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353화 (353/412)

【353회. 여신 라우엘】

하루를 푹 쉰 연합군의 행군 속도가 확실히 빨라졌다고 볼 수 있었다. 심지어 날씨까지 연합군을 도와주는 듯, 오랜만에 눈이 그치고 해가 떠오르니 행군은 더욱 속도가 붙어 메세츠데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으나 꼭 좋은 점이 있다면 나쁜 점이 따라왔으니 거친 눈보라가 그치고 움직이기 편해지니 덩달아 적들의 기습도 본격적으로 변했지며 기습을 해오는 수도 슬슬 잦아졌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여전히 적은 숫자로 게릴라 형식의 습격을 주로 이용했는데 그래서인지 빨라진 행군 속도에 걸림돌이 되어 연합군을 심적으로 지치게 만들었다. 그나마 병사들을 하루 푹 쉬게 해주어 다행이지 그러지 않았더라면 이미 병사들은 퍼지고 적은 숫자의 병력으로 대패를 당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지금, 슬슬 황폐한 땅끝에 자리한 앙상한 나무와 눈으로 가득한 숲을 벗어날 때쯤이었다.

"물러서지 마라! 방패를 들어 화살을 막아라!"

루드위그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활을 도끼로 쳐내며 소리쳤다. 동시에 앙상한 나무들 사이로 길게 이어진 연합군을 향해 화살 비가 다시 한번 내리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고통에 찬 신음 소리가 숲을 울렸다.

"젠장 끈질긴 녀석들!"

아무래도 말을 탄 상태로 숲에서 적들을 상대하기 꽤 불편했는지 루드위그가 잔뜩 짜증이 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동시에 말 위에서 기운을 폭사해 허공에 휘두르자 기다란 도기가 나무들을 베어 적들을 향했다. 그런 루드위그의 도기에 여럿 나무가 쓰러지자 나무 뒤에 숨은 적군이 한둘씩 모습을 드러났다. 그제야 물 만난 고기처럼 루드위그가 말에 배를 박차며 앞으로 나아갔다.

"거기에 숨어 있었구나?! 쓰레기 녀석들! 다 죽여 주마!!"

"이런! 루드위그!!"

욱하는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멋대로 앞으로 나아가는 루드위그를 보며 지크라엘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을 때였다.

"사무엘! 나서스! 기병 몇을 데리고 루드위그를 도와라!"

마치 루드위그가 저런 행동을 할 줄 알았다는 듯이 데미아스가 때맞춰 외치자. 연합군 내에 병사들을 지휘하던 사무엘과 나서스가 말의 배를 차며 루드위그의 뒤를 쫓았다. 그 둘의 뒤를 이어 기병 몇이 사무엘과 나서스를 뒤따랐다. 이내 앞으로 나아간 루드위그가 적진 한가운데 거대한 베틀 엑스를 휘두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이미 그는 고립이 된 듯 빙 둘러싸인 몬스터들과 꼭두각시들의 모습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고 함께 달리던 루드위그는 말은 이미 목이 잘린 상태로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그럼에 사무엘과 나서스가 말의 속도를 높여 루드위그를 둘러싼 적들을 향해 쇄도해 들어갔다.

"이 허수아비 녀석들! 짜증 나게 하지 말고! 제대로 덤비란 말이다!"

아무래도 몇 번이나 이어진 게릴라 형식의 습격에 잔뜩 성이 난 듯 루드위그가 소리치며 도끼를 휘두르자 몬스터며 꼭두각시가 된 인간들마저 마치 허수아비가 베이며 쓰러지듯 힘없이 쓰러졌다. 뒤이어 사무엘과 나서스와 함께 기병들이 합류하자 루드위그가 더욱 탄력을 받아 신이 난 듯이 도끼를 시원시원하게 휘둘렀고 그럴 때마다 적들의 목이 하늘 높이 치솟으며 하얀 눈으로 뒤덮인 바닥을 흥건히 적셨다.

"크하하하하! 그래! 이 맛이지! 전투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애송이들아!!"

적들을 베어가며 느껴지는 짜릿한 감각에 잔뜩 상기 된 루드위그가 크게 웃어 보이며 적들을 베어 갔다. 그럼에 자아가 있는 몬스터들이 슬금슬금 루드위그를 피했으나 그의 주위에는 말을 타며 적들을 베어 가는 사무엘과 나서스가 있어 몬스터들은 이내 도망도 치지 못한체 차례차례 쓰러져갔다.

"크하하! 어디 또 도망가 보란 말이다!"

그동안 쌓였던 답답함을 풀겠다는 듯이 전장을 누비는 그의 도끼에는 그 누구도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럼에 루드위그의 기행으로 시작된 일이었지만 전장의 상황은 확실하게 승기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럼에 더욱 신이 나 도끼를 휘두르던 루드위그의 도끼가 이내 다른 몬스터들을 베어 가려 할 때였다. 멈출 줄 모르던 그의 베틀 엑스가 순간 멈칫하며 누군가의 검에 의해 막히게 되었고 그의 뒤에 또 다른 적군들이 한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호오?! 감히 날 막아? 게다가 이놈들은 또 어디서 나온 잔챙이들이더냐?"

자신의 도끼를 막아선 사내의 모습에 루드위그가 호기로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흥미롭게 사내를 바라봤다.

"네놈은 누구더냐?"

자신의 도끼가 막혔음에도 여전히 여유롭고 신이 난 상태의 루드위그가 사내를 향해 물었다. 그러나 사내의 모습은 여전히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나마 다른 병사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온통 흑색으로 치장되어 있는 고급스러운 갑옷을 입은 것과 루드위그의 도끼를 막아낸 실력으로 보아 꼭두각시가 되기 전 한때 병사들을 이끌 던 대장급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자 그러한 특이점에 오히려 더욱 신이 난 루드위그가 소리쳤다.

"뭐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 어차피 허수아비일 테니 말이야! 좋다! 넌 다른 잔챙이들과는 조금 다르구나 어디 신나게 놀아보자꾸나!"

비릿한 웃음과 함께 루드위그가 땅을 박차며 하늘 높이 떠올랐다. 동시에 들어 올린 도끼를 그대로 사내에게 내리치자. 기다란 롱소드를 빼 들은 사내는 간단히 루드위그의 도끼를 받아냈다. 동시에 울려 퍼지는 거대한 폭음을 뒤로 작은 진동이 일며 대지가 울었다. 그럼에 루드위그의 입가에 더욱 짙은 미소가 실렸다.

"그래 넌 좀 싸워 볼 만하겠군 여태 시원찮은 잔챙이들 뿐이었는데 좋다 좋아! 이렇게 싸우는 것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구나! 좀 더 흥을 높이도록하지!"

루드위그가 몸을 틀었다. 동시에 양손으로 쥐고 있는 도끼가 허공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이번엔 사내의 옆구리를 노리고 들어오자 사내의 롱소드가 급히 도끼를 막아냈다. 확실히 일반 병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검세,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배운 검술의 모습을 띤 사내라는 것이 확신이 든다.

"어디 끝까지 막아 보던가!"

연이어 이어지는 도끼의 연격 쇠와 쇠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숲을 울렸고 사내의 칼이 점차 미세한 진동을 갖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루드위그의 도끼를 계속해서 막는 것이 힘이든 것 같았다. 그럼에 루드위그가 다시 한 번 기합성을 토해내며 도끼를 하늘 높이 들어 보였다. 동시에 사내의 검이 이때만을 노렸다는 듯이 루드위그의 빈틈이 생긴 미간을 향해 빠르게 롱소드를 찔러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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