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9회. 반격의 서막】
"크흐.."
아직도 머릿속을 헤집어 놓은 벨리알과 루시의 힘에 클루드의 정신이 불안정했다. 이제는 말조차 제대로 하기 힘들 정도로 고통이 심했음은 물론 자신의 몸까지 탐을 내는 벨리알과 루시의 힘에 그동안 몰랐던 두려움까지 찾아들었다. 그래서일까? 그의 주위에는 그 누구도 범접할 수도 없게 힘이 멋대로 흘러나오다 사라지길 반복하며 강철로 만든 의자와 대리석의 바닥까지 검게 부식시켜갔다.
"젠장... 메드니스!"
고통 속에서 클루드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그러나 메드니스가 어디로 갔는지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 혹시 자신이 힘이 약해진 틈을 타 도망이라도 친 것이 아닌가 싶자 짜증이 확 일어난다. 그럼에 다시 제힘을 되찾으면 메드니스부터 다시 재교육을 시키겠다고 다짐한 클루드가 속으로 메드니스를 향한 욕지거리를 한 움큼 토해내며 이내 다시 소리쳤다.
"밖에! 누구 없느냐!!"
다시 한 번 소리친 클루드의 목소리에 그제야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 역시 영혼을 잃고 꼭두각시가 된 메세츠데의 귀족이었음에 클루드의 입에 작은 침을 성이 삼켰다.
"젠장..."
뒤이어 다시 욕지거리가 나왔다. 이런 급박한 상황 속에 자신의 주위에 있는 자들은 온통 자신의 명에만 움직이는 꼭두각시기이기에 그 점이 후회가 되었다. 차라리 자이로스가 있었더라면 아니 야낙이라도 있었더라면 조금 힘을 덜었을 텐데라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었다. 벨리알의 힘에 취해, 주변은 자신의 말만 잘 따르는 꼭두각시만 있으면 됀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오히려 자신을 옥죄어 왔다.
이내 클루드의 앞에 다가온 사내가 여전히 멍한 눈으로 무릎을 꿇었다. 아쉬운 대로 이 꼭두각시라도 사용해야만 했다.
"후우.. .후우.. 그래.. 적들은 어디까지 왔느냐."
얼굴이 붉어졌다. 하얘지기를 반복했다. 그럼에 찾아드는 고통은 버티기 힘들었으나 지금 이 고통보다 더 큰 일이 있었기에 편히 쉴 수도 없었다.
그런 클루드의 물음에 꼭두각시의 귀족 사내는 잠시 뜸을 들이다 이내 무심히 말을 이었다.
"그들은 이번 전투에서 대승을 하여, 이제 곧 메세츠데 성문 앞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아마 앞으로 이틀 정도면 성에서도 그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급박한 상황인데도 높낮이가 없는 무덤덤한 목소리에 클루드는 신경질이 절로 나온다. 어느새 연합군은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와 자신의 숨통을 조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꼭두각시는 위기의식이란 것을 볼 수가 없었다. 그 어떠한 다급함도 없었고 마치 이제 막 생각을 하는 아이들처럼 일일이 하나하나 전부 자신이 명령을 내려야만 했다. 그럼에 짜증이 이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이제 겨우 힘을 얻고 세상을 집어삼킬 일만 남았으리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뤄냈던 모든 것을 허무하게 잃을 판이었다. 이 모든 게 벨리알과 루시의 탓이이라 그럼에 자신의 몸속에 연실 자신의 몸을 두고 싸우고 있는 벨리알과 루시가 원망스러워졌다.
"..후우... 몬스터들은.."
"황제 폐하의 명령대로 연합군을 습격하는 일로 몬스터들을 주로 사용했습니다만. 그들은 모두 겁을 먹고 있는 상태입니다. 연합군의 수도 수이지만 그들 곁에 있는 마흐무드의 사제들이 몬스터들에게 두려움을 일게 하고 있고 제힘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수는.."
