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355화 (355/412)

【355회. 루미에르】

"어머니.. 재상이 꼭 승리를 하고 돌아오겠죠?"

아즈문 제국의 황성, 황제만이 기거할 수 있는 방에 루이서스가 조용히 의자에 앉아 창문을 바라보고 있는 루미에르에게 물었다. 그럼에 루미에르의 시선이 루이서스에게 향했다. 아직 너무나도 어리지만 점차 의젓해지고 있는 자신의 아들, 언뜻 제이서스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 이내 루미에르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지며 루이서스의 얼굴을 한차례 쓰다듬어주며 대답했다.

"그럼, 우리뿐만 아니라 마흐무드와 요르문 간드까지 합세했으니.. 분명 이기고 돌아올 거야."

루미에르의 말에 어린 황제인 루이서스가 걱정이 가시지 않은 모습으로 루미에르가 바라보던 창밖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창밖에는 어느덧 눈이 그치고 태양 빛이 먹구름 사이로 빼꼼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 그 태양 빛 아래 조금은 한산해진 황성의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동시에 무언가 휙휙 바람이 갈리는 소리가 들리자 루이서스가 의아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니 잠시 쉬고 있던 세이실이 다시 레이피어를 잡고 휘두르는 것 같았다.

"걱정 마! 루이서스! 그리고 어머니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어머니랑 널 지켜줄 테니까!"

이제 막 10대 중반이 된 세이실이 호기롭게 소리쳤다. 그럼에 걱정이 가득한 루이서스의 얼굴이 웃음을 띠며 대답했다.

"응! 누나만 믿을게!"

"그래!"

뒤이어 세이실이 허공에 뛰어오르며 레이피어로 허공을 몇 차례 점하며 내려앉았다. 점차 화려해지는 기교에 루이서스가 박수를 치며 호응을 하자 루미에르가 미소를 그리며 대답했다.

"믿음직스럽구나 세이실.."

"헤헷!"

루미에르의 칭찬에 세이실이 한 차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뒤로 다시 칼을 거둔 세이실이 루미에르의 옆에 자리하자, 루이서스가 종종걸음으로 세이실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루미에르가 모두를 바라보며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흠...세이실.. 루이서스.."

"네?"

"말씀하세요 어머니."

루이서스를 비롯해 세이실이 밝은 얼굴로 루미에르를 바라봤다. 그럼에 잠시 고민에 빠진 루미에르가 어려운 말이라도 꺼내려는지 잠시 뜸을 들였다. 그렇게 잠깐의 정적이 흐르자 이내 세이실과 루이서스의 얼굴에 똑같이 의아함을 띠기 시작했을 때쯤 루미에르의 입이 차츰 열렸다.

"만약... 이 전쟁이 끝나면 너희는 무엇을 하고싶니?"

루미에르의 말에 루이서스와 세이실이 잠시 상념에 빠졌으나 금방 말을 이었다.

"재상이랑 같이 공부를 하며 좋은 황제가 되기로 했어요.. 솔직히 재상이 무섭기도 하지만... 전 돌아가신 아버지처럼 멋진 왕이 될 거에요!"

"그렇구나 루이서스 그래 넌 좋은 왕이 될 거야.. 그럼 세이실은?"

루이서스의 말을 듣고 루미에르가 이번엔 세이실을 바라보자 세이실이 잠시 자신의 손에 들린 레이피어를 바라봤다.

"... 전... 검을 더 배우고 싶어요.."

"검? 만약 전쟁이 끝나면 더이상 검을 배울 필요는 없을 텐데도?"

루미에르가 의외라는 듯이 다시 물었다. 그럼에 세이실이 고개를 끄덕이며 레이피어를 하늘 높이 들어 보였다.

"네! 전 검이 좋아요! 그리고 아스란가의 레이니라는 언니처럼 멋진 여검객이 되고 싶어요."

"그렇구나.. 레이니 처럼 말이지.."

한창 꾸미고 다닐 시기에 전쟁을 만나 검을 배운 자신의 딸이 이내 완전히 검에 길에 들어서고 싶어했다. 그럼에 잠시 검의 길을 막고 좀 더 예쁘고 조신한 취미를 배웠으면 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세이실은 자신을 너무 많이 닮은 것 같기 때문이었다. 무슨 말을 해도 하기 싫은 건 죽어도 안 하겠지라 생각했다. 게다가 그 조신한 취미 역시 자신도 싫어서 결국 배움을 포기하지 않았던가.. 세이실도 그럴 것이 분명했다. 그럼에 루미에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어머니는요?"

이번엔 세이실이 루미에르에게 묻자 루미에르가 잠시 세이실과 루이서스를 번갈아 보며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음..무슨 고민이 있나요 어머니?"

"음?.. 글쎄.."

눈치가 빠른 것도 자신을 닮았다. 잠시 당황한 루미에르의 말투가 살짝 떨려오자 세이실의 눈이 가늘어지며 루미에르를 흘겨본다. 그럼에 루미에르의 이마에 작은 땀방울이 송글 맺혀 흘러 내렸다.

"어서 말해보세요. 솔직히 어머니가 무슨 고민이 있다는 건 어머니가 윈랜드에서 돌아오실 때부터 알았어요. 언제 말해 주려나 기다리고 있었단 말이에요."

"응?... 그게 무슨 말이니?"

"에휴.. 너도 그렇지 루이서스?"

뒤이어 세이실이 루이서스에게 묻자 루이서스가 무슨 말이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에 세이실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대답했다.

"저 눈치 없는 동생은 못 느꼈겠지만 전 다 안다고요 어머니! 언제나 넋을 잃고 무슨 생각을 그리 오래 하는지 그러다가 또 싱겁게 웃어 보이고! 때론 몇 시간씩 안 하던 치장을 하시잖아요? 저번엔 저보고 어떤 옷이 예쁘냐고 물어 볼 땐 어머니가 아닌 것 같았다구요."

"하..하하.."

"그러니 말해보세요."

세이실이 조목조목 따지며 묻자 루미에르가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자신의 행동이 그만큼 티가 났는지 몰랐었는데 눈치가 빠른 세이실에겐 너무나 쉬운 문제였나 보다. 그럼에 루미에르가 잠시 뜸을 들여 세이실을 바라보다 루이서스를 바라봤다. 아무래도 입이 잘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내 굳게 마음을 먹고는 모두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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