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4회. 여신 라우엘】
"이런 루드위그!"
그런 둘의 모습에 나서스가 난감한 표정으로 루드위그를 불렀으나 이미 루드위그의 입가엔 승리의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동시에 내려쳐 진 도끼는 정확히 사내의 검을 부숴버리며 사내의 머리부터 하체까지 쭉 일직선을 그리며 반 토막을 냈다. 이내 반 토막이 난 사내의 신형이 스르르 바닥에 쓰러져 흰 눈이 쌓인 바닥을 피로 물들였다.
"... 대단한 힘이군.."
"껄껄! 이 루드위그 머리는 좋지는 않지만! 힘은 알아준다네!"
"하하.."
가슴을 퉁퉁치며 자신 있게 소리치는 루드위그의 모습에 나서스가 멋쩍게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루드위그를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동시에 브루클린 백작과 참 잘 어울릴 것 같은 사내라고 생각이 들었다. 언제고 한 번 그 둘을 만나게 해주면 둘이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었다.
"자! 이제 남은 잔챙이들을 쓸어버리도록 하지!!"
루드위그가 다시 도끼를 들어 보이며 남은 적군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 ☆ ☆
"와... 왠지 모르게 신비로운 느낌이 들어요..."
조용히 걷고 있던 일행 중 안느란테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럼에 다른 이들도 안느란테의 말에 동의를 하는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들 역시 하얀 길목에 푸른 빛으로 일렁이는 제단으로 향하는 길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정말이지 신비롭다는 말이 어울리는 길이었다.
"특히 이 하얀 대리석으로 꾸며진 길도 그렇고 저 푸른 빛의 야광 구슬까지 게다가 양옆에 장식되어있는 그림들과 조각상들까지... 정말 멋진 곳이에요. 이러한 곳은 처음 봐요.."
연이어 계속 감탄을 토해내는 안느란테의 모습에 크리스티나가 조금은 쑥스러워하면서도 기뻐했다.
"이 조각상들과 그림은 모두 신 라우엘님의 모습을 담고 있는 건가요?"
뒤이어 레이니가 묻자 크리스티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세공을 한 것인지 너무나 정교했고 정말이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생동감이 느껴졌다.
그럼에 이 길은 더욱이 신비로운 느낌을 채워갔다. 아무래도 이곳이 라우엘의 첫 번째 제단이 있어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몰랐다.
"확실히 대단하군... 특히 이 조각상과 그림들.. 이런 것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왜 마흐무드가 순백의 도시이면서 예술의 도시라고 불리는지도 알 것만 같군."
라그나르 역시 길을 가면서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럼에 크리스티나가 기쁜 듯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마흐무드가 칭찬을 받는다는 느낌 때문이었고 왠지 모를 자부심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고마워요 모두.. 그나저나 슬슬 다 와 가요.."
어느새 길목의 끝에 이르른 일행이었다. 그럼에 일행의 앞에 나타난 또 하나의 거대한 철문, 그 철문에는 여태까지 보았던 세공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예술의 극치에 다다른 세공이 새겨진 문이 있었다. 그림과 세공에 문외한이 본다 해도 절로 감탄이 일 정도로 화려함과 함께 생동감이 절로 느껴지는 모습은 여신 라우엘이 빛을 내뿜고 있었고 그 아래 고통스러워 하는 악마들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대단한 세공이야.."
철문에 새겨진 그림을 보며 라그나르가 다시 한번 감탄을 자아냈다. 동시에 넋을 잃고 문에 살짝 손을 가져다 대 보았다. 그럼에 문에 닿은 손을 타고 절로 라우엘의 위엄이 전해지는 듯했다.
"자! 감탄은 나중에 충분히 할 수 있어요. 괜찮으시다면 언제고 이 모든 일이 끝나고 마흐무드로 오신다면 더 멋진 세공들과 그림들을 소개해 드리겠어요."
"고맙소! 꼭 다시 찾아오리다."
"그럼 들어갈까요?"
크리스티나의 말에 라그나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기도문을 읊으며 문을 밀자 문이 절로 열리는 듯이 빛이 흘러나와 열리기 시작했다.
그럼에 둔탁한 소음과 함께 서서히 열리는 문, 그사이로 새어 나오는 푸른 빛과 맑은 물소리, 어딘가에 물이 흐르는 것일까? 동시에 풍겨오는 상큼한 꽃내음 모든 이들의 얼굴이 한껏 상기가 되었다. 이내 완전히 열린 문 그 사이로 보이는 제단은 너무나도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가.."
"맞아요.. 라우엘님의 첫 번째 제단...."
이 깊은 동굴 속에 자연을 그대로 담아 둔 듯 그 제단 안에는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었고 뒤쪽으론 폭포도 있었다. 길목에는 수많은 꽃들이 피어있었는데 형형색색의 꽃들은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향기로운 꽃내음을 풍기고 있었다.
그런 자연 풍경 속에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고 잘 어울려 있는 제단이 자리하고 있었다. 제단은 역시나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그 계단의 양옆에는 천사로 보이는 조각상이 제단을 받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뒤이어 그 계단 위 제단의 끝에는 거대한 그릇이 자리하고 있자 마리에테가 그 그릇을 보며 소리쳤다.
"빛을 담는 그릇... 그디어 모두가 모여 도착했어요..... 이제 곧 라우엘님을 만날 수 있을 거에요."
마리에테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대답했다. 동시에 모두가 제단 안으로 들어서자 각자의 신물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제단 위, 동굴의 천장에서 빛이 발하더니 별자리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황도 12궁.."
루크가 나지막이 중얼거리자 마리에테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라우엘님과 전 저 열두 개의 별자리에 힘을 담아 총 열두 개의 신물을 만들었거든요... 너무.. 아름다워요."
마치 다른 세상 같았다. 여태 자신이 본 세상들은 온통 거짓인 듯 이리도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에 떠나고 싶지가 않았다.
그때였다. 빛을 토해내던 신물들이 각자의 모습을 드러냈다. 아리스는 팔찌에서 골렘의 형태로 레이니의 레오니르는 사자의 모습으로 돌아갔고 아쿠아리우스는 계곡의 흐르는 물이 되어 빛을 반짝였다. 그 물속에는 파이시스의 물고기가 켄서의 게가 자리했다. 뒤이어 풀밭을 뛰어노는 양 케프릭코너스와 말을 탄 궁수 서지테리어스가 보인다. 그 옆에는 소의 형상을 한 타우르스가 있었고 그늘진 곳을 찾아 들어가는 스콜피오 도 보였다. 뒤이어 이러한 평화로운 모습에 빠질 수 없는 두 명의 요정 제미나이가 크리스티나를 한차례 빙 돌며 이내 신물들이 노니는 곳으로 향했고 마지막 빛을 머금은 처녀 버고가 천칭인 라이브라를 들고 서 있었다.
그야말로 신비롭고 경이로우며 아름다운 모습이 한데 이루어져 있었고 이내 제단 위, 빛을 담은 그릇에 빛이 토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