"아직 싸울 수 있는 몬스터들은 꽤 있지만, 예전보다는 많이 줄어든 상태입니다. 특히 와이번 같은 경우는 야낙 장군의 힘이 없어 더는 그 수를 늘릴 수가 없었습니다.
남성의 말에 클루드가 다시 침을 성을 삼켰다. 정말 큰 일이다. 당장에라도 자신이 전장에 복귀를 해야 했으나 그게 쉽지만은 않았다.
"아, 아직 몬스터들을 잉태한 여자들은 많지 않은가? 그들이 태어나고 전투에 나오려면 얼마나 걸리지?"
"적어도 20일 정도 걸립니다. 게다가 여자들은 미쳐 자살하거나 자궁이 많이 손상되어 더이상 몬스터를 잉태할 수 없는 여자들이 많습니다."
"젠장...."
그의 입에서 다시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분명 전쟁의 초기만 해도 메세츠데의 여인들을 이용해 몬스터들과 강제 교배를 시켜 충분한 수의 몬스터들을 자신의 수하로 만들었는데 이제 그마저도 이용할 수가 없게 되었다. 여인들은 미쳐 죽어버리거나, 더는 자궁이 제기능을 못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와이번은 야낙이 집중적으로 도맡아 운용을 했기에 그가 없으니 와이번 편대를 다시 구성조차 할 수 없었다는게 컸다. 자신의 실수였다. 야낙이 죽고 윈랜드를 밀어버린 뒤 더이상 와이번은 필요 없으리라 생각했던 자신의 오판이었다.
"젠장.."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까지 자신이 밀리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럼에 떠오른 것은 루크 아스란이었다. 승기를 잡아가던 브루클린 전장에서 끝을 냈어야 했는데 결국 자신의 계획이 또 루크 아스란에게 막혔다. 이 모든 것이 루크 아스란 때문이었다. 그럼에 클루드가 이를 갈며 손아귀에 힘이 들자 앉아 있는 강철의 의자가 자그마한 금이 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퍼져 나간 분노가 알현실을 가득 채웠으나 자신의 앞에 있는 꼭두각시는 여전히 멍하니 클루드만 바라볼 뿐이었다.
"아무래도.. 시간을 벌어야 하는데.."
시간을 벌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이미 신물들은 전부 모였을 테고 이제 곧 라우엘이 현세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럼에 자신도 라우엘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건만 라우엘은 커녕 이젠 한낱 인간들의 연합군에도 지게 생겼다. 그럼에 힘이 필요했다. 루시와 벨리알을 누를 만한 힘이,
"카시오.. 메드니스.."
클루드의 머릿속에 카시오와 메드니스가 떠올랐으나 카시오는 행방불명에 어디로 가 있는지도 몰랐다. 게다가 카시오는 자신과 복종의 계약도 맺지 않았다. 자신의 실책이었다. 그러나 메드니스는 자신과 복종의 계약을 맺은 관계이다. 그러니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 다급히 클루드가 힘을 끌어내 계약의 힘을 발동하려 했다. 메드니스만 있다면 그녀의 힘을 흡수해 잃었던 자신의 힘을 조금은 채울 수 있으리라. 그러나 메드니스를 부를 힘이 나오려 하지 않았다. 자기 멋대로 폭발하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 마치 메드니스를 부를 수 없게 하려는 속셈인 것 같아. 클루드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다시 소리쳤다.
" 젠장! 벨리알! 난 너에게 약속을 지켰단 말이야! 이제 꺼지란 말이다! 네가 있는 지옥으로 돌아가! 젠장.. 끄아악!"
클루드의 외침과 함께 고통이 더욱 강해진다.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이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질 것만 같은데 정신을 잃고 싶지 않았다. 만약 정신을 잃게 되면 루시나 벨리알에게 자신의 몸을 빼앗길 것만 같아 두려웠기 때문이다.
"젠장!!"