 않은가?"
다 해진 옷을 입고 있는 카시오를 보며 지크문드가 말하자 카시오가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추운 것도 참고 나름 복수를 한답시고 쫓아 왔으리라 어찌 보면 대단하게까지 느껴지는 카시오의 행동력에 지크문드가 혀를 내두르며 물어왔다.
"그나저나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
"...그게.."
"뭐 아무런 생각도 없었겠지... 생각이 있었더라면 이곳으로 무턱대고 딸아 올 생각은 하지 않을테니 말이야.."
"..."
지크문드의 말에 카시오가 고새를 숙여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에 잠시 한숨을 내쉰 지크문드가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카시오.. 내 말을 잘 들어 보게나. 너의 유일한 가족인 야낙이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네 그자를 죽인 자는 데미아스가 맞기도 하지 그러나! 한 가지 카시오 네가 알아둬야 할 것은.. 이 모든 일의 원흉은 결국 클루드나 벨리알 때문이란 것이야. 잘 생각해보 거라 야낙과 자네가 이곳 중간계에 오게 된 시발점을 말이야 결국 벨리알로부터 시작 되었음은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지 않더냐?.. 그러니 야낙이 데미아스에게 죽은 건 순전히 재수가 없었기 때문이야. 데미아스도 그저 살기 위해 검을 들은 것뿐이지.. 그러니 누구를 탓해야 함이 옳겠는가?"
"..."
카시오가 말없이 훌쩍이며 지크문드를 바라봤다.
"야낙은 어쩔 수 없이 벨리알의 명을 듣고 싸웠을 뿐이고 데미아스도 최선을 다해 싸웠을 뿐이란 소리라네.. 만약 벨리알이 너희를 소환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테고 어때 내 말이 맞지 않는가?"
지크문드가 씁쓸한 목소리로 대답하자 카시오가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물었다.
".... 오빠는... 어떻게 죽은 거야?"
"그게 무슨 소린가?"
"야낙 오빠가 어떻게 죽었는지 궁금해."
"흠..."
그때였다. 아무래도 잠이 안 오는지 천막 안에서 데미아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웃으며 죽었다. 만족해하며 죽었지 후련해 보이던 것 같았다."
"당신.. 그렇다면 야낙 오빠보다 당신이 더 강한 거야?"
"아니 운이 좋았을 뿐이다. 다시 싸운다면 승부를 장담할 수 없어 그러니 누가 더 우위에 있다고는 쉽게 말할 수가 없다."
"...."
데미아스의 말에 카시오가 말이 없어졌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무언가 결심을 한 듯 비장한 얼굴로 지크문드에게 물었다.
"다신... 찾아오지 않을 게..."
"어디로 갈 생각이더냐?"
"... 내 복수는 끝나지 않았어.."
"쯧쯧, 멍청한지고.. 설마 이번엔 벨리알에게 가려는 게냐? 그러지 않은 게 좋아. 자네는.. 그를 상대하기에 너무 부족해..그는 야낙도 어찌해 볼 자가 아니었어. 그런데 카시오 네가? 터무니 없는 망상이다.이러한 건 혈기가 아니야 질게 뻔하니 자살하러 가는 일이야.."
지크문드가 혀를 차며 카시오를 책망했으나 카시오가 여전히 결의에 찬 얼굴로 대답했다.
"아니.. 나 역시 마계인이야.. 당신 말도 맞아.. 하지만 언제고 난 이대로 있을 수 없어.. 그리고 만약 내가 벨리알에게서 살아 돌아온다면 다음은 당신을 노릴 거야!"
카시오가 데미아스가 있는 천막을 보며 소리쳤다. 그러나 더는 대답이 없었고 카시오는 다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지크문드에게 말했다.
"이제 확실히 알았어. 가장 큰 잘못은 클루드랑 벨리알 그 둘이라는 것을 말이야... 그러니 부탁할 게 날 보내줘."
"..정말.. 혼자서 말이냐? 자살하러 가는 길밖에 안 될 것이 분명해!.. 차라리 아즈문 쪽으로 돌아가 내 가문인 지아란으로 향하거라. 그리고 내 이름을 말하고 몸을 의탁을 해 우리의 승전보를 기다리는게 더 나을 것이야 복수는 다른 이들이 하게 내비두란 소리지.."
"그럴 수는 없어 우리가 복수를 할 때에는 그 누구에 도움도 받지 않아."
"..."
카시오가 나름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그러나 그 모습에도 여전히 불안함은 남아있었다.
"허허.."
자신의 적이었던 사람에게 이러한 말을 한다는 것에 웃기기도 한지라 지크문드가 한차례 헛웃음을 지어 보이자 천막 안에서 혀를 차는 데미아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나 세상 물정을 몰랐다. 그러나 카시오의 표정은 단호한 결의와 집요함이 느껴졌다.
"좋다.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 지금 나도 내 한몸 걱정하기 바쁘니 네 마음대로 하 거라! 보내주마 그리고.. 후.. 참 내가 마계인에게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으나.. 언제든 내 도움이 필요하면 꼭 찾아 오너라."
꽤나 멋쩍어하며 지크문드가 대답하자 카시오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뒤를 돌아 돌아가려는 카시오의 모습에 지크문드가 급히 카시오를 불러 세웠다.
"에휴.. 기다려 보아라."
지크문드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차고는 천막에 들어가자 잠시 뒤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다 이내 무언가 들고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건?"
카시오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지크문드가 양손에 들린 보따리를 그녀에게 넘기며 대답했다.
"너에게 좀 클지는 모르나 보온 마법이 걸려있는 로브랑 허기를 없애 줄 육포 몇 개 좀 넣었다. 내 지금 널 돌봐줄 수 없어 이렇게 보내지만.. 솔직히 벨리알에게 가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난... 난 그래도 복수를 해야 해."
무언가 결연한 표정으로 카시오가 말하자 지크문드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무래도 그녀를 막을 수 없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더이상 나도 모르겠구나. 엄연히 나에게도 중대한 임무가 있으니 이제 난 너에게 해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정 힘들다면 나중에라도 포기를 하고 꼭 날 찾아오거라."
지크문드의 걱정어린 대답에 카시오가 잠시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 왜 나에게 이렇게 잘 해주는 거야?"
"글쎄 나도 모르겠구나.. 그저.. 늙으막에 찾아온 연민일 뿐이지.. 아무튼, 잘 가거라. 더이상 배웅은 하지 않으마"
"..."
그 말을 뒤로 지크문드도 이내 천막 안으로 들어서자. 카시오가 잠시 지크문드의 뒷모습을 한참을 바라보다 이내 지크문드가 준 보따리를 풀어 그 안에 있는 로브를 꺼내 입고는 야영지를 빠르게 벗어나는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